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철 한중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장성철 한중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 한중국제영화제 사무국


야심차게 시작을 알린 한중국제영화제, 동시에 우려와 비판적 시각 역시 강한 행사였다.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가질 만큼 주최 측은 자신감을 보였지만 현장에선 영화제 진행 과정에 대한 몇 가지 지적이 나왔다.

우선 올해 1회라 알렸지만 본래 이 행사는 3년 전 케이팝국제영화제라는 이름으로 기획됐던 이력이 있다. 당시 배우 신성일이 이사장을 맡고, 이병헌의 동생이자 미스코리아 출신 이은희 등이 집행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끝내 행사는 열리지 못했다. 지금의 이름으로 2016년에도 행사를 기획했고, 공문을 띄워 국내 영화인들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저조한 관심과 내부 사정으로 역시 불발에 그쳤다.

"3년 전부터 준비한 행사다. 세월호로 애를 먹고, 메르스, 그리고 지금은 사드 문제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계속 미루다보면 한중영화제 의미가 퇴색할 거 같아 정치와 상관없이 민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생각으로 중국 룽위시앙(국제문화전파중심 당서기 겸 집행주석)을 설득했다. 결국 중국 쪽 조직위원장으로 모셨다. 어려움이 많았다.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부산영화제 김동호 이사장께서 '2회까지 잘 진행하면 이후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용기를 주셨다. 지금은 예정대로 잘 준비중이다. 시작이 반이니 많이 기대해달라." (조근우 이사장)

"시작이 반이다" 

과거에 대한 우려를 인식해선지 조근우 이사장은 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 그간의 준비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지된 참석자인 김보연 집행위원장은 행사 시작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조 이사장은 "집행위원장이 어제부터 몸이 안 좋아 지금 병원에 있다가 오는 중"이라며 "(의상이나 화장 등이 준비가 안 돼) 단상에 서기엔 그렇고 참석만 하겠다고 알려왔다"고 해명했다.

한중국제영화제의 개막일은 오는 16일. 단 하루의 행사라지만 다소 급박하게 준비한 흔적이 보인다.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초청작 정보가 나와 있지 않고, 심사위원(위원장은 강제규 감독)을 제외한 조직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 면면도 대부분 영화계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다. 내실이 부족함에도 시작하려는 이유와 강제규 감독의 섭외 과정을 질문했다.

"케이팝국제영화제로 가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뜻처럼 서울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영화제를 제의받았다. 중국과 함께라면 (한국 영화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계획을 수정해 진행했다. 우린 콘텐츠에 중국이 자금을 지원해 세계화에 일조하자는 생각에 한중영화제를 진행하게 됐다." (조근우 이사장)

강제규 감독 참여엔 장성철 조직위원장의 공이 컸다. 장 조직위원장은 "심사위원 후보군을 두고 고심하고 진통을 겪다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한 강 감독을 모시자는 의견에 삼고초려 했다"며 "감독님도 진정성 있게 준비한다는 것에 공감하셨고, 이 영화제를 통해 힘이 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강제규 감독 역시 간담회에 불참한 것에 장 위원장은 "우리보다 유명하시니 감독님에게로 초점이 쏠릴 것을 걱정해, 행사가 끝날 때 정도에 오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제규 감독은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현장에 도착해 "주최 측이 잘 설명했는지 모르겠지만 약간 혼선이 생긴 것 같다"며 "전 심사위원장이라 제가 올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주최 측에 말씀드렸는데 (참석한다고 알려진 것 같다 그래도) 인사는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 이제야 오게 됐다"고 전후과정을 전했다.

강제규 감독을 비롯해 심사위원으론 이환경 감독, 오동진 평론가, 방송인 백현주 등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사무국에 확인한 결과 이번 한중국제영화제는 단편 영화 3편만 상영되고, 한중영화공헌상, 연기자 및 기술부문 등의 시상과 레드카펫 행사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

영화제라는 이름에 비해 작품 수가 너무 없다는 지적에 대해 13일 김병섭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에 "1회이고 출품식으로 진행한 게 아니라 작품 수가 적을 수 있는데 오는 3회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을 초청할 예정"이라며 "이번 행사는 한국과 중국을 빛낸 영화들을 시상하는 자리"라 답했다.

 12일 오후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중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 현장.

12일 오후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중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 현장. ⓒ 이선필


 12일 오후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중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 현장.

12일 오후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중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 현장. 강제규 감독이 뒤늦게 도착해 사진 촬영을 한 번 더 진행했다. ⓒ 이선필


남는 의문들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질문에 조근우 이사장은 "심사위원을 구성한 게 얼마 전이고, 심사위원장 역시 겨우 모시게 됐다"며 "숨어 있는 공로자를 찾아서 발굴한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준비 과정이 좀 늦었는데 그래도 행사를 잘 치를 것이고 오는 15일 중국 게스트 81명 모두 차질 없이 한국에 도착하기로 돼 있다"고 덧붙였다.

장성철 조직위원장 역시 "그간 영화제들이 너무 배우 중심으로만 갔으니 우린 색다르게 준비한 것"이라며 "오디션을 하는 등 신인 배우를 발굴하고 그림과 모델들이 어우러지는 일종의 문화영화제로 가자는 걸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근우 사업본부장 조근우 사업본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중국제영화제 조근우 이사장. ⓒ 김철관


또 하나, 이 영화제에 수장 격인 조근우 이사장은 최근까지 파행을 거듭해 온 대종상영화제에서도 사업본부장 등을 지내며 관계를 가져왔다. 게다가 행사 대금 문제로 대종상영화제 측과 법적 분쟁을 치렀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 이사장은 "대종상은 이 자리에서 언급할 건 아니고 내부적 일이 있었는데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며 "전 그쪽과 상관 없이 (이젠) 나와 있고, 대종상 역시 봉합이 돼서 준비 중이니 (서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오마이뉴스>는 16일 김보연 집행위원장과 직접 통화했다. 일각에서 주최 측과 불협화음이 있어 위원장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었기 때문.

한국영화배우협회 부회장직을 역임한 김보연 위원장은 "갑자기 몸살이 나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었다"며 "급하게 (주최 측) 연락을 받았는데 끝날 무렵이라도 가려했으나 모습이 말이 아니라 부득이 하게 실례를 범했다"고 해명했다. 행사에 대한 여러 우려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잡음이야 항상 생길 수 있는 것이고, 16일 예정대로 잘 진행될 것이니 많이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중국제영화제는 16일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진행된다. MBC플러스에서 중계한다.

한중국제영화제 박근혜 대종상영화제 중국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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