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우의 수를 따지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마지막 기회를 노리던 LG로선 최근 2연패가 너무나 뼈아프다. kt와 한화를 차례로 만나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사이 SK는 KIA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5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9월 한 달간 LG는 7승 1무 9패를 기록해 승률이 5할도 채 되지 않는다. SK가 9월 16경기에서 10승 6패를 기록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4년간 2015년을 제외한 나머지 세 시즌에서는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던 LG가 정규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20일 패배로 7위로 내려앉은 LG에게 남은 기회는 거의 없다.

20일 패배로 7위로 내려앉은 LG에게 남은 기회는 거의 없다. ⓒ 유준상


야구는 투수놀음이지만... 투수들 받쳐 줄 수비-공격 집중력 부족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LG 선발진의 9월 팀 평균자책점은 3.14로 놀랍게도 리그에서 가장 낮다. 상위권에 위치한 KIA(4.11, 3위)나 두산(5.32, 6위) 등과 비교해보면 굉장히 준수한 편이다. 허프, 차우찬, 소사 등 선발 투수들의 역투가 계속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불펜 투수들의 9월 팀 평균자책점은 5.40으로 선발진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이다. 피홈런은 1개로 가장 적었는데 피안타율은 0.312로 꽤 높다. 다시 말해 투수들이 장타보단 상대 타자들의 연속 안타를 허용했고 야수들의 집중력 부족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불펜이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이번 달 무승부나 패배를 기록한 10경기 가운데 3점 차 이내로 마무리된 경기는 6경기로 뒷심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주 14일과 15일 수원 원정에서 kt에게 이틀 연속으로 끝내기를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5위를 바라보던 LG의 희망도 이 때부터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다른 것보다도 수비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잦다. 내야와 외야를 가리지 않고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경기 중후반 접전 상황이 됐을 때 리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팀 타자 WAR은 14.52로 kt(8.76) 다음으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두산(33.80, 1위)이나 KIA(29.44, 2위), NC(24.34)에 비해 수치가 확 떨어진다. 이는 결국 한 시즌 동안 타자들의 고른 활약이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용택을 제외하면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타자는 거의 없었다.

크게 의미없는 경우의 수, 남은 경기에선 최대한 승리해야

현시점에서 LG가 경우의 수를 따진다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현실적으로 SK가 세 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LG가 3.5경기 차를 뒤집으려면 SK의 결과를 의식하지 말고 승수 쌓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 이후에 경우의 수를 계산해도 된다.

중위권 팀들뿐만 아니라 상위권이나 하위권 팀들과 비교해보더라도 LG의 잔여 경기 수가 많다. 월요일을 제외하면 휴식일이 27일 딱 하루 뿐이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잔여 경기가 많은 게 LG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모르지만,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LG의 부진 원인이 결코 특정 선수나 감독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의 책임이다. 느슨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나 선수 기용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 양상문 감독도 지금의 위기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올시즌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년 시즌 준비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LG의 잔여 경기는 총 10경기. 5위 탈환 여부를 떠나 올시즌을 마무리하는 과정인 만큼 10경기에서 어떤 내용을 보여주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LG의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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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KBO 기록실,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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