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떨어졌다. 내 이름이 없다. 될지도 모른다고 큰 소리를 치며 온 사방에 알렸는데, 궁금해 하는 지인들에게 면목이 안 서게 생겼다. 그보다는 지원금을 받아 책을 내려던 내 야심찬 계획이 물 건너가 버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 3월 중순경이었다. 출판 내수 진작과 우수한 출판 콘텐츠 발굴을 하기 위해 실시하는 이 사업은 총 지원 금액이 6억 3천만 원이나 걸려 있는 큰 공모전이다. 한 편당 지원금이 천만 원에 달하니 신청자가 많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총 선정 편수가 63편이나 되니 잘만 하면 그 속에 낄 수도 있다. 그런 희망을 안고 지원서를 내고 작품을 투고한 것이 지난 4월 중순의 일이었다.

공모전에 출품했지만 떨어졌다

기획안 쓰기는 글쓰기보다 더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 내 기획안이 심사위원들의 눈에 띌 수 있을까를 궁리하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문구들을 만들었다. 나름 꼼수도 부렸다. 일찍 내면 나중에 투고하는 작품들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을 염려가 있고, 마감일을 앞두고 허겁지겁 내면 그 역시 성의가 없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때를 보며 기다렸다가 마감일을 앞둔 삼사일 전에 조심스레 출품했다.

'꽃이 올라가는 길' 출판 기념회
 '꽃이 올라가는 길' 출판 기념회
ⓒ 정기영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나름 연구해가며 출품을 하고 기다리길 두 달 보름, 마침내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결과는 '꽝'이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된 것일까. 나보다 더 나은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에 선정된 63편을 살펴보니 유명 출판사도 여럿 보였다. 또 널리 알려져 있는 유명 필자의 이름도 보였다. 지명도가 있는 출판사와 필자들의 이름을 보면서 프로들이 나선 무대에 겁도 없이 내가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잘 모르면 용감하다더니 내가 그 짝이었던 셈이다.

출판계에는 봄과 여름의 두 시즌이 있다고 한다. 봄에는 책 제작비 1천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콘텐츠 사업에 응모하고 여름에는 세종도서 사업에 서류를 제출한다. 그리고 두 사업의 결과가 발표되는 6월말과 11월말을 기다린다. 그러니까 전문 출판사들도 지원금을 받기 위해 우수출판콘텐츠사업에 나선다는 말이다. 그러니 내 이름이 없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은 편했지만 떨어진 자의 자괴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강화나들길 이야기를 담은 책, '꽃이 올라가는 길'

나는 지금 책을 내기 위해 궁리하고 있다. 출판계가 불황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콘텐츠를 담은 책들은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 일 년에 약 삼만여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온다고 하는데, 설마 내 책 한 권 못 내랴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책을 낼 생각으로 이리저리 궁리를 해보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는 출판사도 없는데다 누구에게 부탁하려니 폐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그래서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고 있다.

사실 책을 한 권 내보기는 했다. '강화나들길에서 만난 진짜 강화 사람들의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내 책 <꽃이 올라가는 길>은 지난해 11월에 세상에 나왔다. 책이 나왔을 때 얼마나 설렜던가. 더구나 그 책이 광화문의 대형 서점에까지 들어간 것을 알고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뿌듯했다.

강화도와 강화나들길을 담은 책, <꽃이 올라가는 길>의 출판 기념회는 많은 분들의 사랑 속에 성황리에 열렸다.
 강화도와 강화나들길을 담은 책, <꽃이 올라가는 길>의 출판 기념회는 많은 분들의 사랑 속에 성황리에 열렸다.
ⓒ 정기영

관련사진보기


뭐든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그래도 쉬운 법이다. 책을 한 권 내봤기 때문에 두 번 째는 좀 쉬울 줄 알았다. 더구나 이번에 낼 책은 나름 시장성도 있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콘텐츠발굴사업에도 참여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이었고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내 책 내기는 처음이나 두 번째나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어떻게 하면 책을 낼 수 있을까. 어떤 신인 작가는 삼십여 군데의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겨우 출판을 했다는데, 나도 그렇게 하면 책을 낼 수 있을까. 그래서 다시 원고를 들여다보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2018년, 강화 방문의 해

내가 내고 싶어 하는 책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다. 지난 2013년 늦가을에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제주도> 편을 읽고 있던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강화도를 글로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강화도이지만 생각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고 늘 생각하던 나는 마치 강화도가 잠재적 가치를 무궁무진하게 품고 있는 블루오션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연재를 시작했고, 일 년 이상 강화도와 '강화나들길'을 담은 글을 썼다.

