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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소통기간 쌓인 우편물
 특별소통기간 쌓인 우편물
ⓒ 유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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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무원 생활, 첫 번째로 발령받은 곳이 우편집중국이었고 지금까지 햇수로 6년째 같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집중국이 뭐하는 곳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아마 보통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곳에서 어느 정도 일한 지금, 내가 일하는 곳과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우편집중국은 말 그대로 우편물이 모이는 곳, 집중되는 곳이다. 모이는 이유는 모였다가 구분되어 나가기 위해서이다. 곧, 집중국이 하는 일은 우편물을 행선지 별로 구분하는 것이다. 전국을 24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마다 하나씩 집중국이 있고 하나의 집중국은 저마다 딸린 식구들(권역 우체국)을 거느리고 있다. 이를테면 부산지역에는 부산 집중국이 광주, 전남 지역에는 광주 집중국이 있으며 인구와 물자가 모여있는 수도권에는 7개의 집중국과 4개의 소포물류센터가 오밀조밀하게 분포되어있다.

우편집중국은 24시간 돌아간다

우편집중국의 하루 일과는 보통 우체국에서 오전에 접수된 우편물이 도착하는 오후 1시경부터 시작된다. 이때부터 오후 10시까지는 '발송 구분'이라고 하여 권역별 구분을 한다.

곧,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전국의 24개 집중국으로 보낼 우편물을 구분하는 것이다. 구분된 우편물은 일정 물량이 차면 바로바로 우편차에 실어 해당 집중국으로 보낸다. 이 과정이 끝나면 잠시 숨을 고르고 작업장 정리를 한 다음 바로 '도착구분'으로 전환한다.

도착구분은 배달우체국별로 나누는 일이다. 한 집중국이 발송 구분할 동안 다른 집중국에서도 똑같이 움직여서 각각의 집중국으로 보낸 우편물들은 작업장 한쪽에 차곡차곡 쌓여있다가 다시 한 번 도착구분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배달 우체국별로, 또는 담당 집배원별로 구분되어 배달준비가 완료되는 것이다.

도착구분은 대략 새벽 6~7시경에 끝나고 아침 일찍 배달 우체국으로 인계된다. 눈썰미 있는 분들은 파악하셨겠지만 우편집중국은 매일 이렇게 밤샘 근무를 한다. 새벽에 도착구분이 끝나고 오전시간에는 파손이나 오도착 등 민원 우편물을 처리하고 다음날을 위한 작업도구 및 작업장 정리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집중국은 그야말로 24시간 풀가동을 하는 셈이다. 우리가 오늘 오후 늦게 우체국에서 부친 편지나 소포를 내일이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받아볼 수 있는 것은 밤새워 일하는 집중국 노동자들 덕분이다.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여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 '익일배송'임을 실감하고 있는 나로서는 요즘 유행하는 당일배송이니 총알배송 심지어 로켓배송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얼마나 더 '빡세게' 움직여야 그런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 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답답한 심리적 현기증을 느낄 때가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정말 화급을 다투는 일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것까지 이런 경쟁의 대열에 들어서 필요 이상으로 빨리빨리 움직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집중국에서는 처리 속도와 효율성을 위해 대부분의 우편물을 기계로 구분한다.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칠 때, 규격봉투가 아니면 추가 요금을 받고 소포는 정해진 크기나 무게를 벗어나면 아예 접수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규격봉투가 아니면 시간당 3만 통쯤 처리할 수 있는 기계로 구분하는 대신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며, 소포의 경우 아예 기계에 투입이 되지 않거나 작업자들이 그러한 물건을 처리하다가 부상을 당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나도 집중국에 근무하면서 알게 됐다.

소포구분기
 소포구분기
ⓒ 유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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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소통기간, 물량이 산더미다

우편집중국에는 평상시 처리 기간 외에 '특별소통기간'이라는 것이 있다. 설과 추석 등 명절을 전후한 2~3주 정도의 기간과 매년 10~11월의 가을걷이 기간이 그것이다. 명절 소통 기간에는 평상시의 두 배가 넘는 물량이 비교적 단기간에 쏟아진다. 이때는 기계와 가용 인력을 총동원하고 아르바이트까지 써가면서 산더미같이 쌓인 물량을 처리한다. 언론에 우편집중국이 노출되고 높은 사람들이 '격려' 방문을 오는 것도 주로 이즈음이다. 그래서 집중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다른 의미에서 '명절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또 가을걷이 기간에는 주로 쌀, 고구마, 과일, 김치, 젓갈 등 시골에서 보낸 정성이 담긴 수확물이 많이 도착해서 이를 다루는 작업자들도 덩달아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지만 한 가지 힘든 점은 이러한 수확물이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것은 무엇일까? 쌀, 고구마, 옥수수 등 전통 강자들을 제치고 몇 년 사이 새롭게 등장한 '신흥 강자'는 바로 절임 배추다.

집중국마다 공통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특별소통 외에 지역별로 특산품이 수확되는 시기는 자연스럽게 해당 집중국의 특별소통 기간이 된다. 무슨 얘긴가 하면 참외가 많이 출하되는 4월에서 5월은 주산지인 경상도 성주를 권역으로 하고 있는 대구우편집중국의 '참외 특별소통'기간이고, 매실이 많이 수확되는 5월 말에서 6월은 순천집중국의 '매실 특별소통' 기간이 된다.

규모는 작지만 내가 사는 곳, 경기도 퇴촌의 '토마토 특별소통'과 가까운 장호원의 '복숭아 특별소통' 기간도 빼놓을 수 없고, 겨울철이면 모르긴 해도 제주집중국은 육지로 나가는 감귤 상자로 '몸살'을 앓으리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다. 집중국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런 소포들을 보면서 계절 변화를 실감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우체국은 대체통신수단의 발달에 따른 우편물량의 급격한 감소에 대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과 경쟁하느라 그야말로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에 놓여있다. 그런 가운데 오늘도 불철주야 땀 흘리며 노력하고 있는 전국의 우편집중국 노동자 여러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태그:#집중국,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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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 중세사를 연구했었습니다. 또 저는 생태 환경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 분야의 글도 가끔은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글을 많이 또 취재를 해가면 쓰는 사람은 아니고 가끔씩 저의 주장이나 생각을 논설형식으로 쓰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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