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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일명 '햄버거병' 논란에 이어 초등학생들이 집단으로 장염에 걸렸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지난 2일 공식입장을 내고 이날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불고기 버거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3일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 모습.
 맥도날드는 일명 '햄버거병' 논란에 이어 초등학생들이 집단으로 장염에 걸렸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지난 2일 공식입장을 내고 이날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불고기 버거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3일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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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맥도날드에서는 불고기버거를 먹을 수 없다. 전주 지역에서 불고기버거를 먹은 손님들이 집단 장염이 걸리는 일이 벌어져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맥도날드의 식품 안전 문제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은 맥도날드의 무책임한 대응에 더 화가 났다.

결국 9월 7일 조주연 사장이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 중단된 것은 불고기버거 판매뿐만이 아니다. 맥도날드 직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중요한 협상인 맥도날드와 알바노조의 단체교섭도 중단될 위기다.

조주연 사장의 사과문이 올라오기 하루 전인 지난 6일, 네 번째 교섭에서 맥도날드는 일방적으로 경총 출신의 전문위원을 협상장에 끼워넣었다. 사전 통보는 없었다. 갑자기 등장한 이 전문가는 노사가 함께한 네 차례의 만남을 모두 무시하고, 기본협약안을 맺을 수 없다고 선포했다. 그리곤 사측이 빌린 협상 공간의 대여시간이 다 됐다면서 떠나버렸다.

맥도날드가 두려워하는 것... '직원 1명'의 임금 인상

알바노조 회원들이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을 맞아 영국 맥도날드 노동자의 파업에 동참하고 패스트푸드 업계의 부당한 노동자 처우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의미로 4일 오전 맥도날드 서울 신촌점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알바노조 회원들이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을 맞아 영국 맥도날드 노동자의 파업에 동참하고 패스트푸드 업계의 부당한 노동자 처우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의미로 4일 오전 맥도날드 서울 신촌점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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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맥도날드와 알바노조가 단체교섭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조합원의 신분이 공개될 경우 해고를 염려한 알바노조는 맥도날드 직원인 박준규 조합원만을 공개하고 단체교섭을 신청했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일주일에 하루씩만 일을 시켜 자진 퇴사를 하는 수법으로 사실상 해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맥도날드는 이 단체교섭이 박준규 조합원 한 명의 처우를 결정하기 위한 협상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노조법상 과반노조가 아니라면 단체교섭의 내용이 모든 직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박준규 조합원과 맥도날드가 단체교섭을 맺으면 그 협약내용은 한 명에게만 적용된다.

그러나 맥도날드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임금 등은 차별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박준규 조합원이 100원의 임금이 오르면 모든 직원들의 임금도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맥도날드 입장에서는 최대한 협상을 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시킨 뒤, 박준규 조합원이 지쳐 떨어져 나가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맥도날드 직원이 박준규씨뿐만은 아니다.

햄버거 만드는 사람들의 삶까지 '패스트푸드'는 아니다

알바노조 전 위원장이었던 나는 올해 1월부터 맥도날드에 취직해 지금까지 햄버거 배달을 하고 있다. 나의 수상한(?) 신분을 알아챈 것은 경찰이었다. 일을 하고 있던 나를 발견한 사복경찰이 점장에게 내가 알바노조 전 위원장이었다는 것을 알려줬다.

변한 것은 없었다. 동료들은 내가 누구였는지 몰랐고, 또한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알바노조 활동을 더 열심히 했어야 했다는 반성은 남는다). 성실히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일하면서 생기는 고충들도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바노조를 알게 된 동료들은 덕분에 체불된 임금을 받아서, 꺾기가 사라져서, 45초 햄버거 타임이 사라져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내리는 비에 젖고, 흐르는 땀에 젖으며 시간이 갈수록 관계도 끈끈해졌다. 이번 달 월급을 받으면 무엇을 할지, 방금 만난 진상손님이 어땠는지 등 소소한 일상을 나누면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일하는 시간 이외에도 축구나 농구를 하며 함께 웃고 떠들었고, 차와 술을 마시며 지나온 삶과 가야할 삶을 나눴다. 햄버거가 패스트푸드라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삶까지 패스트푸드는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알바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람이 점점 늘어갔고, 최근에는 10여 명의 직장동료들과 건의사항을 모아 이를 문서로 작성해 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매우 소박하고 소소한 내용들이다.

