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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 KBS 기자협회장
 박종훈 KBS 기자협회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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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전국 언론노조 KBS 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총파업의 원인은 망가진 보도 때문이다. 9년 전인 참여정부 때만 해도 KBS는 정치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게 일상이었다. 덕분에 때로는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검증에 걸려 낙마하기도 하고 잘못된 정부 정책을 바로 잡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8년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오면서 그동안의 기조가 무너졌다. 정권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은 사라지고 정권 무비판적으로 받아쓰거나 옹호하는 기사로 채워졌다. 이를 비판하는 기자는 부당 전보와 징계를 받았다. KBS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KBS 기자협회장인 박종훈 기자를 만나 그동안 KBS 안에서 일어난 일들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오늘(4일)부터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어요.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에 총파업입니다. 어떠세요?
"저희가 2012년에 99일 동안 제작 거부를 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그동안 제작 거부를 하는 데 국민들 아무도 모르시는 거예요. 국민들이 모르니 그 싸움을 이기기 어려운 거죠. 99일 동안 월급이 안 나오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걸 주도한 후배들이 중징계를 받았고, 저희도 많이 상처받고 들어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 이르기까지 5년 동안 많은 기자가 부당한 방송이나 지시에 대해서 거부하고 자기 의견을 표출할 때마다 회사는 부당 징계로 응수했거든요.

이젠 좀 알려진 것 중에는 회사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외부에 기고했더니 제주도에 발령을 낸다든지 아니면 자사가 투자한 영화를 홍보하는 기사를 쓰라고 했어요. 저희가 사기업도 아니고 공기업이고 국민의 방송이라고 주장 하며 저희가 투자한 영화에 대해 다시 비판하라는 건 기자의 양심에 비춰서 정말 할 수 없는 행동인데 그런 보도 못 하겠다고 자기 양심과 신념에 의해 거부했더니 그 대가가 징계였거든요.

징계가 법원에 의해서 무죄판결 나는 동안 후배들이 다쳤고 힘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희가 2012년 99일 제작 거부 이후에 끊임없이 회사에서 다양한 압박과 공정방송을 위험하고 침해하는 방송이 계속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 눌렸던 것들 그리고 그동안 공정방송에 대한 열방이 터져 나오는 것 아닌가 해요."

- 허유신 MBC 노조 홍보국장은 "MBC는 80년 광주 같았다"고 하던데 KBS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동안 안에서 싸우고 공정방송을 위협하는 수많은 사례가 보도 안 돼요. 다른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주요 일간지는 저희가 무엇을 해도 보도 안 하니 너무 안타까웠던 게 그동안 공정방송을 위해서 후배들이 희생당하고 고통받았는데 어디에도 한 출 안 나오더라고요. 이제 제대로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너무 안타까웠어요."

MBC보다 정교하고 교묘하게 압박했던 KBS

- 아마도 KBS 기자들이 듣기 싫은 말은 "MBC 기자들은 다 비제작 부서로 유배 갔지만, KBS는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일 것 같은데.
"MBC는 정말 투박하고 무식하게 징계 때리고 스케이트장이나 빵 굽는 걸 시키는 방법을 썼는데, KBS에서는 그런 투박한 방법이 없었다고 해서 압박이 덜 한 게 아니었거든요. 저희 같은 경우는 굉장히 정교하고 교묘한 방법을 사용한 거죠.

예를 들어 기자협회가 항상 간부들이 하는 걸 비판하고 제지를 하니까 '기자협회 정상화'라는 모임이 생겼어요. 그게 뭐냐면 '기자협회가 왜 공정방송에 대해 얘기하느냐? 원래 기자협회는 친목 단체니 공정방송의 공자도 꺼내지 말고 너희들은 친목 단체 역할만 하라'고 해서 만들어졌고 거기 서명한 120명 기자가 앵커나 특파원 혹은 팀장 등 주요 보직을 장악했거든요. 대부분 그런 사람들로 채워지니 보도 방향이 좀 더 정교하고 세련된 방법을 썼을 뿐이지 정도가 덜했다고 말하기는 힘들거든요. 단지 '스케이트장으로 보냈다'는 제목이 안 나온다고 해서 KBS가 훨씬 나은 상태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 KBS에서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말씀해주세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최순실 게이트가 초반 터졌을 때 당시 기자협회장이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으니 우리도 취재팀을 구성해서 취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당시 보도 국장은 증거를 대보라면서 최순실 게이트를 묵살했거든요. 게이트 초기 저희도 충분히 취재가 가능했고, 기자협회장이 취재를 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가까이 보도국장은 묵살했고 취재팀을 구성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특종할 기회가 있었고 그걸 협회장이 제의했는데도 불구하고 놓쳤던 거예요. 그 이유가 의도적인 묵살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게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흔드는 사건으로 커지는 데도 제대로 된 TF를 안 만든 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적절한 자세를 취했는지 의문이 들어요.

