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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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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6일 오후 2시, 명규씨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늦었나? 아직 시작하진 않았네. 어른, 아이 50여 명이 모여 있고 교감선생님이 인사말을 하고 계신다. 대구 동평초등학교 꿈마루(강당)에서 동천동 명랑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다. 명랑운동회는 우리마을교육나눔동천동추진위원회에서 준비한 행사다. 동천동에 있는 동평초, 북부초, 함지초의 학생과 아빠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다.

아이가 올해 중학생이 된 명규씨는 행사 참여가 아니라 진행 지원을 위해 나왔다. 늦게 오는 분들 기다리며 일정 설명하고 3시에 명랑운동회가 시작되었다. 매트나 훌라후프도 옮기며 동평초 운영위원장인 종백 형님의 진행을 도와주었다. 아빠와 아이들은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장애물넘기, 피구, 긴줄넘기 등을 하며 뛰고 던지고 달렸다. 명규씨도 덩달아 달려야 했다.

운동회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이어달리기다. 처음에 아이들이 달릴 땐 청군이 압도적으로 이기더니 아빠들이 달릴 때쯤엔 점차 백군이 따라잡았고 결국 우리마을교육나눔동천동추진위원회 체험사업단장인 축구광 현수 형님이 간발의 차이로 백군에게 승리를 안겼다.

어떻게 2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운동회가 끝나고 학교 야외급수대 옆에서 조별로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명규씨는 저녁 먹으러 집에 가려했다. 주위에서 말렸다. 아이들이 먼저 먹고 빠지면서 아빠들의 식사가 시작됐다. 1조와 2조를 오가며 명규씨는 저녁을 해결했다.

저녁 7시, 명규씨는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와글와글놀이세상'이라는 제목의 놀이를 하는 시간이다. 놀이전문가인 이종일 선생님이 진행하고 명규씨와 네 명의 아빠들이 진행을 도왔다. 콩주머니를 넣을 수 있게 나무판자에다 톱질로 둥근 구멍을 내고 각목을 대는 작업이 시작됐다. 명규씨는 행여 톱질하다 다칠까 아이들의 톱질을 지켜보다가는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엔 콩주머니 만들기였다. 이미 반 이상 만들어진 주머니에 콩을 채우고 바느질로 마감하는 일이다. 명규씨는 바느질 못하겠다는 아이에게 시범 보이려고 바늘을 잡았는데 숫제 콩주머니 만드는 걸 다하고 말았다. 애가 하게 해봐야 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아이들은 조를 나누어 콩주머니를 구멍에 넣기 게임을 했다. 지켜보는 명규씨의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머물렀다.

이 시각 다른 아빠들은 영어교육실에서 부모교육강좌-비폭력대화 교육을 받고 있었다. 명규씬 뒤에 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놀이세상과 부모교육이 끝나고 아빠들이 준비한 어묵탕과 사발면을 어른아이 서로 나눠 먹고는 강당에 자러 갔다. 명규씨의 역할을 여기까지다. 사정이 있어 강당서 못자는 가족들과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로 몸을 개운하게 만들곤 다시 집을 나섰다. 진행을 도운 분들과 집으로 돌아갔던 분들 몇이서 모여 막걸리 한 잔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강사가 말하는 것처럼 하려면 신이라도 되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제가 볼 땐 대화기법의 문제인 거 같아요. 대화기술이긴 한데 우리가 말할 때 너무 판단을 앞세워서 말하는 게 문제잖아. 관찰을 말하는 습관을 기르자는 의미로 받아들어야 하지 않을까? 관찰, 느낌, 욕구, 부탁 순으로 경상도 사람이 길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속에 천불 나겠다!"

비폭력대화를 두고 술자리에서 나온 말들이다. 기분 좋을 정도로 한 잔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명규씬 추진위원장 정훈 형님이 동평중아버지모임을 준비모임을 하자는 말이 떠올랐다. 동평초아버지모임에서 출발한 우리마을교육나눔동천동추진위원회가 마을교육에 중학교를 참여시키기 위해 동평중아버지모임을 만들자는 말이다. 애가 좋아할까? 약간 부담스러운데 조금 기대되는 마음도 있다. 중학교에서는 또 어떻게 달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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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북 경산진량초 행정실에 근무하고 있으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 경북교육청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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