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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강릉 여중생 폭행사건'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면서 소년 범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들의 잔인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 미성년자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여론에 호응해 서둘러 관련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미성년자라도 흉악범일 경우에는 사형까지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이 불가능하고, 19세 미만은 최대 15년 유기징역까지만 가능하도록 한 기존의 규정은 개정이 불가피할 듯하다.

'여중생 폭행사건' 충분히 이해하겠다는 아이들

 부산의 여중생들이 또래를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과 관련해 가해 학생들이 2개월 전에도 피해 여중생을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여중생 2명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모습
 부산의 여중생들이 또래를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과 관련해 가해 학생들이 2개월 전에도 피해 여중생을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여중생 2명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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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 수업시간을 할애해 사건의 추이를 지켜본 또래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학교 밖은 가해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아이들은 냉정하리만큼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우선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과 나머지 사건들을 뭉뚱그려 유사한 형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눈에는 전혀 성격이 다른 사건으로 보인다는 거다.

초등학생을 토막 살인하고 유기한 두 여학생을 아이들은 단박에 '사이코패스'로 규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배경과 원인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교정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사회적 격리 외에는 답이 없다고 이구동성 말했다. 악마와 같은 그들의 심리와 행동을 설명해낼 수 있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상상력의 범주조차 훌쩍 넘어버렸다는 뜻이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는 한 아이는, 만약 가해자들이 선천적인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인터넷 게임에 철저히 중독된 채 사리분별력을 잃어버린 탓일 거라 말했다. 그는 게임이 대부분 살인 행위를 소재로 만든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죽여도 15초 후면 되살아나는 캐릭터'까지 있는 마당에 현실에서 사람 죽이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거다.

그런가 하면 '마피아나 야쿠자의 스카우트 설'까지 제기됐다. 잔혹하고 엽기적인 살인 행각이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면, 출소 후 '장래가 촉망되는' 가해자들을 저들이 모셔갈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주위에선 아예 판타지 소설을 쓰라며 비웃어댔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사건이다 보니, 아이들의 분석은 이처럼 황당한 우스갯소리까지 쏟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과 강릉 등지에서 일어난 '여중생 폭행사건'의 경우엔 배경과 원인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건에서처럼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심한 경우는 아니지만, 후배들을 불러다 괴롭히고 동급생들을 따돌리는 일들은 학교마다 드물지 않다고 귀띔했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중고등학교에서 주로 벌어지던 일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 정도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가해자들은 '선배에 대한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한다.

중고생 '기수 문화', '껌 좀 씹는' 애들 문제 아니다

선배 앞에서 태도가 불손하다는 이유는 후배들 '군기 잡기'의 단골 메뉴다. 학교의 외진 곳에 수십 명을 한꺼번에 불러다 기합을 주는 70~80년대 풍경은 사라졌지만, 학교 동아리나 동네 후배 한두 명 불러다 '조인트 까는'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다. 군대에선 '계급이 깡패'고, 대학에선 '학번이 깡패'라는 말이 회자되지만, 진짜 무서운 건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중고등학생들의 '기수 문화'다.

"3학년 선배님께서 선생님이 부른다며 가보라 하셨습니다."

2학년 한 아이가 교무실에 와서 건넨 말이다. 국어 시간 압존법을 배우지 않았다고 해도, 누구를 더 높여 불러야 하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숫제 선생님보다 선배를 더 깍듯하게 예우하는 말투다.

