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안방에서 열린 주말 2연전을 모두 잡으며 3위 NC를 반경기 차이로 추격했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2방을 포함해 9안타로 9점을 뽑아내며 9-5로 승리했다. 1회 문승원으로부터 선제 3점 홈런을 터트린 이대호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선발 3루수로 출전한 황진수도 4회 3점 홈런을 터트렸다. 프로 입단 10년 만에 터진 황진수의 데뷔 첫 홈런이었다.

이날 롯데는 선발 브룩스 레일리가 5회까지 무실점으로 SK타선을 틀어 막으며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레일리는 6회 갑작스런 난조를 보이며 대거 5점을 내줬고 경기는 순식간에 한 점 차의 접전으로 변했다. 홈런 한 방이면 6점의 리드가 날아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조원우 감독은 7회부터 만23세의 어린 투수를 투입했고 그는 1.2이닝 무피안타 3탈삼진으로 SK타선을 잠재웠다. 후반기 롯데 마운드 최고의 셋업맨 박진형 이야기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가능성 보이기 시작한 우완 유망주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난 박진형은 강릉고 2학년 때까지 선배 김승현(삼성 라이온즈)과 동기 김강래(한화 이글스)에 밀려 주로 내야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투수로 나선 고3때 많은 실전 경기를 소화하며 주말리그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롯데에서는 박진형의 싱싱한 어깨에 높은 점수를 주며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진형을 2라운드(전체13순위)로 지명했다.

대부분의 신인 선수들이 그렇듯 박진형에게도 1군 등판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박진형은 퓨처스리그에서 본인에게 맞는 투구폼을 찾으며 프로에 어울리는 투수가 되기 위한 훈련을 이어 나갔다. 박진형은 입단 첫 해 퓨처스리그에서 25경기에 등판해 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6.03을 기록했지만 2014년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하지만 박진형은 좌절하지 않고 재활에 매진해 2015년 무사히 마운드로 돌아왔고 그 해 퓨처스리그에서 22경기에 출전해 52이닝을 던지며 3승1패3세이브4홀드 3.98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그 해 5월에는 잠시 1군에 올라가 2경기에 등판하기도 했다(1.1이닝 무실점). 보잘 것 없는 1군 나들이였지만 수술 후 복귀가 불투명했던 박진형에게는 의미 있는 1군 데뷔였다.

그리고 박진형은 작년 시즌 본격적으로 1군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박세웅, 박시영과 함께 롯데 마운드의 미래로 떠올랐다.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한 박진형은 5월 2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특히 당시 맞대결을 펼친 상대 투수가 그 해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KBO리그 최고의 투수 더스틴 니퍼트였기에 박진형의 기쁨은 더욱 컸다.

물론 박진형이 작년 시즌 마냥 완벽한 한 해를 보낸 것은 아니다. 홈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3.33으로 매우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원정 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8.86으로 치솟았다. 집 밖에만 나가면 상당한 '낯가림'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풀타임 첫 시즌에 선발 등판 14회를 포함해 39경기에서 6승을 거둔 박진형의 활약은 조원우 감독과 롯데팬들을 들뜨게 하기 충분했다.

5선발로 활약하다 불펜 전환 후 후반기부터 호투 행진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스윙맨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인 박진형은 작년보다 114.3%가 인상된 6000만원에 올 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조원우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박진형을 레일리, 닉 애디튼, 박세웅, 김원중에 이은 롯데의 5선발로 낙점했다. 두산 베어스 시절 두 차례나 10승을 올렸던 베테랑 노경은과의 선발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서 경험이 많지 않았던 박진형은 선발 자리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 후 9번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1승3패7.17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박진형은 6월3일 kt 위즈전을 마지막으로 불펜으로 내려갔다. 박진형은 불펜으로 내려간 후에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25(4이닝5실점)로 부진했고 결국 1승3패 7.28의 초라한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그렇게 풀타임 2년 차 징크스를 보내며 2017 시즌을 망치는 듯 했던 박진형에게 후반기 시작과 함께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박진형은 후반기 불펜으로만 28경기에 등판해 1승1패2세이브10홀드 2.48을 기록하며 김강률(두산)과 함께 후반기 최고의 셋업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38억 셋업맨' 윤길현이 후반기 전혀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가운데 박진형의 대활약이 없었다면 롯데의 후반기 도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진형은 17일 SK전에서도 살얼음 같은 한 점차 리드를 지켜내며 시즌 10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박진형의 올 시즌 홀드 10개는 모두 8월 이후에 기록한 것이다. 7회에는 볼넷 2개를 허용하며 2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김강민을 삼구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8회에는 대타 최향과 이재원을 연속삼진으로 잡아낸 후 손승락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박진형은 9월 8경기에 등판해 8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과 NC다이노스는 마무리 이용찬과 임창민이 9월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5.62의 선두 KIA타이거즈는 시즌이 끝나가도록 '붙박이 마무리'조차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진형과 손승락을 보유한 롯데는 후반기 가장 확실한 필승조를 가진 팀이라 해도 무방하다. 젊은 셋업맨 박진형의 존재는 올 시즌 롯데의 가을야구가 결코 만만치 않을 거라 느껴지는 커다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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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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