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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로 가는 길은 시나브로 마음에 평화를 안겨준다.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로 가는 길은 시나브로 마음에 평화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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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다. 지난해 헤어진 가을과 상봉했다. 가을과 이야기 나누면서 지난 무더운 여름을 견뎌낸 나 자신에게 마침내 쉼표를 찍었다. 가을 문턱, 잔잔한 바다 위에 명상하듯 9월 6일 경남 합천으로 길을 나섰다.

가야산 해인사와 대구, 고령으로 가는 갈림길에 있는 경남 합천 분기 교차로.
 가야산 해인사와 대구, 고령으로 가는 갈림길에 있는 경남 합천 분기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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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진주에서 출발한 차는 국도를 따라 시원하게 내달렸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좋은 길을 두고 합천읍 내에서 빠졌다. 굽이굽이 가는 길을 따라 해인사 쪽으로 향했다. 드디어 야로면 분기 삼거리에 이르렀다. 가야산 해인사 가는 길과 대구, 고령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탑이 한쪽에 서 있는 교차로에 잠시 차를 세웠다.

합천 분기 교차로 근처에 있는 시멘트 긴 의자에 앉았다. 초록으로 물든 주위 풍경들이 밀려온다.
 합천 분기 교차로 근처에 있는 시멘트 긴 의자에 앉았다. 초록으로 물든 주위 풍경들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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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긴 의자에 앉았다. 초록으로 물든 주위 풍경들이 밀려온다. 발아래 노란 괭이밥이 나를 올려다본다. 숨을 고른 뒤 천천히 해인사 방면으로 차를 몰았다. 분기골 고개를 넘다 멈췄다.

광주-대구고속도로 야로대교가 개울 위를 가로질러 웅장하게 드러난다. 마치 하늘을 나는 길 같다.
 광주-대구고속도로 야로대교가 개울 위를 가로질러 웅장하게 드러난다. 마치 하늘을 나는 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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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구고속도로 야로대교가 개울 위를 가로질러 웅장하게 드러난다. 마치 하늘을 나는 길 같다. 야로면을 지나 가야산 해인사 쪽으로 가는데 가야산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잔잔한 바다 위의 명상'을 뜻하는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따온 '해인사'라는 이름처럼 해인사 가는 길은 시나브로 마음에 평화를 안겨준다.

경재선생, 연당공 충효문
 경재선생, 연당공 충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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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에 눈길을 주다 문득 차를 세웠다. '경재선생, 연당공 충효문' 앞이다. 조선 시대 태종,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문효공 하연과 문효공 삼남(三男)인 연당공 하우명의 효행을 기리는 문이다. 하우명 선생은 부모님 영정을 직접 그리고 묘소 아래 영당을 지어 봉안하고 생시처럼 모시며 시묘살이를 했다고 한다. 삼강행실록에 등재되었다고 하는데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후 1920년 수해로 현재 위치로 옮겼다.

대가야의 마지막 왕인 도설지왕(월광태자)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월광사 옛터
 대가야의 마지막 왕인 도설지왕(월광태자)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월광사 옛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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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정 문효공 경재 하연지문'이란 현판 아래 청룡 두 마리가 구름 사이를 노닌다. 다시 걸음을 옮겨 대가야의 마지막 왕인 도설지왕(월광태자)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월광사 옛터로 향했다.

월광사지 쌍탑
 월광사지 쌍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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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백제와 신라가 영토 전쟁을 벌인 500년대는 가야연맹체는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생존을 위해 대가야 이뇌왕은 522년 신라 왕실과 정략결혼을 맺었고 월광태자가 태어났다. 신라는 정략결혼에도 불구하고 529년 대가야를 쳐들어와 동맹은 깨졌다.

신라 진흥왕은 562년 대가야를 쳐서 이겼다. 점령지에 대가야군(大伽倻郡)을 두고 월광태자를 도설지왕으로 옹립하고 지역 민심을 수습했다. 대가야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 뒤에는 폐위시켰다. 월광태자는 속세를 떠나 이곳에 절을 건립했다고 한다.

곳곳에 피어난 하얀 설악초, 내게는 '대가야'의 눈물로 보였다

합천 월광사지 쌍탑 옆에 있는 쉼터에 있는 달마대사 조각상이 웃어도 웃는 게 아닌 듯 보인다.
 합천 월광사지 쌍탑 옆에 있는 쉼터에 있는 달마대사 조각상이 웃어도 웃는 게 아닌 듯 보인다.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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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살 좋은 달마대사가 그득한 배를 드러내며 웃는 뒤로 '월광사지' 시비가 있다.

"아득한 풍경 소리 어느 시절 무너지고/ 태자가 놀던 달빛 쌍탑 위에 물이 들어 / 모듬내 맑은 물줄기 새 아침을 열었네"

달마대사 조각상이 웃어도 웃는 게 아닌 듯 보인다. 월광사지의 동·서로 배치된 쌍탑을 걸었다. 서탑은 무너져 있던 것을 다시 세운 것이라 한다. 이중기단에 삼 층 몸돌을 갖춘 전형적인 신라 탑의 모습을 보인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월광사지의 동·서로 배치된 쌍탑을 걸었다. 서탑은 무너져 있던 것을 다시 세운 것이라 한다.
 월광사지의 동·서로 배치된 쌍탑을 걸었다. 서탑은 무너져 있던 것을 다시 세운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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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위에는 작은 부처상이 염주를 목에 두르고 앉아 있다. 아래에는 동자승들이 부처님으로 향하는 내 눈을 당겨 붙든다. 탑 주위를 돌다 뒤편에 최근에 지은 듯한 월광사로 걸음을 옮겼다.

대웅전으로 향하는 곳곳에 피어난 하얀 설악초가 내게는 '대가야'의 눈물로 보였다. 설악초 뒤편에 풀협죽도가 진분홍빛으로 나를 경계한다. 꽃말처럼 '주의'하라, '방심은 금물'이라고 일러준다. 정략결혼으로 안심하다 나라를 잃은 슬픈 대가야의 전설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합천 월광사지 풍경(風磬)도 울리지 않는, 바람이 또 잔잔하게 지난다. 평온이 밀려온다.
 합천 월광사지 풍경(風磬)도 울리지 않는, 바람이 또 잔잔하게 지난다. 평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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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옆 요사채에 '세심헌(洗心軒)'이라 편액이 걸렸다. 마음을 정갈하게 씻으라는 듯 바람 한 점 시원하게 지난다. 풍경(風磬)도 울리지 않는, 바람이 또 잔잔하게 지난다. 평온이 밀려온다.

덧붙이는 글 | 경상남도 인터넷뉴스 <경남이야기>
해찬솔일기



태그:#월광사지 쌍탑, #월광태자, #대가야,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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