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신인의 등장이다. 2015년 장편 영화 <초인>으로 데뷔를 한 후 2년 만에 '스타 등용문'이라는 학교 시리즈 주인공을 꿰찼다. 올해 28살로 10년 전 입었던 교복을 다시 입은 셈이었다. 그는 시청률 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2017>의 유일한 수혜자라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다. 흔한 연기력 논란도 없다. 배우 김정현 이야기다.

지난 14일 오전 <학교2017>이 끝나고 김정현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냉정하리만치 차분했다. 연기에 대한 호평에도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연기는 연기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감독이나 연출·편집이 같이하는 것이기에 혼자 들떠 만끽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스스로 냉정 하려 애쓴다고 했다. "꼭 필요한 일"이라 김정현은 말한다.

'학교2017' 김정현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2017>에서 현태운 역의 배우 김정현이 14일 오전 서울 삼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학교2017' 김정현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2017>에서 현태운 역의 배우 김정현이 14일 오전 서울 삼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학교2017' 김정현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2017>에서 현태운 역의 배우 김정현이 14일 오전 서울 삼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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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나 "화면에 잘 나온 건 앵글과 편집의 힘인 것 같고 내 연기는 '항상' '모든 것'이 아쉽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물론 시간이 급박하게 돌아간 건 있는데 '시간을 탓하고' 싶진 않다. 환경에 대한 변명을 하면 안 된다. 체력이 부족해서 혹은 잠을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좀 더 고민하지 않고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좀 더 열심히 할걸. 짧은 시간 안에 깊이 있게 연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닌 이상 드라마 현장은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과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대본을 여러 번 읽기 힘들 정도로 급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변명을 할 수도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김정현은 아주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고 싶지 않다."

'한예종' 동기는 변요한·박정민... "데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김정현은 장편 영화 <초인>의 남자 주인공을 맡아 배우로서 일을 시작했다. 성공적인 시작을 김정현은 "운"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한다. "일을 계속 연달아 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 "운"이 따르게 하기 위해 그가 오랫동안 연기 연습을 했음은 물론이다.

중학교 3학년 때, 호기심에 학예회 무대에서 더빙 연기를 맛본 이후로 김정현은 연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내가 왜 연기를 할까? 라는 고민이 들 무렵 학원을 그만두고 무작정 서울로 와 한예종에서 예비 고3 학생들을 데리고 진행하는 실기 과정 수업을 듣고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김정현은 "입시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과 달리 체계적인 감각 훈련이나 희곡 속 캐릭터에 다가가는 방법 등을 배웠다. 이렇게 연기를 접근하고 배우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해 이 학교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학교2017' 김정현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2017>에서 현태운 역의 배우 김정현이 14일 오전 서울 삼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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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에 입학한 그의 동기 중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알려진 배우는 변요한과 박정민 등이다. '데뷔가 좀 늦어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동기들이 다들 내 나이쯤에 데뷔했다"며 "이른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 데뷔하지 못한 선배들도 있기에 늦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옆에서 선배들이 '네가 2년 동안 슈퍼스타가 될 것 같니? 아이돌이 하고 싶어?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아 그냥 군대 가'라고 하시기에 '저도 그럴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웃음) 그리고 군대에 먼저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배들에게 아주 감사한 일이다. 물론 군대에 언제 가든 별다른 일이 일어나진 않았겠지만."

그는 스스로 대학을 다니면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자평을 했다. "모범적인 학생이었느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 그런데 실험하고 싶은 건 모두 실험해봤다. 좀 더 도전적으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에서 더 덧붙여서 하려는 고집이 있었던 것 같다."

대본은 무조건 "꼼꼼하게"

<학교2017>의 현태운을 만난 건 MBC 사극 <역적>을 한창 촬영하던 중이었다. 그는 <역적> 당시 <학교2017> 오디션을 봤고 '현태운' 역할을 만나게 됐다. "감독님께서는 '정현씨 연기 보고 (현태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같이 하고 싶다고 다른 관계자분들에게도 말씀드렸는데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같이 하게 됐어요'라고 말씀하시더라."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교복을 입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겨울 법한데 그는 "교복을 입고 싶은 마음도 없고 입지 않고 싶다는 마음도 없다"고 말했다. "어떤 인물인지가 중요하다. 교복을 입었지만, 인물들 간에 서로 환경도 다르고 처한 상황이나 일어나는 사건들도 완전히 다르니까.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뭐든 할 수 있는 것이고."

'학교2017' 김정현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2017>에서 현태운 역의 배우 김정현이 14일 오전 서울 삼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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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017' 김정현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2017>에서 현태운 역의 배우 김정현이 14일 오전 서울 삼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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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현태운이라는 역할을 접하고 그가 한 행동은 '대본 분석'이었다. 배우 김정현은 "대본은 많이 읽고 무조건 꼼꼼하게 읽는다"고 했다. "물론 대본 분석에 정답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대본 이외의 것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김정현의 생각이다. "연기는 외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대본 안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이가 들면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 나오는 주인공(케이시 애플렉) 같은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묵직하고 정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 김정현은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매체 제한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을 열어주시면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드라마 촬영이 힘들었는데 <학교2017> 같은 기회가 돌아오면 또 잡겠느냐는 질문에 김정현은 웃음기 없이 말했다. "물론 인간 김정현은 힘들었지만, 배우 김정현은 그런 걸 따지지 않고 잘 해냈으면 좋겠다."

'학교2017' 김정현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2017>에서 현태운 역의 배우 김정현이 14일 오전 서울 삼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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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학교2017 초인 역적 현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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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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