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방송 : 2017. 9. 15 오후 3시, 오마이뉴스 스튜디오
■ 진행 : 황방열 오마이뉴스 기자
■ 출연 :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사회자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마이뉴스 황방열입니다. 예고 기사를 통해 말씀드린 대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교수님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님 모셨습니다. 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오늘 두 분 대담을 통해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여러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이 얘기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북한이 오늘 우리 대담 얘깃거리를 만들어 주려는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 7시쯤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해상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탄도미사일 발사는 10번째이고, 지난 3일에는 6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오늘 탄도 미사일 발사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북한이 이미 공헌을 한 것처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과 북한에 대한 체제위협을 청산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자신들은 핵무기를 만들고 핵무기를 탑재 할 ICBM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재국면에서도 핵실험을 했습니다. 여기서 북미 간에 협상이 되거나 아니면 6자회담이 재개되는 이러한 극적인 상황이 있지 않는 한 북한은 아마 그들이 말한 대로 핵무기 완성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을 해나갈 거라고 봐요.

그리고  이번 핵실험 같은 경우  '완전한 성공'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그걸 보면 (핵무기 개발이) 군사적으로 마무리 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각종 미사일은 여전히 개발 단계로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협상이 없다면 결국 (다 완성 될 때까지) 계속 갈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사회자 : 별다른 협상 국면이 없다면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이종석 : 자신들이 ICBM을 보유했다고 판단할 때까지 아마 계속 갈 것이라고 본다는 거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  최근에 북한의 노동신문이나 중앙통신 같은 것을 보면 이런 표현을 쓰는 것 같아요. "이제는 조미(북미)대결의 최후 결전의 시간이 왔다" 그러니까 끝을 보겠다는 게 북한의 시각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종석 장관께서 지적하신대로 미국이 협상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미사일 실험발사도 하고 지하 핵실험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일 수 있겠고요.

다른 하나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을 거예요. 미국에서도 ICBM이나 중장거리미사일 실험을 할 때 15회에서 17회 정도 한다고 해요.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 미사일 결함도 고치고 안정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기술적 발전을 위해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기권 재진입에서 열에 대한 저항, 감속 기술, 통제장치, 또 탄착지점에 정확히 다다랐느냐는 분석까지 해야 하는데, 북한 같은 경우에는 함정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런 분석이)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하면 그 (탄착) 부근에 미국 함정이 가 있으면서 정확히 맞았는가, 어떤 충격을 줬는가 다 조사를 하거든요. 지금 북한은 그런걸 안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아직도 미비점이 있는 거겠죠. 그러니까 (북한의 도발은) 두 가지 이유죠. 하나는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 다른 하나는 기술적인 면에서 미사일 기술을 보완하려고 계속 (실험을)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종석 : 제 생각도 북한이 정치적 협상이 일어나서 상황 변화에 대한 일련의 계기가 주어지지 않으면 군사적 기술로서 ICBM을 완성하는 단계까지는 간다는 겁니다. 현재 만약에 협상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요. 핵실험도 계속 하면서 이번 실험에 대해서 "수소탄의 완전한 성공"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이후에 발생하는 핵실험이 있다면 정치적인 측면이 있겠는데, 여전히 ICBM과 전체적인 미사일 쪽에는 완성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아마 상황변화가 없으면 계속 한다고 봐야 할 겁니다.

문정인 : 어제 스탠포드 대학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하고 저녁 식사를 했어요. 아마 북한의 핵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일 거예요. 영변 핵시설에 여섯 차례나 다녀왔고요. 그분이 2010년 12월에 고농축 우라늄 원심 분리기 시설을 직접 목격한 분인데, 그분께서는 이번 6차 핵실험을 수소폭탄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고 북쪽에서 보여준 땅콩모양의 수소탄이 표준화 규격화 됐다고 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북한이 한 두 차례 더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사회자 :  이렇게 들립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 될 거니까 너무 놀라거나 너무 당황하시지 말라는 말로 들립니다. 앞으로 이런 국면이 더 갈 거라고.

