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매직 넘버를 '7'까지 줄이며 정규시즌 우승을 바라봤던 KIA에게 비상이 걸렸다. 지난 19일과 20일 SK와의 2연전에서 패배하면서 같은 기간 연승 행진을 이어간 2위 두산과의 격차가 1.5경기까지 좁혀졌다. 아무리 정규시즌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선 결코 KIA의 우승을 확신할 수 없다.

사실 8월 말에도 한 차례 위기가 찾아오기는 했다. 이 당시에도 1위 KIA와 2위 두산의 격차는 1.5경기였는데, 이 시점에서 두산의 추격이 멈췄다. 그 이후 두 팀의 격차는 다시 벌어졌고, KIA가 1위 자리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138경기를 소화한 두산의 잔여 경기 수는 6경기, 135경기를 치른 KIA는 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무엇보다 두 팀의 격차가 좁혀진 가운데 오는 22일 광주에서 펼쳐지는 두 팀의 맞대결에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KIA가 승리한다면 1위 굳히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두산이 승리한다면 KIA의 1위 수성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두 팀의 경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팀의 경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유준상


심상치 않은 두산의 분위기, 긴장해야 하는 KIA

세 경기가 더 많은 것이 KIA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최근 두산의 분위기가 KIA보다도 좋다는 것이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기록한 두산은 원정 경기에서의 강세를 이어가며 최근 4연승을 기록했다. 반면 KIA의 최근 10경기 성적은 5승 5패로 간신히 5할 승률을 지켰다.

전반기를 5위로 마감했지만 가파른 페이스로 2위까지 탈환한 두산으로선 큰 부담이 없다. 게다가 단기전에서 강력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플레이오프 직행도 나름 의미있는 성과이다. 1위에 올라서면서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것도 좋은 시나리오이지만 지금의 자리를 지키면서 정규시즌을 마감해도 나쁘진 않다.

오히려 심적으로 부담이 많은 팀은 KIA이다. 최근에는 '에이스' 양현종과 헥터가 나오는 날에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정규시즌 내내 1위 자리를 잘 지켜왔던 KIA로선 당연히 1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하는 것이 베스트인데, 만약 1위 자리를 내준다면 KIA의 한국시리즈 직행이 무산될 수도 있다.

한 달 전과 상황은 비슷해도 KIA가 느끼는 압박감은 다르다. 두산보다 세 경기를 덜 소화했을 뿐 잔여 경기 수 자체는 한 달 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1패를 기록할 때 받는 충격이 심할 수밖에 없다.

탄력적인 기용으로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컨디션 관리에 신경 쓰며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원하는대로 경기를 풀어가진 못하고 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전반기(0.310, 1위)보다 후반기(0.292, 3위) 팀 타율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전반기만큼 타자들의 방망이가 뜨겁지 않은 것은 KIA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다.

 지난 7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두산전 당시 모습. 이제 두 팀의 남은 맞대결은 딱 한 번, 오는 22일에 펼쳐진다.

지난 7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두산전 당시 모습. 이제 두 팀의 남은 맞대결은 딱 한 번, 오는 22일에 펼쳐진다. ⓒ 유준상


남은 맞대결은 딱 한 번, 결과에 따라 1위 주인공 가려질 수도

잔여경기 일정이 시작되면서 각 팀마다 짜여진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있다. KIA와 두산 모두 공교롭게도 21일 경기 일정이 없다.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이후 두 팀은 22일 광주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

이젠 승차가 1.5경기까지 좁혀졌기 때문에 두 팀 모두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KIA는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다는 점에서, 두산은 마지막 기회를 살려 1위 탈환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승리를 원한다.

두산에서는 '좌완 에이스' 장원준, KIA에서는 '시즌 18승' 헥터가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홈(16G ERA 2.76)보다 원정(11G ERA 4.27)에서 좋지 않았던 장원준은 올시즌 개막 이후 처음으로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마운드에 오른다. 장원준이 제 몫만 해준다면 원정 경기에서 강한 타자들의 한방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한편 KIA는 헥터 노에시가 선봉장으로 나선다. 19일 SK전에서 등판한 양현종은 이 날 6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고, 이민우가 선전한 20일 SK전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KIA이다. 선발진의 부진을 털어내고 매직넘버를 '5'로 줄이기 위해선 헥터의 호투가 간절하다.

1승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는 경기이다. 1위 경쟁을 끝까지 이어가려는 두산과 줄곧 지켰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KIA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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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KBO 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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