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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 비로봉까지 왕복 24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조금 버거운 산행입니다. 배낭 단단히 걸쳐 매고 길을 나섭니다.
▲ 가을 산 비로봉까지 왕복 24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조금 버거운 산행입니다. 배낭 단단히 걸쳐 매고 길을 나섭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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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습니다. 산에 올라야 합니다. 붉은 단풍이 없어도 좋습니다. 꽃향기와 바람소리가 계절을 알려줍니다. 소백산에서 멋진 선글라스와 소중한 장갑을 잃어 버렸지만 하나도 아쉽지 않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미궁에 빠진 큰아들을 되찾았기 때문입니다.

덤으로 불만덩어리 둘째가 크게 웃으니 행복하고 천방지축 날뛰던 막내도 차분해졌습니다. 이정도면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보상은 충분합니다. 세 아들과 앞세우고 아내 손잡고 걷는 산행 길은 이미 풍성한 가을입니다. 11일 아침, 눈을 떴습니다. 비가 옵니다.

가을비는 촉촉이 내려야 옳은데 폭우가 쏟아집니다. 비가 하루 종일 내릴 모양입니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경남지역은 호우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걱정입니다. 온 가족이 소백산으로 향해야 하는데 궂은비가 앞을 가립니다. 포기하려는 순간 곤히 잠들어 있는 세 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날 제 눈과 마주친 세 아들의 음흉한(?) 눈빛이 떠오릅니다. 대피소를 한바탕 갈아엎을 듯 차분히 계획 세우던 녀석들입니다. 개구쟁이들이 길을 나서지 못한다는 말 들으면 못내 서운해 하겠지요. 하여, 마음을 다잡습니다. 아침 든든히 챙겨먹고 빗길 조심스레 운전하며 소백산으로 떠납니다.

안개 비는 그쳤는데 안개가 산을 휘감고 있습니다.
▲ 안개 비는 그쳤는데 안개가 산을 휘감고 있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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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 안개 뚫고 제2연화봉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 대피소 안개 뚫고 제2연화봉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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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귀에 꽂고 말없는 큰아들, 전형적인 사춘기 증상입니다

여수에서 목적지인 소백산 죽령탐방지원센터까지는 네 시간 걸립니다. 자동차 안에서 둘째와 막내는 쉼 없이 떠들어대는데 큰애는 귀에 이어폰 꽂고 아무 말이 없습니다. 자신만의 세계에 푹 빠진 모습입니다. 전형적인 사춘기 증상입니다. 자동차 실내등으로 큰애 눈치만 보며 달립니다.

늦은 오후, 비바람 뚫고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큰비는 그쳤는데 안개가 산을 휘감고 있습니다. 앞을 가린 안개 뚫고 제2연화봉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짐을 풀자 세 아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피소를 샅샅이 살펴봅니다. 난장판 만들 놀이터를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대피소 안을 활개 치며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대피소 직원의 나지막이 한마디 던집니다. "시끄럽게 떠들면 밖으로 쫓아낸다" 세 아들이 이내 겁먹고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이어, 큰애는 또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습니다. 밤이 깊어갑니다. 다음날 맑은 하늘을 기대하며 세 아들이 잠듭니다.

운해 구름이 산 넘으며 묘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평화로운 아침, 세상의 모든 시름 내려놓습니다.
▲ 운해 구름이 산 넘으며 묘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평화로운 아침, 세상의 모든 시름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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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파란 가을하늘이 참 아름답숩니다.
▲ 가을 파란 가을하늘이 참 아름답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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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 가는 길 북핵문제와 한미 관계에 대한 물음, 아는 상식을 총동원해 초등학교 6학년에게 답변을 했습니다.
▲ 비로봉 가는 길 북핵문제와 한미 관계에 대한 물음, 아는 상식을 총동원해 초등학교 6학년에게 답변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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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은 결코 작은 산이 아닙니다

소백산은 충청북도 단양군과 경상북도 영주시 및 봉화군에 걸쳐있는 산입니다. 사람들은 소백(小白)이란 이름 때문에 작은 산으로 오해하는데 이 산은 비로봉(1,439m), 국망봉(1,421m), 제2연화봉(1,357m), 도솔봉(1,314m), 신선봉(1,389m), 형제봉(1,177m), 묘적봉(1,148m)등 1000미터 넘는 봉우리를 일곱 개나 품은 꽤 큰 산입니다.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소백산은 1987년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됩니다. 아고산대 지역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소백산 정상부근은 키 작은 나무만 자라는데 봄이면 철쭉이 활짝 피어 분홍빛으로 변합니다. 여름엔 온갖 꽃들이 등산객들의 눈을 만족시킵니다.

