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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100여 권의 신간이 사무실에 온다. 책 포장을 뜯어 신간을 파악하는 일은 출판 담당자의 중요한 일 중 하나. 그런데 보다 보면 '책 제목이 왜 이래?' 싶은 책이 있다. 가령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책같은. 그 전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란 책도 있었다(2016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 편집기자는 송경아의 소설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 연구 부분 인용>(여성사, 1994)을 가장 충격적인 제목의 책으로 꼽기도. 그래서 모아 봤다. '독특하다' 싶은 제목의 책들을. 그리고 출판사에 직접 물어봤다. "왜 이렇게 하신 거예요?"

먼저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를 낸 출판사 미래엔 단행본개발팀 류다현 편집자의 말이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고바야시 미키의 원서 제목 <夫に死んでほしい妻たち>(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아내들)을 조금 더 자극적으로 바꿔 낸 제목안이었다. 더 섬뜩한 제목 '남편의 유골은 지하철 선반에 버리는 거야'와 사회서 느낌을 살린 '남편 혐오' 등의 안도 있었지만, 거의 만장일치로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로 정했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이 책은 표지 디자인이 좀 특별하다. 뒷날개를 변형해 만든 두 번째 책등에 <어쩌면 내 아내도 꾸는 꿈>이라는 제목이 하나 더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를 책장에 꽂기 망설여진다는 의견을 반영한 이 디자인은, 모를 땐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알고 나면 심각한 사회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는 책의 메시지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표지와 숨어 있는 제목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표지와 숨어 있는 제목
ⓒ 미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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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으로 저자의 속마음을 드러낸 책도 있다. 모든 저자들의 속마음이기도 할 법한 이 책은 바로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다. '쌩초보도 5주면 쓸 수 있는 돈 버는 로맨스 글쓰기'라는 부제가 달렸다. 앵글북스 강선영 대표에게 물었다. "책 제목이 왜 이런 거예요?" 묻자마자 '하하하' 호탕한 웃음 소리가 들렸다.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표지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표지
ⓒ 앵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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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분이 뭐랄까. 글쓰기로 먹고 살려면 (돈을) 제대로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셨어요(웃음). 로맨스 소설은 독자들이 재밌게 읽으면서 한편으로 '나도 한번 써볼까' 싶은 마음이 많이 들게 하는 장르잖아요. 특히 여자분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런 거면 나도 쓰겠다 이런 말을 잘 하기고 하고.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면 감을 잘 못 잡고, 동기부여가 약하다고 저자님이 말씀 하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쓴 책이에요.

알고 보면 이 로맨스 소설 쓰시는 분들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요. 중학교 2학년부터 70대 노인까지. 억대 연봉 소유자들도 있고. 책을 내기 전에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길 하면서, 어떤 친구는 로맨스 소설을 취미로 쓰는데, 용돈도 벌고 등록금도 내더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 친구가 "뭔가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 달라,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로맨스 소설 써서 대박났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서 처음엔 <로맨스 소설로 연금타기>라는 제목도 생각했어요(웃음). 처음부터 이 책을 볼 독자 타깃으로 로맨스 소설을 정말로 좋아해서 쓰고 싶은 사람들로 전제했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유명세도 타고 돈도 벌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라는 제목으로 결정하게 됐어요."

'놀랍고도 이상한' 제목의 책을 수소문 하기 위해 동네서점 책방지기들의 도움도 요청했다. 청주 꿈꾸는책방 책방지기 정도선씨는 여러 권의 책을 추천했다.

<화합의 리더 박근혜>,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소맥황금비율>, <잃어버린 보온병>, <조까라마이싱>, <선생님이 먼저 때렸는데요>, <클럽에서 만난 남녀는 왜 오래 가지 못할까>, <죽지 않고 모터사이클>, <중2병 대사전>, <남자는 섹스말고 무엇을 생각하는가>, <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일>, <오빠 알레르기> 등등.

그중에서 김일석 시인의 시집 <조까라마이싱>이 눈에 띈다. 사실 이 말은 시에 등장하는 시어다(물론 욕이기도 하다). 2014년 10월 출간 당시 출판사 산지니 블로그에는 제목에 얽힌 일화가 하나 소개된다.

사무실에서 "팀장님 제 공유폴더에 조... 까라마이싱 넣었어요", "편집장님 조까... 라마이싱 수정했어요"라고 부르면서도 '멈칫멈칫'했더라는. 처음엔 너무 제목이 세지 않나 싶었지만, 나중에는 친근해지더라는 이야기. 그 친근한 시어가 담긴 시는 이렇다.

걸레 빗자루 들고 구석구석 박박 기던
늙고 값싼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가
덜거덕거리는 무릎과 허리 곧추세워 대오를 짜니
교육 모리배들아, 느낌 어떠냐?
황당하냐?
기분 더럽나?
여태 모르겠느냐?
노동자가 노동을 멈추면 모든 게 멈춘다는 걸
에라이 니기미
조까라마이싱이다!
- <조까라마이싱> 일부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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