그렇게 쓴 내 글들은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며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도 많았고 페이스북이며 트위터에 옮겨간 사람 역시 많았다. 몇 만 명씩이나 되는 조회 수를 볼 때면 글 쓸 때의 고생이 보상 받는 듯했다. 또 내 글을 읽어준 모든 독자들에게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독자가 찾지 않는 글은 대답 없는 메아리와 마찬가지일 텐데, 내 글을 읽어주어서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함민복' 시인 내외분이 오셔서 출판기념회를 빛내 주었다.
 '함민복' 시인 내외분이 오셔서 출판기념회를 빛내 주었다.
ⓒ 정기영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일 년 이상을 '역사와 함께 걷는 강화나들길'이라는 제목 아래 총 40편 가량을 연재했다. 독자들의 호응도 높았으니 당연히 출판문예진흥원 공모에 선정될 줄 알았다. 강화도와 그곳에 얽힌 우리 역사를 담은 글이라 콘텐츠 역시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모전에 출품했고 결과를 기다렸는데, 생각과 달리 나는 고배를 마셨다.

사실 무명의 필자가 책을 출판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출판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체이니 수익을 낼 수 있는 책을 내고자 할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검증이 된 유명 필자의 글을 책으로 낼 경우 손익 분기점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잘만 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이런 까닭으로 출판사는 유명 필자를 선호할 것이며 그도 아니면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 글의 내용 역시 남달라야 함은 물론이다.

'역사와 함께 걷는 강화나들길'로 다시 시작

이러한즉슨 이름 없는 사람의 책을 내줄 출판사가 어디 있을 것인가. 까딱 잘못했다가는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데 누가 선뜻 책을 내주겠다고 하겠는가. 그러니 출판 지원금을 받아 그 돈으로 책을 내는 게 최고의 작전이며, 더구나 나라에서 홍보까지 맡아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다. 온 사방에 알리기에는 또 얼마나 좋을 것인가. 글로써는 장원급제를 한 것이나 매한가지일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나는 지원금도 탐이 났지만 명예가 더 탐이 났다. 출판문예진흥원의 공모전에 선정이 된다면 며느리가 글을 쓴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시어른들께 얼마나 큰 선물이 될 것이며 장모님이 책을 냈다는 점을 높이 사는 내 사위에게는 또 얼마나 큰 자랑거리가 될 것인가.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더니 내가 꼭 그 짝이었다.

2018, 올해의 관광도시 강화
 2018, 올해의 관광도시 강화
ⓒ 강화군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그 모든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나는 다시 광야에 맨 몸으로 나선 신세가 되었다. 책을 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매년 한 지역씩 '올해의 관광 도시'로 선정한다. 강화는 '2018 올해의 관광 도시'로 선정되었다. 그래서 강화군은 이 행사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관광객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럴 때 강화도와 '강화나들길'을 담은 책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더구나 내 책은 나들길과 그 길에 담긴 강화도의 역사를 함께 담고 있으니 청장년층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의 역사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다시 용기가 솟는다.

바야흐로 계절은 책읽기에 좋은 가을로 접어들었다. 여름내 지지부진하던 내 책 출판 계획도 가을과 함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선은 내 글들을 다시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테니, 내 글을 읽고 또 읽어본다. 올해가 가기 전에 광화문의 대형서점 진열대에 내 책이 놓이게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태그:#한국출판문예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사업, #강화나들길, #2018 강화방문의 해, #꽃이 올라가는 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