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9년 만의 세계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 청소년야구 국가대표팀이 3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이성열 유신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은 4일(한국시간) 캐나다 선더베이 포트아서 경기장에서 열린 제28회 세계청소년(18세 이하)야구선수권대회 조별 예선 A조 3차전에서 홈런 세 방을 터트리며 개최국 캐나다를 11-7로 꺾었다. 사진은 한국 청소년야구대표팀 투수 곽빈. 2017.9.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9년 만의 세계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 청소년야구 국가대표팀이 3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이성열 유신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은 4일(한국시간) 캐나다 선더베이 포트아서 경기장에서 열린 제28회 세계청소년(18세 이하)야구선수권대회 조별 예선 A조 3차전에서 홈런 세 방을 터트리며 개최국 캐나다를 11-7로 꺾었다. 사진은 한국 청소년야구대표팀 투수 곽빈. 2017.9.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제공=연합뉴스] ⓒ 연합뉴스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선수들의 투혼은 빛났다. 이성열 감독(유신고등학교)이 이끄는 대한민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이 9월 9일(이하 한국 시각) 캐나다 선더베이 센트럴 야구장에서 열렸던 제 28회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경기에서 이번 대회 첫 패배를 기록했다.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가뿐하게 통과했다. 이후 진출했던 슈퍼 라운드 첫 경기에섣 쿠바를 상대로 승리하며 6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을 상대로 아쉽게 패하면서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 날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대표팀의 선발투수는 6월 연고지 드래프트에서 두산 베어스에 1차 지명된 오른손 투수 곽빈(배명고등학교)이었다. 미국 대표팀 선발투수 역시 투수 최고 유망주로 평가 받던 에단 핸킨스가 등판했다.

두 투수의 맞대결은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핸킨스가 6이닝 14탈삼진의 괴력투를 펼치는 바람에 그 동안 콜드 게임까지 기록했던 대한민국 대표팀의 타선은 미국 대표팀 투수들을 상대로 침묵했다. 그러나 이에 맞선 곽빈도 7회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역투를 펼쳤다.

선발투수 곽빈의 144구 투혼, 아쉬운 패전 속 우려되는 혹사

그러나 곽빈은 힘이 떨어졌던 8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폭투로 인하여 아쉽게 한 점을 내줬다. 이후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던 곽빈은 첫 아웃 카운트를 잡은 뒤 2루타를 허용한 상태에서 하준영(성남고등학교)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두 번째 투수 하준영이 3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곽빈의 실점은 2점으로 늘어났다. 이후 추가 실점이 없었고, 대표팀은 9회말 2사 1,2루 찬스를 맞이했지만 기대했던 적시타는 나오지 않았다. 타선이 미국 대표팀 투수진을 상대로 무려 19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단 한 점도 내지 못하고 영패를 당했다.

연승 행진은 마감되었으나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직 우승의 목표를 포기하기엔 이르다. 한국 시각으로 9일 밤부터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을 상대로 슈퍼 라운드 3차전을 치른다. 다소 실력차는 존재하겠지만, 한일 관계의 특성상 서로 피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이 날 대한민국 대표팀은 타선이 침묵했지만 선발투수 곽빈의 투혼이 빛났던 경기였다. 곽빈은 9회초 1사까지 마운드를 책임지며 단 2실점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했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당했지만, 두산 베어스가 자신을 1차 지명했던 이유를 확실히 보여줬던 경기였다.

다만 곽빈의 투혼은 프로 입단을 앞둔 투수 유망주로서는 상당히 우려되는 요소를 남겼다. 이 날 경기에서 곽빈이 하준영에게 마운드를 넘길 때까지 던졌던 공은 무려 144구나 됐다. 성인 선발투수들이 보통 경기 당 100구에서 110구 선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투구수가 너무 많았다.

선수층 얇은 한국 야구, 특정 선수에게 맡길 수 밖에 없는 현실

현대 야구에서 투수의 분업화(선발-계투-마무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발투수들의 완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팀에서도 노 히터 게임이나 완봉승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선발투수들에게 완투 기회를 주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곽빈은 프로 구단에 1차 지명으로 입단만 한 상태지, 아직 프로 무대에서 한 경기도 던져 본 적이 없는 유망주 투수다. 노 히터 게임 도전도 아닌 상황에서 더군다나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144구나 던질 때까지 마운드에 두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다.

물론 곽빈 본인이 자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선수들에게는 누구나 중요한 경기에서 지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있다. 하지만 곽빈은 지금 당장의 한 경기보다 앞으로 미래를 멀리 바라봐야 할 투수였다. 지면 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도 아니었는데 혼자서 144구를 던졌고, 결국 8회에 힘이 떨어져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위기 상황을 확실히 막아 줄 투수 자원이 부족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 야구계에 선수층이 미국은 물론 일본에 비해서도 상당히 얇은 점을 감안하면 8회와 같은 상황에서 믿고 내보낼 구원투수 자원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선수층이 얇다는 문제점은 최근 각종 국제 대회에서도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스프링 캠프 시기에 치르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을 들 수 있는데, 2013년에 있었던 제 3회 WBC와 2017년에 있었던 제4회 WBC에서 대표팀은 선수 구성부터 애를 먹었다. 일부 선수들이 부상 및 컨디션 문제로 대표팀에 참가할 수 없었지만, 그들을 확실하게 대체할 선수를 고르는 것도 어려웠다.

