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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수 금천구청장이 15일 오전 시흥5동 목포오리낙지 식당에서 팟캐스트 <차성수의 차차차>를 녹음하고 있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이 15일 오전 시흥5동 목포오리낙지 식당에서 팟캐스트 <차성수의 차차차>를 녹음하고 있다.
ⓒ 금천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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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님, 후딱 합시다. 12시에 예약 손님 받아야 해요."

지난 15일 오전 9시 반 서울 금천구의 한 식당.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식당이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상 위에는 방송장비와 헤드폰이 놓여있고, 페이스북 생중계를 위한 스마트폰 거치용 삼각대까지 준비돼있다.

이 날은 차성수 금천구청장이 직접 사회자가 되어 금천구에 오랜 기간 뿌리내리고 살아온 지역 상인들을 소개하는 팟캐스트 방송 <차성수의 차차차> 첫회분을 녹음하는 날이다.

주인공은 금천구 시흥5동 '목포오리낙지' 김홍기(72), 나길자(71)씨 부부. 매일 전남 무안에서 가져오는 싱싱한 재료를 사용하는 지역의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후문이다. 43년 전 전남 목포에서 올라와 22년째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녹음 시작 전 차 청장에게 첫 번째 집으로 이 집을 고른 이유를 물었더니 "22년 금천구청 개청 역사와 함께 해온 금천의 정서를 제일 닮아있는 집"이라며 "제가 6개월에 한번쯤 오는데 사장님하고 제일 친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곧바로 안주인 나길자씨한테서 반론이 들어왔다. "친하기는 뭘 친해요. 6개월에 한번 오는데. 잘 팔아줘야 친할텐데 안 팔아주는데 뭘. 청장님 보기가 별똥별 보기보다 힘들어요."

주위에 지켜보고 있는 방송 관계자들과 구청 직원들이 '까르르' 웃자 차 청장도 따라 웃으며 "이따가 방송 시작하면 그런 얘기 하시면 됩니다"고 부드럽게 넘겼다.

15일 오전 금천구 목포오리낙지 식당에서 차성수 금천구청장의 팟캐스트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15일 오전 금천구 목포오리낙지 식당에서 차성수 금천구청장의 팟캐스트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 금천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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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의상실 하다 큰 도둑 맞고 무작정 상경

"안녕하세요, 첫인사 드립니다. <차성수의 차차차> 진행을 맡은 우리동네 구청장 차성수입니다."

부산에서 대학교수 할 때 방송경험이 좀 있었다는 차 청장은 단 한번 연습을 해보더니만 유경험자답게 바로 방송에 들어가 오프닝멘트를 능숙하게 처리했다. 헤드폰을 쓰고 마이크를 든 김씨 부부도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앉았다.

차 청장은 부부에게 어떻게 금천에서 40년 넘게 살게 됐는지 먼저 물었다.

"원래 목포에서 의상실을 꽤 크게 했지요. 그런데 도둑을 맞은 거예요. 원단에다가 금고까지 몽땅 가져갔어요. 도저히 다시 시작할 힘이 안 나더라고요. 다행히 전화기는 남아있어 그거 판 돈 50만원 들고 애 셋 데리고 무조건 서울로 온 거예요. 여기가 당시는 영등포구였는데 구로구로 됐다가 22년 전에 금천구로 바뀌었지요."

그러나 물정 모르는 시골 출신 부부가 서울에서 장사하기는 녹록지 않았다.

경험을 살려 의상실을 냈으나 맞춤옷 대신 기성복 시대가 되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고, 뒤이어 향어를 잡아 회떠먹는 실내낚시터를 열었으나 '향어를 그냥 먹으면 건강에 문제있다'는 방송이 나와 문을 닫아야 했다.

"자식에게 먹을 것이라면 어떻게 중국산을 섞나"

낚시터를 닫고 그 자리에 당구장을 열었으나 손님들이 뿜어대는 담배연기를 고스란히 마셔야하고 당구장에서 고스톱을 치는 손님 때문에 고역이었다.

지난 세월 살았던 굴곡진 삶을 풀어나가던 부인 나씨는 급기야 당시 군대에 간 아들이 편지를 보내 '엄마 아빠 지하실에서 이제 그만 나오시라'더란 얘길 할 땐 눈시울을 붉혔다.

당구장 운영이 힘들었으나 소득도 있었다. 손님에게 밥을 해줬더니 '이 요리 실력으로 식당을 하지 왜 당구장을 하냐'고 한 것. 그후 오리집을 열었다가 낙지집을 하던 이웃집이 장사를 접자 낙지로 주업종을 바꿔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라는 게 부부의 설명.

15년 전부터 부모의 권유로 식당일을 같이 하고 있다는 딸 지선(48)씨는 "부모님이 20년을 넘게 식당일을 했는데도 돈을 못번 이유를 알게됐다"며 "고춧가루를 국산만 고집하지 말고 남처럼 중국산도 반 정도 섞어 단가를 맞출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못하신다"고 말했다.

그러자 나씨는 "중국산 고춧가루를 먹어보니 국산과 달리 끝에 쓴맛이 나더라"며 "자식에게 먹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것을 섞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목포오리낙지 안주인 나길자씨가 어려웠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딸 지선씨를 안아주고 있다.
 목포오리낙지 안주인 나길자씨가 어려웠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딸 지선씨를 안아주고 있다.
ⓒ 금천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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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구청장 "구구절절한 사연에 코끝이 시큰했다"

차 청장이 금천구에 바라고 싶은 것을 묻자, 주인 김씨는 "금천구에는 주차장이 없다고 말하는 손님이 많다"며 "저녁 식당 주변에 노상주차를 허용하고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면 일자리도 생기지 않겠냐"고 아이디어까지 제공했다.

이날 녹음은 나씨와 딸 지선씨가 같이 부른 <만남> 노래를 끝으로 한번의 NG도 없이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차 청장은 "금천구의 구석구석에 이런 감동적이고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다"며 "김씨 부부와 딸 지선씨가 지난날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힐 땐 저도 코끝이 시큰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송은 오는 18일(월)부터 팟캐스트 앱 '팟빵'에서 들을 수 있으며, 다음주 방송은 차 구청장이 결혼 예물을 맞췄던 금은방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차성수의 차차차, #차성수, #금천구청장, #목포오리낙지, #금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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