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시절 MBC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던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한 방송인 김어준씨 인터뷰 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11일차인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 사옥에서 시사교양PD, 예능PD, 라디오PD, 드라마PD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던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한 방송인 김어준씨 인터뷰 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 권우성


"MBC 김재철 사장과 KBS 김인규 사장 중 누가 더 바보 같습니까?"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2011년 한 행사에서 이러한 농담 발언을 한 후 얼마 뒤 MBC에서 하차됐다고 밝혔다. 지금은 tbs라디오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 중인 김어준은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11일차이던 14일 서울 MBC상암 사옥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출연자 및 프로그램 퇴출 사례' 발표 기자회견에서 영상 인터뷰로 이 같은 과거 일화를 털어놨다.

김어준의 저 발언을 '라이브'로 들었더랬다. 당시 현장에서 취재 중이었기에, 생생히 기억한다. 더욱이 저 발언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기에 어쩌면 그의 퇴출에 일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때는 6년 전인 2011년 6월 초였고, 장소는 한국PD연합회 주최로 서울 신촌의 한 지하 콘서트홀에 열린 '나는PD다'라는 제목의 토크콘서트였다.

2011년, 잘 나가던 PD들을 회사에서 쫓아낸 이는 누구일까

 한국PD연합회 주최로 3일 저녁 서울 신촌 소통홀에서 열린 `나는PD다` 토크콘서트에서 MBC `PD수첩`의 최승호PD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PD연합회 주최로 2011년 6월 3일 저녁 서울 신촌 소통홀에서 열린 <나는PD다> 토크콘서트에서 MBC < PD수첩> 최승호PD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EBS를 포함한 지상파의 시사·드라마·예능 PD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김어준은 정확히 "MB 정권이 집권한 이후 프로그램 만들기가 달라졌습니까?"라고 물었다. (관련 기사 : 김어준이 물었다 "MBC와 KBS 사장 중 누가 더 바보?") 배우 김여진의 남편이기도 한 김진민 PD는 ""제가 MBC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사장님이 더 바보죠"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PD들 중 누구는 시청률(압박)을, 누구는 외압을, 누구는 또 소통(부족)을 토로했다. 

그 중 지금은 영화 <공범자들>의 감독으로 불리는 최승호 PD는 "방송이라는 전문적인 곳에서 역할을 하기보다는 정치라든지 더 넓은 곳에 가셔서 역량을 발휘하면 좋지 않을까? 하루빨리 본인들에게 어울리는 곳에서 기여를 했으면 싶다"고 했더랬다. 귀신이다. 정확히 맞혔다. 김재철 전 사장은 지난 2014년 고향인 경남 사천시장에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낙선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PD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하지만 이 중 그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PD들은 극소수다. <추노>(KBS) 곽정환 PD는 tvN으로 이적한 지 오래고, <손석희의 시선집중> (MBC) 정찬형 PD는 tbs의 대표가 됐으며, <나는 가수다>(MBC) 신정수 PD는 중국 외유를 접고 최근 Mnet에 입사했다. 김진민 PD도 최근 tvN에서 드라마를 제작했다. 잘 알려진 대로 < PD수첩>(MBC) 최승호 PD는 해직을 당한 이후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만들었다.

김어준을 비롯해 그날 행사에 참석한 PD들은 짐작이나 했을까. 국정원이 만든 'MB 블랙리스트'의 존재 사실을 말이다. 승승장구하던 이 PD들을 자의반 타의반 방송사에서 내쫓은 것이 결국은 MB 아니었을까.

그리고, 15일 오전 '그' 정찬형 대표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배우 문성근이 출연했다. 그는 'MB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2명 중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이 역시 MB가 만들어낸 상징적인 장면이지 않겠는가. 문성근의 이야기를 더 들어 보자.   

'합성사진' 피해자 문성근, "MB 정권은 '일베' 정권이었나"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 ⓒ 남소연·노동과세계 이명익


"믿어지지 않는 거죠, 믿어지십니까? '일베'(일간베스트) 중에서도 '개쓰레기들'만 하는 짓 아닙니까."
"MB 정권이 '일베' 정권이었다면, 그런 정권의 성격이 (박근혜 정권까지)계속 이어졌던 것 아닌가. 얼마 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청년들에게 일베 계속 하라고 했잖습니까. 그런 분들이 정치권 한 쪽을 맡고 있는 다는 게, 참담하죠."