결국 대한민국 대표팀은 2013년 봄에 타이중 참사, 2017년 봄에 고척 참사라 불리는 굴욕의 시나리오를 남기고 말았다. 두 번 모두 1라운드에서 조 3위로 탈락하면서 제 1회 대회 4강과 제 2회 대회 준우승에 빛나던 대표팀의 이력에 흑역사를 남긴 것이다. 제 3회 대회는 첫 경기에서의 대패로 인해 2승 1패를 거두고도 탈락했고, 제4회 대회는 하마터면 3패를 당할 뻔한 위기에서 간신히 1승 2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학창 시절의 혹사, 프로 커리어에 큰 영향

고졸 신인 선수들 중 프로 첫 해에 풀 타임 선발투수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경우는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 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마지막이다. 2007년 데뷔했던 김광현(SK 와이번스)은 1군 로스터에 풀 타임으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규 시즌 20경기 등판에 그쳤다.

류현진의 경우 프로에 입단하기 전 철저한 투구수 제한 등의 관리를 받아왔기 때문에 데뷔 첫 시즌부터 풀 타임을 소화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뒷 배경에는 고교 시절 일찍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이하 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기 때문에 강제로 휴식 시즌을 보냈던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관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류현진도 한화 시절에 사실상 소년 가장 역할을 하는 바람에 결국 어깨에 탈이 났고, 2015년 어깨 관절와순 병변 치료를 위한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이 여파로 류현진은 2년을 쉬고 2017년 극적으로 재기하여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김광현 역시 FA 재계약 직후 2017년 토미 존 서저리를 받고 1년을 쉬고 있다.

류현진과 같은 시즌에 데뷔했던 1987년생 동갑내기 한기주(KIA 타이거즈)는 이미 토미 존 서저리를 받는 바람에 드래프트 순번이 낮게 지명되었던 류현진과 달리 특급 유망주로 계약금부터 큰 차이를 보이면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기주는 광주 동성고등학교 시절 이미 수많은 투구로 혹사를 당한 상태였고, 결국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하여 불펜으로 전환했다.

이후 한기주는 마무리투수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 했으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의 팔꿈치는 망가지고 있었다. 결국 한기주는 토미 존 서저리에 어깨 회전근 수술까지 받고 지금은 건강하게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도 불투명하다.

고교 시절 혹사 여파로 4년을 날린 정영일

학창 시절 혹사로 인해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친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정영일(현 SK 와이번스)이다. 광주 진흥고등학교 시절 정영일은 2006년 4월 8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렸던 대통령배 야구대회 경기에서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상대로 무려 242구를 던졌던 적이 있다.

물론 이 경기에서 정영일은 한 경기 탈삼진 23개를 기록하며 고교 야구 신기록을 세웠으나 팀은 끝내기 안타를 맞고 졌다. 이후 정영일은 청룡기 대회에서도 5경기 700구를 던지는 혹사를 당했다. 결승전에서 경남고등학교를 상대로 16이닝 222구를 던졌지만 결국 완투패를 당했다. 이어진 광주 무등기 대회에서도 우승하긴 했지만 매 경기 등판하는 혹사를 당했다.

그 해에 정영일은 KIA 타이거즈의 1차 지명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LA 에인절스와 11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후 행크 콩거(한국 이름 최현)와 입단 동기로 동반 메이저리그 진입에 도전했지만, 결국 2008년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뒤 2011년 에인절스에서 방출됐다.

이후 정영일은 고양 원더스 등 국내외 독립리그 구단을 거치며 2년을 버텼다. 해외파 유예기간 2년을 넘긴 정영일은 드래프트에 참가하여 SK의 지명을 받았다. 지명을 받자마자 상무 피닉스에 입대하여 또 2년을 보낸 뒤 2016년이 되어서야 정영일은 KBO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다.

먼저 선수로 활약했던 동생 정형식(전 삼성 라이온즈)은 형이 드래프트로 지명되자 이후 형과의 투타 맞대결을 기대했다. 그러나 정영일이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정형식은 음주운전으로 임의탈퇴되어 사실상 프로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정영일과 정형식은 형제가 나란히 프로 선수로 활약하는 기록을 남기지 못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이했다.

최근 일반 팬들도 토론회를 참가할 수 있는 KBO리그 윈터 미팅의 각종 주제들을 보면, 항상 등장하는 주제가 유망주들의 부상과 관련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 프로 선수가 될 미래 자원들을 키워내야 하는 학교 야구에서 선수들에 대한 혹사는 멈추지 않고 있다.

물론 곽빈이 보여준 투혼은 당장은 두산의 코칭 스태프들을 기대에 차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길게 미래를 봤을 때 이 날 던진 144구가 그의 커리어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미래 한국 야구의 소중한 자원이 될 청소년 선수들에게 좀 더 세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함은 한국 야구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세계청소년야구 세계선수권대회 곽빈142구혹사논란 두산베어스유망주 청소년야구혹사논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