1일 생명수당 '400원'... 지금 맥도날드에서 벌어지는 일

엄청난 량의 대량주문이지만 한 건당 400원을 받는다.
▲ 대량주문은 무거워 엄청난 량의 대량주문이지만 한 건당 400원을 받는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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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고 먹는 햄버거에 차별을 두지 말자는 요구사항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맥도날드에서는 직급에 따라 식사로 제공되는 버거의 종류가 다르다.

배달수당을 100원 인상하자는 내용도 있다. 놀랍게도 맥도날드 라이더가 배달을 한 번 하고 받는 건당 수당은 400원에 불과하다. 몇 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 라이더의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50원 높은 6520원인데, 재미있게도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최저임금보다 400원 많이 받는다. 하루 8시간의 생명수당이 400원인 셈이다. 아마도 임금 100원 인상을 요구하는 직원들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경쟁사인 버거킹이 500원인 것을 고려했다.

대량주문이 들어오면 햄버거와 콜라를 커다란 박스에 담아 가야 한다. 5만 원짜리 하나 배달하고 내가 받는 게 고작 400원이라는 현실에 종종 허탈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2만5000원 이상부터는 추가로 배달 건수를 쳐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가장 소박할 것 같은 요구사항이지만) 헬멧은 개인에게 지급하자는 것이다. 지난 여름 비와 땀에 젖은 헬멧을 한 번 쓰려다가 구역질이 났다.

햄버거의 식재료를 내리는 딜리작업(하역작업)은 택배 상하차 알바와 비슷한 정도의 노동 강도가 요구된다. 모두가 기피하는 작업인데, 이 작업을 크루(맥도날드에서 직원을 부르는 말)들이 했을 때 시간당 3000원을 더 달라는 요구사항도 있다.

이런 내용들을 모으고, 문서로 만들어서 건의사항을 건넬 때도 많은 직원들은 재계약을 걱정했다. 내년부터 시급이 1000원 정도 올라 7530원이니깐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참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단은 대표로 내가 나섰다. 하지만 내가 재계약이 안 되면 파업하겠다고 이야기해주는 동료들, 나중에 필요하면 자신도 함께 나서겠다고 말해준 동료들, 매장 안에서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노동법에 대해 묻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다.

고맙게도 점장은 요구안을 낸 10여 명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아마도 점장이 해결할 수 있는 건의사항은 몇 가지 없을 것이다. 맥도날드 본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배달수당과 대량주문의 추가 배달수당 지급 등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이 배달하기에도 벅찬 양의 대량주문 배달. 10만 원 정도의 햄버거이지만, 한 건으로 쳐서 400원을 받는다.
▲ 대량주문 한 사람이 배달하기에도 벅찬 양의 대량주문 배달. 10만 원 정도의 햄버거이지만, 한 건으로 쳐서 400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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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연 맥도날드 사장님, 지금 경총이 필요한 때가 아닙니다

그래서 바로 단체교섭이 필요한 것이다. 맥도날드가 단체교섭장에 불러야 할 것은 경총의 전문위원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다. 과연 경총 관계자가 화상을 입으며 햄버거를 만들어봤겠는가, 비를 맞으며 배달을 해봤겠는가. 최소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자리에는 협상전문가가 아니라 노동조건을 가장 잘 아는 현장전문가 직원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조주연 사장은 단 한 번도 협상장에 얼굴을 비추지 않더니 결국 무책임하게 단체교섭의 책임을 경총에게 넘기고 도망가버렸다. 반면, 알바노조는 더욱더 많은 맥도날드 직원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조주연 사장과 맥도날드는 최근 햄버거병 논란과 불고기버거 문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이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맥도날드 노동자들에게 더욱 철저하게 식품안전규정을 지키라고 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고 직원들도 기꺼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맥도날드 노동자들이 자신의 회사에 자긍심을 가지고, 좀 더 자발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노동조건의 개선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을 주고 강도 높은 노동을 시키면서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어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많은 알바들이 임금은 최저로 주면서 일은 최고로 시키려는 맥도날드 때문에 일을 자주 그만둔다. 이런 조건에서는 중간 관리자인 매니저들만 괴로울 수밖에 없다. 맥도날드에서는 직원을 크루(Crew)라고 부른다. 이 단어에는 선원이라는 뜻도 있다. 배가 좌초하고 있다면 선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원들의 마음부터 다잡는 것이 아닐까? 조주연 사장의 사과문이 아니라, 조주연 사장과 알바노조의 합의문이 필요한 이유다.


태그:#맥도날드, #알바노조, #조주연, #박정훈, #맥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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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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