전날인 14일, 국정원 심리전단이 2011년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의 합성사진을 작성·유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심리전단은 이들을 좌파 연예인으로 분류한 뒤, 부적절한 관계로 보일 수 있는 사진으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내용의 계획서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한 뒤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문성근은 이에 대해 참담함을 토로했다. 문성근은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국정원이) 대중심리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라며 "사진조작도 말이 안 되는 짓이지만, 이게 본 사람들의 잔상으로 남아서 무의식에 침투하는 그런 작전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블랙리스트 자체에 대해서 문성근은 "8년 전부터 방송 출연이 안 된다는 걸 알아서 그런가보다"했다고 하면서도 이번 심리전단의 합성사진 유포에 대해서는 "'최순실 사건' 때 라스푸틴 얘기하며 해외토픽까지 나왔는데, 그만큼 충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이후 '출연금지'로 인해 "소득신고도 못 한 해가 많았다"는 문성근은 "참여정부 이후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가 좀 있는데, 제가 출연료를 받은 모든 회사들에 죄다 세무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출연 거부에 대한 실질적인 사례도 들었다. CJ 계열의 케이블 TV OCN이 제작한 드라마 <처용>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된 이 드라마에 문성근은 10부작인 이 드라마에 4회까지 출연했지만, 감독까지 교체되면서 촬영 분량이 '통편집'됐다고 밝혔다.

"연출이 그렇게는 못한다고 버텼는데, 그 친구도 잘렸죠. 연출자도 연출하는 동안에만 수입이 발생하거든요. 저는 양해할 수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저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잘리더라고요. 하지만 CJ측은 저한테 양해의 말 한 마디 한 적이 없어요. 팟캐스트도 많고 제가 문제 삼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거든요. CJ도 회장이 구속돼 있고, 사정이 그렇겠지만, 아직도 양해가 없어요. 그게 일종의 갑질이죠. 자기고통만 고통인 거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 'MB 블랙리스트' 민형사 소송 변호사로

 14일 <뉴스룸>과 전화 인터뷰한 문성근.

14일 <뉴스룸>과 전화 인터뷰한 문성근. ⓒ JTBC


배우 명계남과 바다이야기 관련 의혹 해소, MB 정부 당시 영화진흥위원회의 이창동 감독 <시> '0점' 논란, 영화계의 모태펀드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해외 자본이 투입된 영화에 출연하고 넷플릭스 영화를 연출하는 배우 송강호, 봉준호 감독의 이른바 '국부유출론'까지.   

문성근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망가진 영화계와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들에 대해 폭넓게 진단하고 분석했다. 14일엔 자신의 SNS를 통해 'MB 블랙리스트'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있다며 "민형사 소송 둘 다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은 국가 대상 소송이 기초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9월 말까지 자발적으로 피해 사례를 수집해 10월 초에는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는 것.

이미 참여연대도 참여 의사를 밝혔고, 민변의 김용민 변호사 외에 전 채동욱 검찰총장 역시 자원봉사 형식으로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상태다. 문성근은 "저 외에 다른 배우들 5명 정도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MB 블랙리스트 중 40명이 넘는 영화감독과 영화인들은 아직 참여하지 않은 상태라 참여 명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그 사진을 언뜻 예전에 본 기억에 나기는 나요. 김여진씨는 본 적이 없다고 그러는데. 그냥 일베 안에서 그야말로 쓰레기들이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을 했지, 이걸 국정원에서 했을 거라고 정말 상상을 못했죠. 저야 애들이 다 컸지만 김여진씨는 아기가 어린데… 아이고, 제 마음이 다 떨립니다."

앞서 14일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가진 문성근은 '합성사진'으로 함께 피해를 입은 후배 김여진과 그의 아이를 걱정하기도 했다. '해외토픽'에 나와도 모자를 국정원이 한 짓거리가 이 정도다. '합성사진'의 경우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이번 'MB 블랙리스트' 관련 소송에 피해 문화예술인들이 최대한 많이 동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방송 직후 배우 김여진도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의 저는 괜찮지 않다"며 힘겹게 심경을 고백했다.

 국정원 합성사진에 대한 심경을 밝힌 배우 김여진의 SNS

국정원 합성사진에 대한 심경을 밝힌 배우 김여진의 SNS ⓒ 김여진


"2011년의 사진이라지요. 그게 그냥 어떤 천박한 이들이 킬킬대며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작품이라구요. 가족들을, 아니 지금 이곳에서 함께 촬영하고 있는 스태프들 얼굴을 어찌 봐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일이다  아무리 되뇌도 지금의 저는 괜찮지 않습니다.

많은 각오를 했었고  실제로 괜찮게 지냈습니다. '덕분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구요. 그래도 이건 예상도 각오도 못한 일입니다. 그 추함의 끝이 어딘지 똑바로 눈뜨고 보고 있기가 힘듭니다."

문성근이 PD들을 비롯해 방송국 구성원들의,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피해 사례 제출과 증언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문성근과 김여진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보상과 위로, 재발방지는 '표현의 자유'와 이 나라 '민주주의'와 직결된 국민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문성근의 그러한 제안은 (MB로 인해) 일선 검사들의 밀려드는 업무량을 걱정(?)하며, 먼저 증거 수집까지 해주자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 모든 화살은 MB에게로 향한다. 문성근은 피해자 조사를 위해 18일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다. 14일 검찰 조사도 착수됐다는 소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시기나 그 이후에나 '꼼꼼'하기로 유명했다. 이제 그 꼼꼼함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되갚아줄 때다

문성근 김어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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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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