이종석 :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완성시킬 때까지 여러 군사적 단계가 있는데 그걸 우리가 '북한이 핵을 가지고, ICBM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책을 쓰면서도 그때마다 상황을 잘라서 보니까 어려워 보이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이런 걸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문정인 : 그 지혜는 간단해요. 더 핵실험을 하지 않고 더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게 우리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거죠. 핵과 미사일이 완성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덜 위험할 거 아니에요? 수소 폭탄을 만든다, 다양한 형태의 폭탄을 만든다, 실험이 계속돼서 완성도가 달라진다면 협상의  조건도 달라지거든요. 그런 점에서 시간이 우리 편에 있는 게 아니고 북한 편에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사회자 :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며칠 전에 있었던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는데 두 분은 그런 말씀은 안 하시네요?

문정인 : 그건 기본적인 거죠. 그건 상수로 깔려 있고요. 그것이 정치적 협상하고 관련 돼 있죠.

이종석 : 분명한 건,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하는 언행에 북한이 똑같이 치고 박기를 하면서 굉장히 진행이 빨라지고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거의 전적으로 트럼프의 언행과 자신의 행동을 상당히 대응시켜가는 측면이 있어서 이번 핵실험과 제재 조치 사이에 의미가 있을 겁니다.

문정인 : 북한이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거기에 일희일비 할 필요 없거든요. 이번에 정부 반응 상당히 차분했죠. 이런 상황에서 대화는 못한다. 국제사회에 강력한 규탄이 있을 거다.

사회자 : 알겠습니다. 12일에 유엔 안보리가 9번째 대북제재인 2375호를 채택했습니다. 두 분이 이번 제재안 채택과정과 제재내용 중에서 특별히 주목해서 보신 대목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종석 : 이번 결의안이 다들 말하시면 가장 강력한 결의안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채택 과정에서 가장 불완전한 결의안이었다. 무슨 의미냐면 강력한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미국이 애초에 아주 확고하게 천명했던 원유 공급중단, 미국이 기대한 수준이 아니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조절이 됐지 않습니까? 미국이 원했던 것보다 수준은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 와중에 (국제사회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하는 어떤 나라도 이번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조차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추가적인 도발을 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명분을 쌓는다는 말도 하고 있어요. 제재는 상대방을 변화시켜야만 성공하는 겁니다. 그렇게 봤을 때 결국은 이번 제재 결의안이 보여주는 의미는 이 불안전함, 빈틈을 메우기 위해서는 협상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정인 : 북한은 이번 결의안 아프긴 할 겁니다. 북한의 제일 수출품이 석탄이었는데, 석탄은 수출금지가 돼 있고, 섬유제품 수출도 중단됐기 때문에 타격은 클 거예요.  북한도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려면 외화가 필요한데 선이 끊어졌으니까. 지난 제재 결의안에서 수산물 수출도 완전히 차단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아프긴 아플 거예요. 고통은 느끼겠지만, 기본적으로 원유공급 차단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도 알 거에요. 원유 공급을 차단하면 북한 체제의 기본적인 변화가 있는데, 큰 변화가 왔을 때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통제를 어떻게 할 건가. 그런 문제 때문에 미국도 북한을 완전히 뒤바꾸는 정책을 쓰기는 힘들 거예요.  고통은 있지만 그 고통이 북한의 행태를 바꿀 만큼 강하지는 못하다.

그래서 북한도 대화와 협상으로 나와야 한다. 핵과 미사일 동결하면 미국에서 대화에 나설 수 있으니 대화로 나와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파국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거든요. 군사적 충돌이라는 파국적 결과가 나오면 거기서 제일 희생되는 건 북한보다 우리가 더 큽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도 빨리 태도 변화를 가져오고, 미국도… 북한은 굴복시키려 하면 안 나옵니다. 그래서 제재와 압박은 한계가 있습니다. 제재와 압박 일변도로 가는 것 보다는 대화의 통로를 여는 게 필요하고 특히 북한과 미국 사이에, 소위 북미라인이 빨리 가동이 돼서 뭔가 이뤄져야 우리 모두가 지금의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종석 : 대화와 협상이 필요한데, 문제는… '대화'라는 말은 모두가 다 씁니다. 우리도 쓰고 미국도 쓰고 하다못해 북한도 쓰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개념 규정이 같아야 하는데 다르잖아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포기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밝히고, 이게 기본적으로 돼야 협상할 수 있다는 뜻의 '대화'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냥 나오세요' 해도 나올까 말까인 상태이고요. 그럼 우리가 말하는 대화는 무엇일까. 북핵 대화인지, 남북 대화인지... 기본적으로 대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개념을 일치 시켜 가는 게 필요하다.

