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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 공정무역 응원캠페인
▲ 수원아이쿱생협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 공정무역 응원캠페인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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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절기로 따져서 백로와 추분 사이에 있다.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고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가을 기운이 완연해지는 시기이다. 옛 선조들은 이 시기가 되면 고된 여름 농사를 다 짓고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었다. 이런 시기에는 잠시 일을 손에서 놓고 마을을 거닐며 구경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지난주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공정무역 응원캠페인' 수원아이쿱생협에서 보낸 문자였다. 주제가 의미 있고 배울 내용이 많아 보였다. 요즘 재밌는 것을 찾으며 마을을 이리저리 탐방하고 있는 나에게 참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게임판 아래에는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희망을! 공정무역!!"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 꼬마 게임 진행자 게임판 아래에는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희망을! 공정무역!!"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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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생협 앞에 도착하자 한 조합원분이 상품을 준다며 이벤트 게임을 권유했다. 상품을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린 꼬마 학생이 게임 진행자를 맡았다. 번호가 가득한 판에 상품 이름이 적혀있는 막대를 올리고 꼬마 진행자가 준 숫자 막대 중 하나를 뽑아 나오는 숫자에 상품을 받는 게임이었다.

처음 뽑았을 땐 꽝이 나왔는데, 상품에 눈이 먼 나를 의식했는지 꼬마 진행자는 나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었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꽝이 아닌 코코아를 받게되었다. 게임판 아래에는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희망을! 공정무역!!"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바로 옆에는 경기도 '공정무역 도시' 응원 서명 캠페인이 진행 중이었다. 서명판 옆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탁자에 앉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들이 만든 커피를 마시거나, 중국 사람들이 재배한 차를 마시거나,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재배한 코코아를 마신다. 우리는 일터로 나가기 전에 벌써 세계의 절반이 되는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 흑인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킹 주니어 -

우리 삶은 지구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함께하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경기도는 지역경제 활성화, 글로벌 도시로의 발전, 시민/지자체의 조화와 협력 시스템 구축을 위해 '공정무역 도시'를 추진합니다.

내가 글을 읽고 있을 때 조합원분이 다가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국내에서 거의 나지 않는 커피라든지 코코아, 초콜릿, 아몬드, 와인 이런 것들을 해외에서 대부분 수입해 오잖아요. 그런데 이런 물품들을 만들 때 해외에 계신 농부들만 일하는 게 아니라 어린이들을 동원한 아동노동 착취도 많이 있어요. 그리고 공정한 가격을 지급하고 사 오는 게 많지 않고요. 그래서 저희는 공정한 가격을 지급하고 물건을 사 오는 공정무역 운동을 하려는 거에요.

여성노동도 마찬가지예요. 여성들이 임금에서 차별을 받거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것은 취급하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공정한 가격을 지급한 그런 물품을 쓰자는 거에요. 지금 경기도에서도 '공정무역마을(도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고, 아이쿱생협 같은 경우에는 이미 공정무역 물품을 다루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경기도의 캠페인도 알리고 서명도 받는 거에요."

공정무역 응원 서명 캠페인 패널
 공정무역 응원 서명 캠페인 패널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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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마을 캠페인은 2000년도 영국 가스탕을 시작으로 2017년 7월 기준 29개국 1971개의 도시가 공정무역마을을 이룬 글로벌 운동이다. 경기도에서도 작년 11월에 공정무역 경기포럼을 조직하여 경기도 공정무역 지원 조례 제정 추진, 그리고 공정무역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기도 차원의 정책 및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나도 한 손에 앞서 받은 코코아를 쥐고 공정무역을 위해 하나의 서명을 더 했다.

수제 EM비누와 수세미 등 천연제품을 팔고 있는 수원영통 아이쿱생협 조합원
 수제 EM비누와 수세미 등 천연제품을 팔고 있는 수원영통 아이쿱생협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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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코코아 같은 상품 주는 곳이 또 있으리라는 생각에 두리번거리다 가지런히 진열된 비누와 수세미가 눈에 띄었다. 비누는 공짜는 아니었지만 마침 집에 비누가 다 떨어져 옆에 있던 수세미 하나와 비누 2개를 샀다. 수세미와 비누는 조합원들이 틈틈이 시간 날 때 모여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정성이 느껴지는 수세미와 비누였다. 판매 수익은 세월호 치유센터 '이웃'에 지원된다고 한다.

나에게 비누와 수세미를 판매한 조합원이 바디버든 캠페인 판플랫 하나를 건네며 이야기했다.

"이건 평소 자기 식습관을 점검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에요. 몸속에 쌓이는 유해물질 총량을 바디버든이라고 하는데, 냉장고에 하나 붙여놓고 내가 평소에 독소배출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점검해볼 수 있어요."

체크리스트에 내용 중 '하루 수분 섭취 2리터', '일주일 세 번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이 있었다. 수분섭취와 배출이 수용성 환경호르몬 배출을 돕는다는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또 스프레이 제품 사용 제한, 색조 화장품 피하기 등 유해물질을 줄이는 방법이 많이 소개되어 있었다.

아이쿱생협 조합원이 비누를 만드는 모습
▲ 친환경 EM 비누만들기 아이쿱생협 조합원이 비누를 만드는 모습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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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부스에는 친환경 EM비누만들기 체험이 진행 중이었다. 비누를 만드는 조합원 앞에는 어머님들과 꼬마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비누 만들기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합원은 마치 마술사가 마법 약을 만들 듯 비누를 만들며 제조과정을 설명했다.

