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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의 해수욕장을 갖고 있는 태안반도. 매년 해수욕철이면 음흉한 남성들의 몰래카메라 범죄가 고개를 든다. 올해도 마찬가지. 해수욕장 몰래카메라 경계령이 발령됐지만 정작 사건은 뭍에서 발생했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이 지난해 여름부터 검거되기 직전인 지난 6월께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꽃집을 찾은 여성고객들을 상대로 치마 밑 몰래카메라를 찍다가 적발돼 서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100여명 정도의 여성을 상대로 찍은 140여건의 동영상이 이 남성의 휴대폰 속에서 발견됐다. 심지어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치마 속을 찍은 동영상까지 발견됐다.

이에 서산경찰서 여청통합수사팀(이하 '수사팀')은 50대 몰카범(이하 'A씨')이 운영하는 꽃집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휴대폰 이외에 A씨 본인 소유의 컴퓨터나 인터넷 공유사이트 등에는 (영상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압수수색 이후 A씨의 휴대폰에서 발견된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들 중 얼굴이 확인된 피해여성들을 상대로 신원파악에 나서 30여명의 신원을 확인했고, 이들에게 고소 여부를 확인한 뒤 피해사실을 묶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은 지난 13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송치에 앞서 기자와 만난 여청통합수사팀장은 "휴대폰 속 몰래카메라는 전부 동영상이었고, 편집해서 보관 중이었다"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발전소 사택이 있는 마을 주민과 발전소 여직원, 공무원, 보험회사 직원 등 다양했다. 꽃집을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몰카를 찍었다"고 밝혔다.

여청통합수사팀장은 또 "그동안 몰카 성범죄 피의자에 대한 처벌이 약했던 것은 찍다가 적발된 피해자가 1명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처벌도 약했다"면서 "이번의 경우에도 대부분은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30여명 정도가 얼굴이 확인돼 신원확인 후 피해사실을 취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는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익명의 투서까지... 태안읍민, 강력 처벌 목소리 높아져

한편, A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알려지자 태안읍에서는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자에게 익명의 투서를 보낸 한 주민은 "태안읍에 한 화원 주인이 여성들을 상대로 동영상을 찍었다고 한다, 화원에 들어오는 여성들, 그리고 배달 가서 핸드폰으로 동영상으로 찍었다고 한다"면서 "현재 서산 경찰서에서 피해자를 찾고 있는데 문제는 자기가 피해자 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주민은 또 "자신이 찍힌 줄도 모르는 피해자거 지금도 그 화원에 드나들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일부 피해자들은 신원이 파악되어 형사고발 조치 중이라고 하는데, (가해자는) 오늘도 여전히 장사하고 있으며, 또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 답답한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 만난 한 피해자는 강력한 처벌만이 몰카 범죄를 근절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B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꽃집에 꽃을 사러 온 손님과 지인들을 상대로 범행을 했다는데 울분을 금할 수 없다"면서 "벌금형으로 끝나서는 절대 안 된다. 필요하면 서명운동도 벌일 것"이라고 억울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는 이어 "반성의 기미도 안 보인다. 변호사를 사서 대응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불쾌하고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B씨는 "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해 주는 단체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여성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단체도 필요해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몰래카메라,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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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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