그 일치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면 대화가 보상이 돼서는 북한을 설득할 수가 없습니다. 원유공급하면 아주 흔들려서 붕괴 위험이 있다는 말씀 하셨는데 북한은 아마 원유 공급을 중단해도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핵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저희가 나름 경험해 온 것에 따른 것이라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또 한편으로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에서… 북한은 자기들의 행동이 다 명분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볼 때는 도발이고,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상대와 협상을 하려면 상대를 알아야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조건을 다시 조절해 나가는 노력을 해야지, 지금처럼 무조건 그냥  무릎 꿇고 들어와라 그러면, 그렇지 않아도 '깡패 같은 집단'이라고 하는데 들어오겠습니까? 일단은 대화를 통해서… 대화는 안 되도 본전인데, 대화에 조건을 거는가.. 그런 점에서 대화를 통해 협상의 조건을 만들어 내고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그런 나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자 : 원유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현 상황에서 동결하는 걸로 했지만, 정제유는 55% 축소하면서 (제재에서) 유류 문제를 처음으로 건드렸단 말이죠. 희망 섞인 기대인 건지 모르지만 '대북제재를 또 하게 되면 원유 차단이 들어가지 않겠나'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이종석 : 그건 그때 가봐야 알 수 있겠죠.(웃음)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문정인 : 중국 속담에 이런 게 있습니다. 압력과 압박이 강하면 강할수록 반항도 거세진다는 표현이 있는데, 북한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압력과 압박을 가하면 가할수록 적대적으로 나올 거고 도발적으로 나올 거예요. 그 결과는 파국이고, 파국의 가장 큰 희생은 대한민국이 진다는 걸 알아야 할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는 제재와 압박이라는 게 만병통치는 아니라는 것. 다행히 우리 정부 역할도 있지만 중국정부 역할도 있어서 제재와 압박이라는 게 대화를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미국도 밝힌 바가 있습니다. 악순환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종석 : 이번 결의안이 채택되는 과정을 보면 미국이 밀어붙였고 거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했고, 거기에 대한 절충이 오랜 시간을 두고 이뤄진 것이 아니라 대충 (합의가) 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우리가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보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이제 한계치에 왔다고 보는 거예요. 그러니 강하게 부딪쳤고 여기서 미국이 원유공급 중단을 밀어붙였을 때는 부결이 되는 상황이었죠.

부결이 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 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의 대결 문제가 아니고 북한의 위험한 행동에 대해서 국제사회 전체가 위협을 느껴야 한다고 하면서 국제사회 대 북한이라는 구도를 만들었는데,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이 판이 깨지면 미국의 주도력과 그런 구도는 깨지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런 것도 걱정을 했을 건데요.

결과적으로는 이후에 제재 결의를 할 때 중국과 러시아가 보여준 태도가 지속된다면 원유공급 중단으로 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상황은 예단은 못합니다. 지금 협상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강하게 나오고 있어요.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요구하는 게 무엇이냐면, 제재만큼이나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는 협상하고 대화하라고 나와 있지 있다며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서 그 지점들도 크게 (대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주목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사회자 : 푸틴이 '북한은 풀을 뜯어 먹고 있어도 굴복하지 않을 거다'라고 했는데, 이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두 분 말씀도 그 맥락인 것 같습니다.

문정인 : 인류 역사 흐름을 보면 푸틴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중국이나 러시아의 경우에, 러시아는 현재도 제재를 받고 있고 중국은 1964년 10월에 1차 수소폭탄 실험을 엄청난 제재와 압박 속에서 했는데, 그런 경험을 했던 국가들이 하는 말이니까, 그런 경험이 없는 미국이 하는 말과는 좀 다르겠죠.

사회자 :  겪어 본 자가 하는 이야기라는 말씀이지요?

문정인 :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고, 미국은 일방적으로 보는 것이니까 거기서 엄청난 인식의 차이가 있지요.

이종석 :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역사를 조금 뒤돌아보면, 크게 세 번의 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1992년 8월에 한중수교가 됐을 때, 1991년 10월에 김일성이 중국을 방문해서 등소평이 은퇴 비슷하게 있었는데 끌어내서 한중수교 늦춰라 우리가 미국과 수교하는 것과 시기를 맞춰 달라고 그랬는데, 그때는 중국이 자기들이 처지가 급박하니까  그냥 (수교를) 했단 말이죠. 그래서 아마 북한이 외교적 고립이 심화 되면서 핵무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굳힌 거 같아요.