이른바 '껌 좀 씹는' 몇몇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선배나 형이라고 부르면 될 텐데, 말끝마다 '님'자를 꼬박꼬박 붙이는 것은 예의가 바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아이들이 선배들에게 주눅이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

학교 축제 때 무대에 선 학생회장 아이도 자신을 소개할 때, 그냥 학생회장 아무개라고 하면 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수를 먼저 댄다. 예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학생회의 전통이라는데, 기수를 매겨 위아래를 따지는 것이 학생자치조직인 학생회의 활동에 과연 어울리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듣자니까, 어느 동아리의 경우에는 졸업 후 모임 때 앉는 자리까지 기수별로 정해진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기성세대의 모습을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 배운 거다. 우리나라 대학이 학문과 지성의 전당이라는 수식어를 떼어 낸 지는 이미 오래됐지만, 여전히 똬리를 튼 채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게 학벌과 학번으로 대표되는 서열 문화다. 명색이 대학이라면, 선후배 관계는 학문의 길을 함께 가는 도반이어야 하지만, '알맹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뉴스가 있었다. 대학 내 선후배간 폭력 사건이 그것이다. 원래 '군기가 센 곳'이라며 으스대듯 말하는 체육학과는 물론, 고교 동문회와 동아리의 모꼬지 자리에까지 관행적인 폭력행위가 만연했음을 보여주었다. 하긴 폭력행위가 사망 사건으로 비화되지 않았다면 애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군대 문화가 대학을 넘어 중고등학교 울타리를 넘은 지도 꽤 됐다. 유격 훈련과 내무반 생활 등 병영 체험 프로그램이 한때 TV 예능을 주름잡더니, 유행처럼 남학생과 여학생을 불문하고 학교의 인기 체험학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즈음 놀랍게도 여학생이 선호하는 직업군에 여군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말하자면, 군사독재정권 시절 학교가 반강제적으로 병영이 되어야 했다면, 요즘 학교는 자발적으로 군대와 문화적 거리를 좁히고 있는 중이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점수가 깎이거나 잔소리 한 번 들으면 그만이지만, 선배들 말을 무시하거나 개겼다가는 학교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져요. 선생님들 대부분은 선후배 사이의 무서운 '갑을 관계'에 대해 아예 무관심하거나 하나마나한 훈계와 TV로 보여주는 학교폭력예방교육 따위의 구태의연한 생활지도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시는 것 같아요."

한 아이가 중학교 때 선배들로부터 혼났던 경험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굣길 선배의 서슬 푸른 눈이 어른거리는 마당에 학교 교칙과 교사의 생활지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이야기다. 군대의 내무반 생활에 있어서도 '고참'은 가깝고, '간부'는 먼 법이다.

이른바 잘 나가는 '일진'들의 경우, 선후배 관계를 '먹이사슬'로 표현한 아이도 있었다. 후배들 '삥 뜯기'는 말할 것도 없고, 방과 후 '집합'도 다반사라고 한다. 담배는 그들끼리 의리를 다지는 일종의 '신분증'이고, 밤마다 거리를 배회하다 어울려 술을 마시는 모습이 웬만한 조폭 영화 뺨친다고 했다. 일단 교문 밖만 나서면 사제지간은 그냥 '아저씨'와 '동네 건달'로 치환될 수밖에 없다.

소년법 하나 고쳐놓고 손 털어버리려고?

아이들 중에 소년법 폐지와 개정을 대안으로 손꼽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성세대에겐 가장 손쉬운 방법일 테니 어쨌든 손은 보겠지만, 그런다고 이번 같은 폭력행위가 줄어들 것 같진 않다는 게 아이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교각살우'의 사자성어를 빗대, 예외적인 사건을 두고 보편타당한 법을 통째로 없애는 데에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는 아이도 있었다.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다짜고짜 대안부터 찾는 꼴이 우스꽝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뜸 아이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가정과 학교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태어날 때부터 악마의 유전자를 타고난 게 아니라면, 가정과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받은 스트레스의 총합이 극악무도한 폭력행위로 표출된 것 아니겠느냐며 반문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소년법 하나 고쳐놓고 할 일 다 했다며 손 털어버리려 얕은 꾀 부리지 말고, 집에 가면 편안하고 학교 가면 즐거운 환경을 책임지고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와 학원, 독서실을 순례하며 '공부하는 기계'로 성장한 아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원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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