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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지난 18일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행위는 헌법의 평등정신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의견 표명'이란 제목으로 교육부장관과 각 시·도교육감에게 중증장애인의 교육권 증진을 요구했다. 인권위는 교육부장관과 각 시·도교육감에게 특수학교 신설에 적극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서울특별시장과 강서구청장에게 특수학교 설립 반대 등 장애인을 배제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장애인 이해와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인권위는 지역 발전을 바라는 지역 주민 요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본다. 다만, 장애인 특수학교가 지역사회 안전이나 발전을 막고 해친다는 근거가 없고, 장애인 특수학교만은 안 된다고 반대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아이라면 누구라도 평등하게 누려야 하는 기본권을 개인과 집단 이익을 위해 막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는 헌법 제11조, 교육기본법 제4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밝힌 평등정신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특수학교의 과밀 학급은 장애학생에게 교육권을 적절하게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하루 두세 시간 걸리는 원거리 통학은 장애학생의 교육권뿐만 아니라 건강과 안전권을 해친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에 마땅한 학교가 없어 가정과 시설에서 순회교육서비스만 받는 중도·중복장애학생까지 생각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지난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8만 7950명으로, 이 가운데 30%가 특수학교에 다니지만, 법정 정원을 지킨 특수학교는 84.1%에 그쳤고, 서울시 8개 구에는 특수학교가 없어 2~3시간씩 걸려 학교에 다니고 있다.

동해·삼척 장애학생들, 두세 시간 걸려 학교 다녀

이러한 상황은 강원도라고 다르지 않다. <2016년 특수교육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도내에 특수교육대상자는 2942명이나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은 932명으로 고작 31.6%다. 도내에는 현재 공립 특수학교 다섯 곳(춘천 동원, 계성학교, 원주 청원학교, 강릉 오성학교, 속초 청원학교)와 사립 특수학교 두 곳(춘천 명진학교, 태백 미래학교) 해서 모두 7개교가 있다. 이 말은 그 밖의 12개 시·군에는 특수학교가 없다는 말이 된다.

강원도내 특수학교 현황 강원도 내 시군별 특수학교 현황
▲ 강원도내 특수학교 현황 강원도 내 시군별 특수학교 현황
ⓒ 이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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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권장하지만, 중증장애학생은 학생 한 명 한 명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 지원이 이뤄져야만 한다.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이지만 가까운 데 특수학교가 없는 까닭에 가정이나 시설에서 순회교육을 받는 학생이 2592명에 이르며, 동해와 삼척 지역 장애학생 60~70명은 하루 두세 시간씩 걸려 강릉 오성학교나 태백 미래학교로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강원도교육청은 2019년을 목표로 동해시 옛 남호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우여곡절 끝에 발표했지만 다시 주민 반대에 발목이 잡혀 조금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인권위 의견은 의미가 크다. 더욱이 지역 내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교육청과 지역 주민의 대립으로만 여겨 팔짱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들어야 할 말이다.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지역 주민 앞에 무릎 꿇는 부모가 더는 없도록 강원도지사와 동해시장은 적극 주민 설득에 나서라는 소리다.

멀고 먼 다른 나랏일이 아니라 문명국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엄연한 현재진행형 일이다. 지구촌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2018동계올림픽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겠다는 강원도의 일이요 동해시의 일이다. 인권위는 지역 내 특수학교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건 헌법 제11조 평등정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부디 부끄러운 어른들로 기억되지 않도록, 사람이 돈보다 천대받지 않도록 강원도와 동해시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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