그리고 2003년 봄에 있었던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대량 살상무기가 없었지만… 그리고 세 번째로 2011년 10월에 리비아의 지도자 카다피가 그 당시에 민주혁명에 의해서 시민혁명군과 싸우는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한 나토가 공습을 했고 몰락해 죽었습니다.

그런데 2003년에 참여정부에서 (북핵 해법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모델 중에 하나가 리비아 모델이었습니다. 미국과 리비아가 둘이 해서는 안 되니까 가운데 정직한 중계자를 하나 두고, 그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입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 카다피를 중계해서 미국은 리비아에 대해 제재를 해소하고 외교관계 수립하고, 리비아는 핵을 포함해서 대량살상 무기를 포기하고, 이렇게 합의가 됐어요.

그랬는데 결국은 미국이 주도한 나토에 의해 공격을 받았잖아요. 북한 입장에서는 리비아가 핵을 가지고 있었다면, 바로 그 앞이 유럽 대륙이니까 나토가 개입하지 못했을 거라는 거죠. 나토가 필연적으로 들어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북한 핵문제 해결에는 정말 잘못된 시그널이었다. 그래가지고 2012년 4월에 북한 헌법에 핵보유가 들어가는데 가장 큰 이유가 그거라고 생각해요. 역사적 교훈을 알고 우리가 어떻게 풀 것인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문정인 : 약간 보완이 필요합니다. 2003년 11월에 이종석 장관께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사무차장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미국은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상당히 원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에 북한 핵문제를 미국의 군사적 행동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했었어요. 그때 우리 정부쪽에서 미국에 시그널을 보내서 북한에 대해 평화적 해결법을 찾는다면 파병도 고려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간걸로 알고 있어요.

이때 안보실이 상당히 노력을 많이 했죠. 그때 APEC 정상회담에 부시가 왔을 때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제안한 게 처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고 그러면서 얘기 한 게 우크라이나 모델이었어요. 부다페스트 협정에 의한 건데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떨어져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핵무기가 있었어요. 이걸 처리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가 걱정하는 건 러시아가 자신들을 치면 주권과 영토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핵을 가져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미국과 영국이 나섰습니다. 영국,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4개 국가가 부다페스트에 만나서 합의를 한 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권과 영토를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핵을 포기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만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게 되면 미국, 영국은 물론이고 유엔이 거기에 개입하기로 한 합의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대통령께서는 그 안을 상당히 좋아하셨죠.

그렇게 이야기가 되고 있는데, 12월에 리비아가 타결이 됐어요. 갑자기 마이클 그린 포함해서 미국 NSC에 아시아 담당 책임자들이 "우크라이나 모델 아니다, 이제 리비아 모델하자" 그러는 거예요. 리비아 모델이 뭐냐. 그게 그 유명한 CVID,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 (Verifiable), 불가역적인 (Irreversible), 폐기(Dismantlement). 그러니까 북한에서 "무슨 얘기냐. 미국은 하나 주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CVID (주장해서는 안 된다)"

리비아 경우는 그래도 수교도 하고, 공관도 세우고, 영국 토니 블레어가 리비아의 주권과 사실상 카다피의 정치적 안정을 보장해 놓고 한 건데, 그런 거 아무 것도 없이 갑자기 미국 NSC에서 CVID를 들고 나온 거예요. 한국 정부도 발칵 했죠. 저도 그때 워싱턴에 가서 많이 싸우고 그랬습니다만. 그런 게 어디 있냐 (북핵 문제는) 주고받는 건데. 그렇게 해서 CVID가 시작이 된 거예요. 그게 리비아 모델이었고 미국의 일방주의적 (성격이) 강했죠.

사회자 : 리비아 모델, 우크라이나 모델 보도가 많은데, 이걸 따로 정리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이 거의 강의를 하셨습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종석 : 정리 할 필요도 없이, 체제 안전보장을 해주며 뭔가를 포기시키는 그런 나름의 합의가 두 번(리비아와 우크라이나) 있었는데 나름대로 성공을 해야 하는데, 결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카다피는 나토의 공격을 받으니까 결과적으로 북한에게 반면교사가 돼 버렸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하기 더 어려워진 것은 김정은은 이거 포기하면 자기 죽는다고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정인 : 그 이전에 평양에 수차례 가면서 북한의 고위층과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때 리비아 사태가 나오기 전이었어요. 2003년 3월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됐고, 나중에 사담 후세인이 교수형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말이에요. 북한 사람에게는 이라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예요.