"안녕하세요. 비누 만들기 시작할게요. 어머님들도 들으세요. 들으시고 나중에 한 번 만들어보세요. 비누를 만들 때 물과 비누가 섞여야 하는데, 기름하고 물하고 섞여요? 안섞이죠...그래서 유화수를 넣을 거에요. 그리고 여기에 세척력이 강한 가성소다를 넣을 거에요. 가성소다가 화학명으로 뭔지 아세요? 모르시죠?

수산화나트륨, NaOH가 가성소다 잖아요. 그렇죠?! 여기에 들어가요. 가성소다는 피부에 처음에 닿으면 따가워요. 그래서 비누를 만들면 반드시 4주 뒤에 쓰셔야 해요. 다른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고, 가성소다랑 기름, 물 그리고 미강가루만 들어가요. 시중 비누보다 좋은 점은 이외에 다른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5분에서 10분 정도 저어주시면 이렇게 비누가 되는 거예요. 되기 쉽죠? 세척력 좋고요. 4주 뒤에 쓰시면 돼요. 녹음하고 계세요? 아 부끄럽네. (하하하)"

굳기전 비누는 우유에 탄 미숫가루 같았다. 비누 만들기가 어렵진 않지만 4주나 기다려야 해서 앞서 구입한 비누에 만족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친환경 EM비누 만들기 체험하고 있다.
 아이들이 친환경 EM비누 만들기 체험하고 있다.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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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부스에서는 공정무역 저금통 만들기가 진행 중이었다. 꼬마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종이 저금통을 만들어 공정무역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나는 사실 공정무역 마크를 그날 처음 접했다.

공정무역 저금통 만들기 체험
 공정무역 저금통 만들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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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저금통 만들기 체험
 공정무역 저금통 만들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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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체험을 마치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바삐 움직이는 수원아이쿱생협 김은정 이사장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 오늘 캠페인은 어떤 계기로 기획하시게 된 거에요?

"저희는 일 년에 한두 번씩 가을쯤에 조합원들과 같이 매장 앞에서 아이들하고 같이 모여서 간단한 체험이나 저희가 하는 캠페인 같은 걸 알리는 행사들을 하거든요. 때마침 지금 경기도에서 공정무역 도시 선포를 준비하고 있어요.

또 아이쿱생협이 수입에서 공정무역 거래를 제일 많이 하는 단체 중에 하나에요. 자체 캠페인으로 몸에서 독소를 없애는 바디버든 켐페인하고 경기도의 공정무역 도시 캠페인을 오늘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생활 소비자 협동조합이다 보니 특성상 조합원들이 어린 자녀를 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체험은 보통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과 건강에 관련된 것들 위주로 진행해요."

수원아이쿱생협 김은정 이사장
 수원아이쿱생협 김은정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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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무역 캠페인과 관련해서 생협에서 또 어떤 일을 하나요?

"저희는 공정무역 물품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조합원 교육에 공정무역 내용을 다루고 공정무역에 관련된 심포지엄을 연다거나 하고 있죠."

- 저는 공정무역 마크를 오늘 처음 본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마크인가요?
"우리나라에서 만든 건 아니고 공정무역 마크가 국제적으로 하나는 아니고 국가마다 다르기도 하고 단체마다 다르기도 한데 우리나라에선 주로 저 페어트레이드(FAIRTRADE) 마크를 많이 쓰고 있고요. 다른 마크들도 있는데 국내 회사에서는 마크가 찍혀있는 경우도 있고 글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정리하면 공정무역 제품은 'FAIRTRADE'라고 표기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확인하시고 사시면 됩니다."

- 그럼 아이쿱생협에 공정무역 제품이 많나요?
"네. 아이쿱에서 수입하는 것들은 되도록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초콜릿이나 커피, 후추 이런 수입하는 완제품은 거의 다 공정무역으로 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공정무역이라도 거의 수입하지 않아요. 예외적으로 바나나는 제주도에 저희가 생산지가 한 군데 있기는 한데 바나나가 탄소배출량이 많고 국내 가격도 굉장히 비싸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는 공정무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더 취급하고 있어요. 바나나 같은 경우 작년에 저희가 300톤 정도를 예상하고 수입을 시작했는데, 올해 공정무역 바나나 수요가 많아 900톤 정도가 소비됐어요."

- 뜻깊은 캠페인 같은데, 이 캠페인 이후 목표나 바람이 있을까요?
"우선 공정무역 교육이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경기도에서 공정무역 도시가 선포되면 아무래도 여러 단위에서 교육이 진행될 것 같은데, 어른들도 중요하지만, 특히 아이들에게 교육을 통해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아이쿱에서는 세월호 관련해서 캠페인도 진행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공익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공적인 일들에 인식이 좀 확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또 저희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기업처럼 기업 주주에게 이윤이 가는 형태가 아닌 이윤이 다시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더 많은 사람이 협동조합의 운영형태를 이해하고 관심을 더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있어요."

수원아이쿱생협 김은정 이사장
 수원아이쿱생협 김은정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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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수원아이쿱 이사장은 아이쿱에서 기획한 이런저런 재미난 행사를 소개해 주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조합원들이 머리에 얹은 모자를 손으로 누르고 날아가는 물품들을 주워오기도 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이런 이벤트를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 더 열심히 동네를 휘젓고 다녀야겠다.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 공정무역 응원캠페인 모습
▲ 수원아이쿱생협 조합원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 공정무역 응원캠페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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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정무역, #바디버든, #우리마을탐방기, #수원, #아이쿱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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