또 타사에서 저희 방송이 잘못했다는 비판이 있었어요. 그걸 취재한 기자에게 '제대로 취재한 것 맞냐? 타사에서 비판한 걸 보니 문제가 있나 보다'고 말했어요, 그 정도 전화는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근데 그걸 해당 부서 부장이 알고는 자신의 방송 권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그 기자들을 징계했어요. 그게 뭐였냐면 2015년 1차 민중 총궐기 때 시위 때문에 논술 고사에 지각했다는 보도였어요. 근데 지각한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 된 것인지 비판이 나오니까 전화한 것이었거든요. 저희는 그동안 후배에게 그런 전화조차 못 한 거예요. 생각이 다르다고 다툴 수는 있겠지만 징계까지 갔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언론사잖아요. 그러면 서로 활발한 토론을 통해서 풀어야 하는데 징계를 때리니 얼마나 저희가 압박을 받았는지 보여주는 사례죠."

고영대 사장의 보도독립 약속, 믿을 수 없어

- 사실 중요한 건 고 사장 퇴진이 아니라 보도독립이잖아요. 만약 고 사장이 보도독립을 약속하면 받아들일 수 있나요?
"약속을 한다고 해도 이 체제에서는 그 약속이 지켜지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보여줬습니다. 새로운 보도국장이 오면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어요. 군 사이버 사령부 댓글 공작과 관련해 저희가 파업 뉴스로 특종을 했습니다만, 이 뉴스는 이미 지난 8월 8일 국장에게 취재팀을 꾸려 보도하자고 했던 뉴스거든요.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온갖 핑계를 댔어요. 핑계 중 하나가 증언만 있고 물적 증거가 없다는 거예요.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면서 보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끝까지 안 만들어 줬어요.

결국, 저희가 파업 뉴스로 전달했더니 그날 SBS 뉴스 톱뉴스 2꼭지로 다룰 정도의 큰 뉴스였어요. SBS도 증언만 있는 것을 알지만 톱 뉴스로 다루고 그다음 날 후속 보도까지 했어요. 근데 KBS는 증언만 있다는 이유로 킬한 거죠. 양심선언은 증언만 있지 모든 물증을 가지고 나오나요? 최순실 게이트도 처음엔 증언만 있었어요. 증언뿐이라고 해서 방송을 못 한다면 이 세상에 방송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신임 국장이 앞으로는 공정 방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군 사이버 사령부 댓글 관련 특종을 외면했고 타사는 그 특종을 이틀 연속으로 다뤘는데 우린 무엇을 했느냐는 거죠. 약속을 믿을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 거예요."

- 7월 1일부터 KBS 기자협회장 임기가 시작됐잖아요. 정권교체는 됐지만, KBS는 그대로라서 부담스러웠을 것 같기도 해요.
"사실 부담스러웠어요. 그러나 더 큰 부담이 있더라고요. 뭐냐면 KBS가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대통령을 마음대로 고발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성역 없이 마음껏 보도하던 시절이었죠. 7년 전쯤 동기 3명이 앉아 '지금 KBS 공영성에 위협받는 보도를 많이 하는 데 우리는 그래도 그런 리포트 안 하고 잘 살아 있다'고 얘기 했어요. 양심은 안 팔았다는 거죠. 왜냐면 그래도 고참이기 때문에 이 방송 못 하겠다고 말하면 저희는 안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뒤에서 후배 하나가 나타난 거예요. 후배가 저희 말을 듣고 있었어요.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르더라고요. '선배! 선배들이 안 하는 리포트 누가 하는 줄 아세요? 우리가 합니다. 우리가 하면서 고통받는 데 어떻게 선배들은 자신들은 양심 파는 리포트 안 했다고 좋아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그 리포트 할 때 왜 한마디도 안 했어요?'라고 항의하더라고요.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생각 하면 가슴에 못이 박혀 있어요. 그 후배가 영화 홍보 기사 거부했던 기자예요. 저도 방조자였다고 말하는 게 저만 피한다고 되느냐죠. 저만 양심 지키고 있으면 그게 양심 지킨 걸까요? 한쪽에서는 공정방송이 무너져 가고 후배들이 고통받는 데 아무것도 못 했거든요. 지금 조금이라도 재가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주류언론과 다르다'고 하루아침에 코너 폐지

- 쌓인 게 많으신가 봐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저도 많은 불이익을 받았는데 제가 받은 건 후배들이 받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코너를 하고 있었거든요. 저희 시청자 위원 중 재벌 단체 사람도 있어요, 그 사람이 <대담한 경제> 문제 많다고 의견서를 보내왔는데 그중 하나가 정말 웃긴 게 제가 러시아 농부 얘기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있는데 그게 이념적이고 자극적이란 거예요. 러시아에 방점을 준 거죠.

