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배구 대표팀 입국 장면... 왼쪽이 정진심(182cm) 선수

북한 여자배구 대표팀 입국 장면... 왼쪽이 정진심(182cm) 선수 ⓒ SMM TV 화면 캡처


올해 한국 여자배구에 가장 중요한 대회가 시작됐다. 첫 경기는 6년 만에 성사된 남북 대결이다.

한국 여자배구팀은 20일부터 태국 나콘빠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아시아지역 예선전(B조)에 출전한다. 한국은 20일 오후 5시 30분(한국 시각 기준) 북한과 첫 대결을 펼친다. 이어 22일 이란(오후 8시 15분), 23일 베트남(오후 5시 30분), 24일 태국(오후 8시 15분)과 차례로 경기를 펼친다. 이번 대회는 5개 팀이 풀리그로 경기를 치러 2위까지 2018 세계선수권 대회 본선 출전권을 획득한다. 한편, A조는 같은 기간 카자흐스탄에서 카자흐스탄, 중국, 대만, 호주, 피지가 역시 2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열전을 펼친다.

한국 여자배구팀이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2위 안에 들어 세계선수권 본선 티켓을 따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첫 경기인 북한전에서 승리해야 한다.

세계선수권 본선 티켓을 따낼 경우, 한국 여자배구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추가로 확보되기 때문에 2020년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 출전 자격을 조기에 확정 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두 번째는 태국전 승리다. 한국은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태국에게 0-3으로 완패당한 바 있다. 이번에는 설욕이 필요하다. 태국전 승리가 중요한 이유는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내는 데 최대 경쟁 상대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패할 경우 자부심과 기세가 크게 꺾일 수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태국에게 계속 밀릴 경우, 여자배구도 도쿄 올림픽 출전조차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북한판 정호영' 등장... 북한 세터·센터진 변화 주목

첫 상대인 북한은 세계랭킹이 115위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을 거의 참가하지 않아 랭킹 점수를 획득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한국이 북한에 크게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배구에서 남북 대결은 지난 2011년 9월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대회 8강전에서 한국이 북한에 세트 스코어 3-1(25-20, 25-14, 22-25, 25-14)로 승리한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한국의 김연경과 북한의 정진심은 똑같이 30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북한 여자배구팀의 최근 국제대회 출전은 지난해 9월 필리핀에서 열린 2016 아시아 여자배구 클럽선수권 대회였다. 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4.25팀은 조별 예선에서 2전 전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순위 결정전에서 2전 전승을 기록하며 9위를 차지했다. 4.25팀은 북한 국가대표 선수가 대거 포함돼 있어 사실상 북한 국가대표팀이나 다름없다.

6년 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정진심(26세·182cm·레프트)과 김용미(26세·176cm·레프트)가 북한 대표팀의 주 공격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아시아 클럽선수권에서는 정진심이 건재한 가운데, 리라향(21세·179cm·레프트)과 주운향(28세·173cm·라이트 겸 센터)이 새로운 주포로 급부상했다.

북한은 이번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에는 선수 구성에도 큰 폭의 변화를 줬다. 지난해까지 주전 레프트였던 김용미(26세·176cm), 주전 센터였던 김운종(27세·182cm)과 백업 센터였던 김옥솔(20세·182cm), 주전 세터였던 민옥주(28세·176cm)와 황해연(20세·176cm) 등 5명이 이번 대표팀에서 빠졌다.

그 빈자리에 4명의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특히, 2002년생으로 만 15세에 불과한 김현주(16세·182cm)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북한 대표팀이 제출한 선수 프로필을 살펴보면, 김현주의 스파이크 높이는 310cm로 북한 선수 중 가장 높다.

지난해 한국이 만 15세의 중학생인 정호영(190cm·레프트 겸 라이트)을 성인 국가대표팀에 전격 발탁해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회에 출전시켰던 것과 흡사하다. 정호영은 당시 교체 멤버로 간간이 출전했지만, 국가대표팀에서 안목을 키운 이후 1년 사이에 기량이 더욱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 대표팀은 김현주 외에 김홍화(23세·183cm), 손향미(20세·171cm), 최수정(29세·163cm)도 이번 대표팀에 새롭게 합류시켰다.

북한의 주전 선수 구성에 일부 변화가 생기면서 새롭게 발탁된 선수들의 기량 파악과 대응이 한국 대표팀의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북한 4.25팀을 이끈 감독은 세르비아 출신의 모로 브라니슬로프(MORO BRANISLAV)로 외국인 감독이었다. 이번 북한 대표팀은 우청송 감독이 이끈다.

세계선수권 티켓-태국전 승리해야 '유종의 미'

이번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에 한국 대표팀은 양효진(현대건설)을 제외하고 주전 선수가 대부분 출전한다.

레프트 포지션은 김연경(상하이), 박정아(도로공사), 이재영(흥국생명), 황민경(현대건설), 최수빈(KGC인삼공사)이 나선다. 라이트는 김희진(IBK기업은행)과 하혜진(도로공사)이 책임진다. 센터는 김수지(IBK기업은행), 김유리(GS칼텍스), 한수지(KGC인삼공사)가 맡는다.

코트의 지휘자 격인 세터는 조송화(흥국생명)가 올해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고은(IBK기업은행)도 뒤를 받칠 예정이다. 리베로는 김연견(현대건설)과 나현정(GS칼텍스)이 활약한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올해 처음 선발된 조송화 세터는 기존 선수들과 불과 3일밖에 연습하지 못했다. 현재 진행중인 KOVO컵 때문에 프로 구단별로 대표팀 선수를 2명씩 균형을 맞추려다 보니 포지션별로 제대로 선수 보강을 하지 못한 측면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20일 한국-북한전은 지상파 방송사인 KBS 2TV에서 생중계한다. 또한,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인 SPOTV는 자사 소속인 SPOTV, SPOTV+, SPOV2 채널을 통해 북한전을 비롯 한국 팀의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한국-북한전 지상파 해설은 이숙자 KBSN스포츠 해설위원이 맡는다. SPOTV는 1990년대 여자배구 호남정유 신화의 주역이었던 홍지연 전 국가대표 선수가 해설로 첫선을 보인다.

치솟고 있는 여자배구의 인기와 남북 대결의 특수성·화제성 등이 반영되면서 방송과 언론의 관심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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