대규모 군사적 침공을 했기 때문에, 북한은 지금 미국의 대규모 군사적 침공, 그 결과로서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는, 그것도 수령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북한의 체제의 목표가 뭡니까. 수령 옹위, 제도 옹위, 인민 옹위라는 3대 옹위 체제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수령인데, 수령을 잡아다가 참수다, 북한 지도부를 궤멸시킨다,  비밀공작으로 제거한다, 이렇게 하면 북한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사회자 : 우리 국방장관이 12월 1일에 북한 '참수부대' 만든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문정인 : 그거 아주 잘 못 된 거죠. 그리고 참수부대도 아녜요. 영어로 참수라는 말이 나온 건 decapitation. 'de'가 제거 한다는 뜻이고 'capitation'이 'capito'(라틴어로 머리)에서 나온 말이라고 직역해서 '참수'라고 되는데, 이걸 그냥 번역할 때는 궤멸이나 와해로 하는 게 더 적합한 건데, 이것을 참수라고 지난 정부 때 해놓고 그게 군에서 보편적 용어로 통용이 되고 그걸 잘 한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생각해보세요. 우리 대통령 앞에서 참수 작전하겠다고 하면 나는 가만히 있겠어요? 북한이 우리 대통령에 대해서 참수 작전을 펴겠다고 하면 내가 그럼 그쪽 사람을 만나면 적대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그런 것은, 수사, 말, 용어부터 정제된 것을 사용해야 그런 것들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 줄 거라는 걸 알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12월에 만드는 부대도 '참수 작전' 부대가 아녜요. 그냥 특수부대죠. 미국의 네이비실이나 UDT 비슷한 건데, 거기에다가 뭔. 그건 우리 국방장관께서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 같습니다.

사회자 : (대통령) 특보가 그런 이야기를 좀 하셔서 송영무 장관을 좀 자제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이종석 : 아마 정부 쪽에서도 정리가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북한은 막말을 해도 우리는 절제된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게 우리의 힘이고 그게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가진 나름의 신뢰 아니겠어요? 그런 걸 가지고 상대와 똑같이 맞받아치는 건 감정적 소모가 되고, 기분은 어떻게 좋을지 모르지만 외교적 레버리지나 국제사회에서 상대를 몰아세울 때에는 결국은 똑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지요.

문정인 : 3D 체제, 4D(탐지, 교란, 파괴, 방어) 체제라고  하는 게 미국적 용어입니다. 그런 용어로 작전 계획 만들면 다 미국 무기 사계 돼 있어요. 국방부가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좀 가지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미국말 그만 좀 안 썼으면 좋겠어요. 그 점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사회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에 취임해서 오늘(15일)이 129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 시점에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평가를 해보겠습니다. 사드 추가 배치 있었고 물리적 충돌도 있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구한 것, 이런 게 논란이 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먼저 (정부) 밖에 계신 이종석 장관께서 먼저 말씀해 주시지요.

이종석 : 아직까지 13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정책의 실패를 논하기에는 이르죠. 다만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문 대통령께서 후보시절에 공약하셨거나 지지자들이 나름대로 바랐던 방향과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가고 있는 가에 대해 나름대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점에는 굉장히 아쉬움이 크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 북핵 문제에 있어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자고 말씀하셨던 건,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아니 제재 일변도의 정책을 2009년 이후 8년 동안 썼는데 아무것도 안 됐거든요. 그러니까 이제는 좀 이 제재와 압박을 넘어 대화를 활용해 보자. 어떻게 보면 9년 동안 안했던 대화를 통해 뚫어보겠다는 취지로 들었는데, 취임하자마자 곧 얼마 안 돼 미국의 최대압박 정책에 편승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이 점은 굉장히 아쉽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에 최전선에 서있는 모양을, 정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지와는 무관하게 바깥에 그렇게 비치고 있는 게 그렇고요. 또 하나는 문 대통령께서도 계속 말씀하시는 게 한국의 주도적 역할입니다. 북핵문제에서요. 그게 필요하고, 주도는 못해도 능동적인 역할, 적극적인 역할이라도 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의 역할이 뭔가? 잘 안 보인다는 거죠.