그러나 그 러시아 농부 사례는 미국의 유명한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가 자기 책에 쓴 것입니다. 그걸 인용했는데, 자극적이고 이념적 사례라면서 '공영방송 기자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썼더라고요. 의견이 오면 답변서를 작성해야 해서 쓰고 있었는데 미처 제출 못 한 상태로 전화를 받았어요. 뭐냐면 담당부장이 2주 후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코너를 폐지하겠대요.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답변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감시해야 할 재벌 관련 단체의 말 한마디에 인기 코너를 없애버린다니 이건 너무 하잖아요.

그래도 그다음 아이템 원고를 써서 보냈죠. 그리스 부도 사태에 대해 썼는데, 이번에도 전화를 해서 '왜 주류 언론하고 다르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부장이 말씀하시는 주류 언론이 도대체 어디 기사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잘못 안 겁니다. 저는 그리스 사태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했기 때문에 제가 정확하고 그쪽이 틀린 겁니다. 제가 이걸 바로 잡으려고 합니다'라고 했더니 '너 주류언론과 똑같이 쓰든지 아님 내일부터 출연하지 마'라고 하고는 이 코너가 바로 다음날 없어졌어요. 2주 동안 방송하라더니 정체불명의 '주류 언론'과 다르다는 이유를 내세워 바로 다음 날 없애버렸던 거죠."

- 치욕감이 느껴졌을 것 같아요.
"나름 제가 경제 전문 기자 거든요(웃음). 전공도 경제학이고 경제를 평생 연구해 왔고 경제 전문 기자라는 사람이 쓴 기사를 타사의 비전문 기자가 쓴 기사와 다르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폐지해버린 겁니다. 다른 언론사 기자는 그리스에 대해 연구도 안 하고 받아쓰기를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층 연구를 한 기사가 다른 언론사와 다르다고 해서 그 코너를 하루아침에 없애버렸어요."

- 모멸감이 컸을 것 같아요.
"전 모멸감보다는 회사가 망가져 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키워 주는 게 아니라 이건 계속 남의 눈치만 보는 간부들이죠."

- 그래서 KBS 떠나는 기자도 있죠.
"뉴스타파로 간 후배는 제가 너무 좋아하던 후배예요. 그 후배가 갔을 때 엄청 울었어요. 후배가 떠난다고 했을 때 '네가 떠날 수밖에 만들어서 선배로서 정말 미안하다'고 엄청 울면서 전화했어요. 그러면 나중에 다시 다닐만한 회사 만들어서 돌아오면 좋겠다고 했죠. 물론 가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정말 좋아했던 후배거든요. 떠난다고 했을 때 계속 미안하다고 했죠. 너무 슬펐어요."

"KBS의 주인은 국민, 반드시 제대로 돌려드릴 것"

- 기자님에게 KBS는 어떤 의미인가요?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이죠. 반드시 지킬 겁니다. 왜냐면 여긴 수신료로 운영되는 곳이거든요. KBS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저희는 국민을 대리해서 잠시 맡았을 뿐이에요. 우리 회사 간부들이 이걸 알면 좋겠어요. KBS 주인은 국민이고 저희는 잠시 있다가 떠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수뇌부는 본인들이 주인으로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방향이 맞으니 따라오라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잠시 위탁받은 겁니다. 그 의무에 최선을 다해야죠.

그리고 제가 보기에 KBS가 바로 서게 된다면 어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도 독립해서 국민을 위해 방송하는 곳으로 만든다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방송사가 될 겁니다. 지금처럼 공정성과 신뢰도가 계속 추락하는 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국민 스스로 주인이란 생각이 드는 방송사가 되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KBS에 대해 안타깝거나 아쉽고 욕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그러나 이번에는 저희가 뜨거운 열정으로 뭉쳤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KBS를 똑바로 세워서 공정한 방송으로 국민에게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국민 품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국민께서 저희 KBS에 조금만 관심 가져주신다면 좀 더 쉽게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할 거라는 약속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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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