가을 소백산은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투구꽃 그리고 구절초가 만개해 하늘정원을 이룹니다. 소백산은 겨울이면 눈꽃이 피어 절정을 이룹니다. 많은 산객들이 겨울눈꽃 보기위해 바람찬 소백산 정상에 오릅니다. 소백산 칼바람은 '상고대'라는 걸작을 만듭니다.

상고대는 일정 조건이 갖추어져야 만들어 지는데 많은 습도와 영하의 기온 그리고 강한 바람이 합쳐져야 합니다. 때문에 소백산의 낮은 기온과 칼바람은 상고대를 만들 최적의 조건입니다. 이렇듯 사계절 다른 옷을 갈아입는 소백산에서 세 아들과 하룻밤을 보냅니다.

가족사진 구름 넘어가는 모습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남긴 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 가족사진 구름 넘어가는 모습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남긴 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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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큰애가 이어폰을 귀에 달고 걷습니다. 큰애 옆으로 살짝 다가가 함께 걷습니다. 큰애가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저를 쳐다봅니다.
▲ 사춘기 큰애가 이어폰을 귀에 달고 걷습니다. 큰애 옆으로 살짝 다가가 함께 걷습니다. 큰애가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저를 쳐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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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꽃 산길 옆, 가을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 가을 꽃 산길 옆, 가을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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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맞는 평화로운 아침, 세상 모든 시름 내려놓습니다

다음날, 하늘은 맑고 기온은 쌀쌀합니다. 산에서 맞는 아침은 참 특이합니다. 고요하고 싸늘한 기운이 주위를 감싸는데 햇살을 이상하리만큼 따스합니다. 구름이 산을 넘으며 묘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평화로운 아침, 세상의 모든 시름을 내려놓습니다.

구름 넘어가는 모습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남긴 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비로봉까지 왕복 24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조금 버거운 산행입니다. 배낭 단단히 걸쳐 매고 길을 나섭니다. 산길 옆으로 가을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막내는 줄달음질을 치다 힘들면 길바닥에 주저앉기를 반복합니다.

둘째는 아내 곁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계속 재잘거립니다. 큰애는 여전히 이어폰을 귀에 달고 걷습니다. 그런 큰애 옆으로 살짝 다가가 함께 걷습니다. 이윽고 큰애가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저를 쳐다봅니다.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머뭇거리고 있는데 큰애가 말을 건냅니다.

투구꽃 예쁜 가을 꽃이 피었습니다.
▲ 투구꽃 예쁜 가을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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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가을 소백산은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투구꽃 그리고 구절초가 만개해 하늘정원을 이룹니다.
▲ 꽃길 가을 소백산은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투구꽃 그리고 구절초가 만개해 하늘정원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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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 비로봉 정상에 섰습니다. 파란 하늘과 신선한 바람이 가슴을 뚫어줍니다. 세 아들도 행복한 모습입니다.
▲ 비로봉 비로봉 정상에 섰습니다. 파란 하늘과 신선한 바람이 가슴을 뚫어줍니다. 세 아들도 행복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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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 대하는 방법 산에서 답 찾았습니다

북핵문제와 한미 관계에 대한 질문입니다. 참 분위기에 안 맞는 물음입니다. 아는 상식을 총동원해 초등학교 6학년에게 북핵과 한미관계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답변에 대한 큰애의 만족도는 중요치 않습니다. 소백산 걸으며 큰애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더 중요합니다.

그동안 무던히도 말없던 큰애가 산에 오르니 아빠와 대화를 나눕니다. 이어지는 말도 안 되는(?) 물음에 성심껏 대답을 하며 비로봉 정상에 섰습니다. 파란 하늘과 신선한 바람이 가슴을 뚫어줍니다. 세 아들도 행복한 모습입니다. 돌아오는 길, 큰애의 질문은 계속 이어집니다.

산에서 큰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사춘기 긴 터널에 들어선 아들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산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아이들과 걷다보니 녀석들이 스스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길 잃은 큰 아들을 소백산에서 되찾았습니다. 그나저나 산에 놓고 온 선글라스 어느 짐승이 쓰고 다니는지 못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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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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