이런 점들이 결국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런 고민을 위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가 없다. 제재 일변도에 너무 빠졌다. 그리고 하나 추가하면 사드 경우에는 이해하기 어려워요.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렵다는 건 알지만 대통령 선거 기간이 보다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북정책이나 안보정책을 내놓는 후보에게는 가장 취약한 시기예요. 논리적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하니까요. 그냥 때려잡자 공산당 이건 얼마나 편합니까. 가장 어려운 그 시기에도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표현해서 버텼는데, 취임해서 얼마 안 돼 홀라당 다 사드 문제를 그렇게 그야말로 배치 처리를 하는지.

이런 졸속 같은 경우는 이후에 한국 외교 안보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 문정인-이종석 대담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문정인 : 많은 분들이 외교안보정책을 비판하는데, 그걸 좀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비판해줬으면 좋겠어요.

첫째 우선 100일 갓 넘었습니다. 과거 같은 경우에는 인수위에는 60일 동안 하고 이제 정부의 정말 초기거든요. 그래서 지난 100일 동안을 평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요. 그런 점에서는 조금 문재인 정부가 처한 현실을 이해해 주시고. 저도 대통령 옆에서 모시고 자문도 하면서 느끼는 게, 지난 정부에게 탓을 돌리려는 게 아니지만, 너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어요. 지난 9년 동안 북한을 통제 불능상태로 만들었어요. 핵 미사일 무장력 엄청나게 높아졌고, 남쪽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게 축적이 됐고, 그 다음 지난 정부에서 제재와 압박을 하려다 보니까 미국 찾아가고 유엔 안보리 찾아가고 그러면서 제재와 압박을 외주를 주었다는 말이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졌어요.

그것뿐입니까. 사드 배치 결정을 해놓으니까. 현 정부가 사드, 제가 알기로 문재인 대통령 그 문제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인데요 결국에는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거지 않습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 안하면 뺀다, 주한미군도 뺀다 한단 말이 예요. 북한은 핵무기를 가진 상태인데. 우리 대통령이 그런 압박에… 물론 과감하게 맞설 수도 있겠죠.

이종석 장관도 잘 아실 거예요. 이 전 장관께서도 세간에는 자주파로 알려져 있는데, 그때 당시 같이 일했던 사람은 다 동맹파로 봐요. 안보 정책을 하게 되면 우리가 꿈꾸는 이상도 있지만 구조적 제약도 있단 말이 예요. 그리고 전개되는 국면이 있단 말이 예요. 거기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라크 파병, 이 전 장관도 원하지 않았죠. 그러나 전반적인 북핵문제 해결하고 한미동맹의 기본 축을 유지하려고 하다보니까 그것을 수용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잖아요. 지금 우리 대통령도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걸 이해해주시고 보면,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조금 유보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제가 옆에서 지켜보니까… 미국 대통령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정말 합리적 대통령이고, 뭐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합리한 대통령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요. 오바마나 그 이전에 대통령하고는 통치 스타일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문 대통령도 상당히 어려움을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통령이 생각에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것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결국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걸 조금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종석 : 문정인 특보님 말씀 충분히 이해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맹에 대한 중요성을 저도 절실히 느끼지만,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이 나가 있어요. 전략적인 방향에서 물론, 의도는 안 그랬지만 잘못 나간 점을 말씀드리겠다고 했어요. 구체적인 정책 하나하나, 통일외교안보의 시스템,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사람들까지 이야기 하면 이거 끝이 없죠. 다 이야기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큰 틀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고요.

그리고 이라크 파병을 예로 말씀하셨지만, 저희가 고민했던 것은 그렇게 파병한 게 아니었습니다. 전투병이 아니라 비전투병, 평화지원 부대를 보내는, 즉 우리가 우리 의견을 미국에게 이야기 하고 버티고 하는 거기서 조율의 공간이 나왔다는 거죠. 그것 없이 가는 것과 있게 가는 건 다른 겁니다. 사드가 그렇게 날름 줄 거면 왜 그렇게 했어요. 나름대로 조율을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협상이 있는 한미 관계를 만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트럼프가 막 화내고 있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렇지만 눈 딱 감고 자기 자리에서 서서 버티면서 자기 이야기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가 무슨 자기 이야기를 했는지, 아니면 이게 자기 이야기인건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 점에서 여전히 정권 재창출을 원했던 우리 입장에서 굉장히 아쉽습니다.

