그는 역시 에이스였다. 중요한 경기에서 '빅게임 피쳐'다운 면모를 과시하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장원준은 지난 2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IA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7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시즌 13승째를 기록했다. 동시에 이 날 승리로 2위 두산은 1위 KIA와의 승차를 0.5경기까지 좁히며 선두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

상대 선발이 '다승 공동 1위' 헥터였던 만큼 팽팽한 맞대결이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싱겁게 마무리됐다. 타선이 3회초부터 3이닝 동안 다섯 점을 만들어냈고 그 사이 장원준은 KIA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7이닝을 소화하면서 불펜의 부담을 덜어냈다는 것도 큰 수확이었다.

 '에이스' 장원준, 또 한 번 중요한 순간에서 호투를 펼쳤다.

'에이스' 장원준, 또 한 번 중요한 순간에서 호투를 펼쳤다. ⓒ 두산 베어스


최근 두 경기에서 부진했던 장원준, KIA 주축 타자들 꽁꽁 묶었다

22일 KIA전 등판 이전에 최근 두 차례의 등판에서 조금은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9일 LG전에서 6이닝 동안 8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을 기록, 15일 SK전에서 6.2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5실점을 기록해 두 경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최근의 흐름이 좋지 않았고, 팀은 1위 KIA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1회말 선두타자 김선빈을 안타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한 장원준은 안치홍을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김주찬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1, 2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좋지 않은 흐름 속에서 경기 초반에 맞이한 위기는 결코 반갑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에서 4번 타자 최형우를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선취 득점이 절실했던 KIA로선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반대로 장원준에게는 오랫동안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회말 2사 1, 2루 위기도 잘 넘어가면서 점점 안정감을 찾았다.

무엇보다도 장원준은 이 날 7이닝을 소화하면서 KIA의 주축 타자들을 모두 꽁꽁 묶었다. 최형우를 비롯해 나지완, 이범호 등 한방이 있는 타자들에게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 날 KIA 타선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타자는 전무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장원준의 올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사 비율은 42.4%, 슬라이더는 25.8%, 체인지업은 20.9%, 커브는 10.7%이다. 이번 등판에서는 패스트볼 구사 비율(37.3%)이 평균보다 조금 낮았고, 변화구 위주의 피칭이 제대로 통했다. 버나디나와 이명기 등이 없는 KIA 타선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장원준의 호투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두산 이적 이후 프리미어12, WBC, 포스트시즌 등 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장원준. 이번 가을도 '빅게임 피쳐'다운 모습을 맘껏 뽐낼까.

두산 이적 이후 프리미어12, WBC, 포스트시즌 등 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장원준. 이번 가을도 '빅게임 피쳐'다운 모습을 맘껏 뽐낼까. ⓒ 두산 베어스


또 한 번 입증한 빅게임 피쳐로서의 가치, 가을이 다가왔다

장원준은 두산 이후 큰 경기에서 '빅게임 피쳐'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입증했다. 2015년 포스트시즌과 프리미어12, 2016년 한국시리즈 2차전 등 나오는 경기마다 호투를 펼쳤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8.2이닝을 소화하며 혼자서만 26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두산은 마산 원정에서 2승을 보태며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3월에 열린 WBC 예선 첫 경기 이스라엘전에서도 자신의 몫을 다했다. 2회초에만 볼넷 세 개를 허용한 것이 흠이었지만 4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바통을 넘겼다. '빅게임 피쳐'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일 KIA전이 포스트시즌이나 국제대회만큼 큰 경기는 아니더라도 팀에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1년 전 9월 22일은 두산이 잠실 kt전에서 승리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날이었고, 이 날 선발도 장원준이었다. 1년 뒤인 2017년 9월 22일, 또 한 번 중요한 경기에서 장원준은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은 KIA전 승리로 잔여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보했다. 15일 SK전 이후 다섯 번의 원정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기적같은 1위 탈환의 꿈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미라클' 두산, 그리고 '빅게임 피쳐' 장원준의 가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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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KBO 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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