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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가 다가온다. 누군가의 며느리이자 딸인 여성들은 대부분 명절이 즐겁기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에너지와 감정을 소모해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더 많을 것이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이는 시간이지만, 서로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달라 드러나지 않게 감정적 부딪침이 많아 피곤을 가중시키는 게 현대의 명절 풍경이다.

다양한 이유로 가족 간 갈등이 불거지고 감정이 상하니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사회생활 중에 받는 감정적 상처도 많은데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조차 자기와의 감정싸움을 해야 한다면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대부분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이 증폭되어 더 크게 감정에 휘둘리는 셈이다. 만일 자신을 자극하는 수많은 내적 외적 감정을 발전의 무기로 삼을 수 있다면 어떨까.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감정 안내서
▲ 감정이라는 무기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감정 안내서
ⓒ 북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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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무기>(북하우스)는 하버드대 심리학 박사로 오래 정서에 관한 연구를 한 수전 데이비드가 밝혀낸 감정 안내서다. 저자에 따르면 공포, 슬픔, 불안, 두려움,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도 나쁜 것이 아니다. 감정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무기로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진화시킨 신경체계라는 것이다.

'우리는 암초투성이의 인간관계를 미리 피할 수 있게 해주는 등대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또 직업이나 인생과 관련해서 우리가 추진하는 계획을 침몰시킬 수 있는 수면 아래의 위협을 살피는 감시병이나 레이다도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감정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공포, 불안, 즐거움, 환희 등과 같은 감정 말이다. 이 감정이라는 것은 우리가 인생의 복잡한 해류를 헤치고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진화한 신경화학 체계(neurochemical system)이다.' -11쪽

저자는 감정이라는 무기사용법에 익숙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감정을 어떻게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예를 들자면 우리는 감정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과거의 부정적인 느낌과 결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과거 실패의 경험이 가져다주는 좌절감, 수치심,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상대방에게 가졌던 분노, 슬픔, 모욕감 등이 되살아나 관계가 어긋나기도 한다. 명절에 시집 식구와 겪었던 갈등이 쌓여 명절이 즐겁지 않은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그런 감정들을 어떻게 자신을 위한 무기로 삼을 수 있을까. 저자는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회피하거나 굴절시키지 말고 솔직하게 마주하는 연습부터 할 것을 권한다. 인간은 대부분 불편한 감정과 마주하기보다 회피하거나 굴절시키거나 덮어버리는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없다. 감정을 바르게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걱정, 후회, 슬픔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삶의 만족은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이런 불편한 감정을 만나느냐 혹은 그런 감정들이 얼마나 강력하냐 하는 것에 달려있지 않고, 우리가 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에 달려있음이 밝혀졌다.' - 99쪽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부정적 감정에 후한 점수를 주기보다는 비판적 태도를 취하며 자책을 하거나 자기 자신을 비난한다.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라거나 '그래 나 같은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 등의 생각으로 자기를 스스로 폄훼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거나 남의 판단이나 평가를 절대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비판자가 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가 당신을 소유하도록 할 게 아니라 당신이 그 이야기를 소유할 필요가 있고 또 그 이야기를 연민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향해 의미 있는 연민을 발휘하는 것은 자기를 속이는 게 아니다. 당신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좋은 점은 좋은 점대로 또 나쁜 점은 나쁜 점대로) 깊이 이해하고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온전하게 주파수와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 118쪽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스리는 좋은 방법으로 저자는 페니베이커의 글쓰기 규칙을 소개한다. 타이머로 20분을 설정해놓고 자신이 겪었던 감정적 경험을 글로 써내려 가는 것이다.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기는 일을 며칠간 반복하고 쓴 글을 버린다. 컴퓨터로 작성한 글이라면 저장하지 않고 지워버린다. 그런 과정을 통해 감정의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감정이라는 무기를 잘 사용하는 해법은 감정의 노예가 아니라 감정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감정과 마주하기, 자신에게 내부의 비판자로 연민을 가지기, 감정에서 비껴 서기, 감정을 쌓아두지 말고 처리하기 과거의 감정과 연결시켜 현재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기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며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무기삼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팁. 마음을 잘 챙기는 법

1. 호흡에서부터 시작하라.
1분 동안 오로지 자기의 호흡에만 집중해라.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넷을 세라.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이 뛰어다니겠지만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이런 생각들을 인지하더라도 그냥 내버려둬라. 과정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마음을 챙겨서 관찰하라.
주변에 가까이 있는 어떤 대상을 하나 선택하라. 대상에 1분간 집중하라. 대상을 난생 처음 보는 것처럼 진심으로 열심히 바라보아라.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측면들을 따로 분리해서 그게 무엇인지 파악해라.

3. 일상적으로 판에 박힌 절차를 온전히 새롭게 다시 진행하라.
양치질처럼 당신이 날마다 하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어떤 것을 생각하라. 그다음에는 이 행동을 직접하되, 모든 단계와 모든 동작 그리고 시각, 청각, 촉각, 후각의 각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해라. 그리고 온전하게 인식하라.

4.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들어라.
조용한 재즈나 클래식 한 곡을 선택하라. 난생 처음 듣는 음악이기라도 한 것처럼 열심히 들어라. 음악을 판단하려 들지 말고 리듬과 멜로디와 구조에서 어떤 차이들이 있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해다.

덧붙이는 글 | 강정이라는 무기/ 수전 데이비드 지음. 이경식 옮김./ 북하우스/16,000



감정이라는 무기 - 나를 자극하는 수만 가지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심리 솔루션

수전 데이비드 지음, 이경식 옮김, 북하우스(2017)


태그:#감정, #감정 마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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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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