문정인 : 이종석 장관께서 이야기 하시는 게, 그때(이라크 파병) 미국 측에서 원했던 것은 전투 병력으로 1개 사단을 요청했어요. 당시 이종석 NSC차장께서 노력을 많이 해서 그걸 비전투병력으로 1개 여단을 보내는데 합의했어요. 그게 국면이 좋아야 해요.

당시 국면이 어떻게 전개 됐느냐. 초기에 미국이 승리했다고 하는데, 들어가서 안정화 작전 하는데 힘들었거든요. 사상자가 많이 나오니까 스페인이 철군한다고 했어요. 체코가 철군했어요. 철군하는 국가의 숫자가 많아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걸 감안해서 이 장관이 (미국에) 비전투 3000명 받겠느냐. 미국 입장에서는 비전투 3000명이라도 너무 감지덕지 한 거예요. 그래서 덜컥 받은 겁니다.

당시 외교부나 국방부에서는 한미동맹 생각해서 전투병력 1개 사단을 꼭 보내야 한다고 하는데, 당시 NSC에서 협상을 주장해서 결국 비전투 1개 여단으로 타결을 본 겁니다. 그런 것들은  상당히 중요한 함의를 준다고 봐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그건 정권이 좀 지났을 때고 지금은 100일밖에 안됐고, 북한은 계속 쏘아대지 핵실험하지, 우리 국민은 불안하지. 그럼 우리 대통령 입장에서는 결국에 미국과 협력 잘해서 막아보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긴 거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종석 : 제가 토를 다는 것 같아 그런데요. 말씀대로 얼마 안됐기 때문에 우리가 기다릴 수 있고요. 다만 방향에 걱정이 돼 말씀을 드리는 거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비전투병 3000명을 관철하는데 여러 가지 상황의 변화가 운이 따라 줬지요. 그런데 그건 미국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두 달 반을 버티면서 나름대로 뭔가를 만들어 내려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상황의 변화가 온 겁니다. 다시 말해서 제안을 받자마자 날름 '네 알겠습니다' 했으면 상황의 변화 올 때 기회를 포착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거죠.

사회자 :  버티면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문정인 : 그때는 물론 당시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도 배제하지 않겠다 하면서 지금 상황하고 비슷한 점은 있었지만 북한이 그때는 도발적 행동을 안했어요. 아까 이야기 하는 한미 사이에 힘의 차이가 있으니까 미국이 우위에 있는 건데, 전반적인 국면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우호적이었고, 북한이 도발적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어요. 대통령이 아주 단호한 의지가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버티는 게) 된 것인데 지금은 대통령의 의지가 있어도 어려운 것이, 국면과 사건이 너무나 어려운 겁니다. 이걸 조금만 봐주시고. 이제 지켜보시면 잘할 겁니다.

사회자 : 대통령께서 이런 상황에 안타까움을 토로하시는 걸 들으신 적이 있나요?

문정인 : 대통령도 답답하시죠. 대통령이 가장 원했던 것은 북한하고 대화하자는 거였죠. 우리가 적십자 회담 제안했죠, 군사회담 제안했죠,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하고, 비정부 단체들 NGO들 가는 거 승인 다 해줬다.

그런데 북에서 대답이 없으니 대통령이 하고 싶어도 북한하고 대화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이 너무 미국 쪽으로 갔기 때문에, 그런데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아야 우리가 미국 쪽으로 안 갈 거 아녜요. 제가 볼 때 북한도 조금 정황을 정확하게 보면서 우리 입장을 살려줘야 북미대화도 잘되는 건데 우리로 하여금 미국으로 가게 만들고, 우리가 미국에 붙으면 북미대화를 하는데 한국의 역할이 거의 없어져 버려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문제점을 상당히 안타까워하시는 거죠.

그리고 대통령께서도 아니 사드 문제도 그렇고. <대한민국이 묻는다>이라는 책에서 보면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협상하고 'No'를 할 줄 아는 외교가 필요하다고"도 했는데, 속마음이 얼마나… 자신이 생각한 것과 현실이 차이가 크니까 그 인지적 부조화가 지금 대통령을 상당히 괴롭게 하고 있을 겁니다.

