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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끼 있으니 따라간 것" 어느 교수의 막말
"위안부 끼 있어" 막말 교수, 학생들에 "파면 지나쳐, 요구하지 말아라"

지난 14일 JTBC <트리거> 보도를 통해 순천대 물리교육과 A교수의 막말 사건이 언론에 공개됐다. 그런데 탄원서와 관계자 증언을 통해 드러난 A교수의 언행은 더욱 충격적이다.

해당 학과 학생회장은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탄원서를 작성, 5월 1일 오후 2시 10분에 학과장에게 카카오톡으로 제출했다. 탄원서 원문은 교수가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한 폭언들을 항목별로 나눠 열거하고 교수 퇴출을 요구했다. 항목은 인격모독, 여성비하, 순천대 무시 발언, 성희롱, '위안부' 등 역사적 중요 사건, 동아리, 학생 수강 등 총 7가지다.

순천대학교 물리교육과 막말 교수 사건이 외부에 최초로 알려진 것은, 페이스북에 있는 순천대학교 대나무숲 게시물을 통해서였다.
▲ SNS에 올라온 최초 게시물 순천대학교 물리교육과 막말 교수 사건이 외부에 최초로 알려진 것은, 페이스북에 있는 순천대학교 대나무숲 게시물을 통해서였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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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대생, 7급공무원 못 돼"... 과학생회실서 눈 붙이는 학생에 "걸레"

이중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여성 비하 발언 등의 내용은 이미 <트리거> 영상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탄원서에 따르면 이 외에도 교수는 학생들에게 '깡패, 좀비, 조폭' 등이나 '가정교육을 못 받은 애'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대학에서 일어난 동기끼리의 범죄 관련 기사를 보여주면서, 순천대 학생들을 이와 똑같이 취급하며 비하했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6.25 전쟁을 비유로 들어, "이게 16학번들이 서로 물어뜯는 이야기(와 비슷하다)"라는 말로 학생들을 모욕했다고 전해진다. 

탄원서를 살펴보면 A교수가 순천대에 재직중이면서도, 순천대를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그가 한 것으로 전해지는 비하 발언은 "너희 전대(전남대) 붙었으면 솔직히 여기 앉아있겠냐?" "순천대생은 처음부터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니 7급 공무원은 꿈도 못 꿔" 등이었다. 또 학생들이 A교수가 개설한 과목을 신청하지 않자 "선배들로부터 교육받은 것, 물리교육과는 조폭들"이라고 비난했다고 알려졌다.

A교수는 시험 기간에 밤새워 공부한 뒤 피곤해 과학생회실에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잠시 눈을 붙이던 남학생과 여학생에 대해선 '걸레'라고 표현하며,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낙태를 해야"라는 발언도 했다. 또한 운동장 옆 스탠드 동아리방 철거 이유에 대해 "요즘 대학생들은 걸레들이 많아 으슥한 곳에서 잠자리를 가질까봐 학교 차원에서 동아리방을 모두 철거한 것"이라면서 "다른 동아리 방도 모두 빨리 없애야"라고 말했다.

기자와 인터뷰를 한 물리교육과 전직 조교는 A교수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해 중도에 그만뒀다고 증언했다. 이 조교는 A교수가 "너는 계약직 조교니까 자기 맘에 안 들면 잘라버린다" "조교 따위가 교수한테 말대꾸 하냐고 싸가지 없다"라고 말했다고 고백했다.

기자는 18일 오후 순천대 정문에서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 자리에서 다른 전공의 사범대 4학년 김아무개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느냐 물었더니, 그는 "4학년 단톡방에 A교수에 대한 내용이 올라와" 알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나중에 물리교육과에 지인이 있는 선배가 전화로 알려주길, 교수의 지속적인 막말로 인해 트라우마까지 생긴 학생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김아무개씨가 보여준 '단톡방'에는 JTBC 보도 이후 해당 교수의 파면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학생들의 호소문이 올라와 있었다.

"이에 저희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인지하여 A교수 파면을 위한 많은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희의 뜻에 깊게 공감하여 뜻을 함께 하고자 하시는 단대회장님, 과회장님들은 ○으로 연락" "모두가 마음을 합쳐 힘을 낸다면 저희가 원하는 일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학교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19일 오후 2시. 순천대학교 총장실 옆 접견실에서 열린 시민단체와의 면담에 박진성 총장과 교무처장이 참석했다.
▲ 순천대 총장과 교무처장 19일 오후 2시. 순천대학교 총장실 옆 접견실에서 열린 시민단체와의 면담에 박진성 총장과 교무처장이 참석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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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대 A교수는 '묵묵부답'

5월 1일 당시 대학본부가 탄원서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담당하는 교무처장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25일 오후까지 받지 않았다. 참고로 19일 있었던 시민단체와 면담에서 교무처장은 탄원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4월 27일 외부의 제보에 따라 SNS를 조사하다가 짐작되는 곳이 있어 관계자를 불러 확인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 오전 JTBC 뉴스는 "취재가 시작되자 학교 측은 지난주에야 진상조사팀을 꾸려 경위 파악에 나섰습니다"라고 보도했다. 당일 순천대 측은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교무부서장이 내부 구성원들(교수)에게 TF팀을 꾸린 것을 알렸다. 그리고 대학본부는 19일 오전 8시에 언론인들에게 박진성 순천대 총장의 성명서를 메일로 발송했다.

기자는 계속 A교수에게 여러 차례 사건에 대해 묻고자 연락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25일 오후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A교수는 20일에 동료교수들에게는 단체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순천대 막말 교수, #언어폭력, #교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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