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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화물연대 인천지부 소속.
▲ 휴스틸 정문 앞 농성장 고인은 화물연대 인천지부 소속.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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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틸 당진공장에서 화물차 기사가 적재함에 올라갔다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는 사망사고의 책임이 휴스틸에 있다고 주장하며 회사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8월 21일 오후에 발생한 이번 사고는 신안그룹 계열의 휴스틸 당진공장에서 일어났다. 고인이 된 정태영(54) 기사는 해당 업체가 인천에 소재할 당시부터 일해오던 기사다. 사고 당일에도 크레인으로 이루어지는 파이프 상하차 작업을 하는 도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당한 정태영 기사는 당진종합병원으로 이송했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사고 다음날인 22일 사망판정을 받았다.

이번 사고의 최대 쟁점은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다. 유족과 화물연대 측은 "휴스틸의 안전수칙에 따르면 파이프 상하차작업에 공장직원 3인 1조로 진행되어야 하며 해당 작업은 화물차기사의 업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상하차 직업에 직접 참여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휴스틸 측의 주장은 다르다. 휴스틸 생산팀장은 "3인 1조 안전수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차량기사가 차량 안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수칙은 있다"라고 말했다. 휴스틸 측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휴스틸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책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휴스틸 관리팀장은 "현재 고인과 계약이 된 H물류 측과 원만하게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휴스틸 역시 도의적인 책임을 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인천지부 조정재 사무부장은 "화물차 기사가 사측의 부당한 상하차지원 업무를 거절한다면 그 순간 화물차 기사는 현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사고가 나면 사측은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즉 사측이 통제·감독하는 작업 중 발생한 사고는 사측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부검결과 통보, 또 다른 논란 발생

9월 15일
▲ 분향소 모습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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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틸의 관리팀장은 "유족과의 대화과정에서 고인의 아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진상규명은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족과 화물연대 측은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화물연대 인천지부 조정재 사무부장은 "당진종합병원에서 확인할 당시 머리 부분 말고는 전혀 다친 곳이 없었다. 보통 추락의 위험이 있으면 팔과 손 같은 부분에 추락하지 않고 버티려는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즉 단순한 추락사가 아니라 파이프 상차를 돕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것을 의심하고 있다.

고인의 아들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진술서를 제출하고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진술서에서 아들은 "사망사고 조사진행 관련 담당경찰의 태도에 강한 의구심이 들어 사실관계에만 기초하여 진술하겠다"면서 부검진행과정과 결과통보과정에 의문을 제기한 상태다.

시끄러웠던 휴스틸의 과거 행적     

화물연대 인천지부 제공
▲ 현장에 붙어 있는 휴스틸 안전수칙 화물연대 인천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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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논란은 신안그룹 휴스틸의 과거 행적이다.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은 2003년과 2015년 마카오 등지에서 수억원대 불법도박을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고, 신안 상호저축은행을 통한 불법대출 알선혐의로 구속된 바가 있다.

개인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휴스틸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휴스틸이 "부당해고로 판정받아 복직자들을 다시 내쫓기 위해 '해고매뉴얼'까지 만들어 복직노동자들을 괴롭혔다"는 보도가 지난 7월 언론에 나오면서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더구나 복직자를 화장실 앞 면벽 근무를 시킨 점 때문에 비난의 강도가 심했다. 당시 휴스틸 측은 공개사과를 하면서 "해고매뉴얼은 실무자의 업무적 과잉판단으로 인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실행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장실 앞 면벽 근무는 사진까지 언론보도에 게재된 상황에서 휴스틸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통화에서도 휴스틸 관리팀장은 사망사고에 대해 "운전자가 안전모 턱끈 제대로 안 해 가지고 떨어질 때 안전모가 날아갔으니, 자기 머리가 바닥에 손상을 입었던 거 아니냐?"고 말하며 사고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또한 화물연대 측이 회사 정문 앞에서 분향소를 차리고 농성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캐나다 안티덤핑 관련해서 실사가 오늘(15일) 나오는데 (회사정문) 앞에서 저러고 있다. 회사에서 곤혹스럽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기사의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신안그룹에 대해 "휴스틸은 당장 노동자들과 유족 앞에 사죄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벌어진 사망사고에 대해 김홍장 당진시장 역시 관심을 갖고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민주노총 당진시위원회에 밝힌 상태다.

화물연대 측은 "정태영 동지가 사망한 후 휴스틸뿐만이 아니라 인근 공장까지 (화물적재시) 안전수칙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해당업체 노조원들로부터 들었다. 사람이 죽어나가야지만 적용되는 안전수칙은 안전을 위한 수칙이 아니고 그저 형식에 불과했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산업현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사망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당진은 철강관련 제품의 생산 업체가 많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산업안전에 대한 보다 책임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태그:#화물기사 사망사고, #휴스틸 당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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