사회자 : 직접 들으신 이야기는 없으신가요?

문정인 : 그것까지 이야기 할 수는 없고요.

사회자 : 대통령께서 오늘 아침에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런 상황이면 대화가 불가능하다"라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우리가 뼈 저리게 느껴야 하는 게 우리가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 현실적으로 해결할 힘이 없다.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대통령께서 현 상황에 대해 절망감, 이런 걸 표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정인 : 우리가 힘이 없다고 하는 게 구조적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고, 그 다음에 정말 우릴 도와주는 국면이 아니라는 국면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는 거고요. 북한이 계속 도발 상황을 벌리니까 거기에 완전히 함몰 되니까 지금 안타까워하시는 거죠. 대통령이 의지가 있어도 지금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우호적인 게 아니거든요. 그게 더욱 증폭이 되는 건 과거 9년 동안 있었던 정부들이 완전히 상당히 부담이 되는 종속성을 만들어 버렸거든요. 거기에 안타까움이 있지만 조금 지켜보죠.

사실 외교안보라는 건 국민적 합의가 제일 중요한 겁니다. 대통령께서 사드를 저렇게 한 것도, 청와대 입장에서 여론조사 안보겠습니까? 사드 찬성이 68%, 70% 된다면 대통령도 그냥 의지만 가지고 나가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하여간 좀 지켜보죠. 지금 초기에 엄청난 혼란기 상태에서 정책을 펴다 보니까 시행착오도 있고 한데, 조금 기다려 보시면 잘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자 : 이 문제는 이종석 전 장관님 말씀 듣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이종석 : 네 물론 지켜봐야겠지만, 문정인 교수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드 같은 경우도 대통령과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서 변화돼 온 여론을 가지고 또 여론이 이렇다고 말씀하시는 건... 사드는 오래전에 결정이 됐잖아요?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창의적 대안을 만들어서, 창의적 대안이 뭔지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한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자기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자기 공간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동맹이라도 미국이 우리에게 쉽게 내주지 않습니다. 힘이 들어도 눈을 딱 감고 붙어서 할 이야기는 해야 하는 것이지 할 이야기를 못하면, 언젠가 우리가 이야기 다 들어줬으니까 당신들 내 이야기 들어주세요?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서는 그게 잘 안됩니다.

해주면 해준 만큼을 받아먹고 딱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공간, 말 그대로 창의적으로 이 상황을 주도할 생각이 있다면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해야지, 자꾸 트럼프에게 달려가고, 미국 사람들조차도 트럼프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데, 트럼프 대통령과 나의 생각은 다른 게 없다고 계속 하고, 그런데 트럼프는 계속 딴 소리 하지 않습니까? 우리 남북대화에도 비아냥거리고 있다는 말이죠.

그러면 대통령께서는 '나는 대화를 하고 싶은데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에 동의하다 보니 북에서 거기에 동의하면 못한다고 하더라' 이렇게 말씀 하셨어야 한다고 봐요. 우리가 무슨 대화는 핵문제 대화가 아니고 인도주의 대화라고, 그렇게 구차한 설명 할 필요 없다는 거죠. 너희가 강하게 압박하자고 해서 하다보니까 안 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 그렇게 당당하게 치고 나가면 공간이 열리는데, 너무 끌려 다닌 것 같다는 생각을 저만이 아니라 신문만 봐도 느껴지니까요."

문정인 : 제가 또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방어적 입장을 취한다면, 현 정부 120일 되는 기간 동안에 결국 북한이 미사일 10번 쐈어요. 핵실험 했죠. 그것도 아주 강력한 수소폭탄 핵실험 했다고 했죠. 그러니 위기를 관리하는데 모든 역량이 집중이 되는 거예요. 위기를 관리하다 보니까 대통령이 가졌던 큰 그림, 보완된 큰 그림조차도 꺼내지 못하는 입장이 됐는데, 조금 기다려 보면 이제 큰 그림이 나오고 큰 그림 속에서 미국에 대한 대응도 할 것이지 않나. 그 부분에서 조금 기다려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회자 : 알겠습니다. 문 교수는 주로 토론회에서 공격하시는 입장이었는데 여기서는 방어를 하시는 걸 보니까 조금 재밌습니다.

[문정인-이종석 긴급 대담 전문②]북핵문제 해법,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태그:#문정인, #이종석, #문재인, #북핵, #미사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