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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에서 열린 정의현감 행차 재현행사에서 '1일 정의현감'을 맡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말을 타고 마을 안길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에서 열린 정의현감 행차 재현행사에서 '1일 정의현감'을 맡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말을 타고 마을 안길을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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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측근 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만 제주도청에서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실제 제주 지역 언론사 중 상당수는 해당 사건을 보도하지 않거나 출고된 기사를 삭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측근 비서관 음주운전 보도 '논란'

7일 제주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달 10일 오전 2시 30분께 제주시 노형동의 한 식당 앞 도로에서 원 지사의 비서관(5급 상당)인 김아무개씨(34)가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음주측정 결과, 김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 기준인 0.05%. 경찰은 지난 달 28일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김씨는 원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온 복심으로, 원 지사의 취임 이후 계속해 비서관 업무를 수행해왔다. 주요 일정 관리는 물론 각종 업무보고에 대한 게이트 키핑(Gate keeping)까지 도맡아 제주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비서실장을 뛰어넘는 이른바 '실세' 비서관으로 통한다.

이 사건에 대한 제주 언론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한 지역 일간지는 지난 5일 사회면 톱기사로 <제주도 공직강화 정책 헛구호>라는 비판적 기사를 내보낸 데 이어 6일에는 <도 넘은 밀실인사, 원 도정 불신 팽배>라는 1면 머리기사로 거세게 비판했다. 몇몇 언론들은 해당 비서관이 음주운전 사건을 일으켜 물의를 빚고 있다는 팩트 중심의 단신 보도로 처리했다. 

하지만 아예 다루지 않은 곳도 상당수였다. 통상적인 취재와 보도가 이뤄지는 제주 내 20여곳 언론사 중에서 13개 언론사가 기사화하지 않았다.

기사를 썼다가 삭제한 곳도 있었다. 지난 1일 해당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제주 A인터넷신문은 <원희룡 지사 부속실 직원 음주운전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가 몇 시간 만에 내렸다. 현재 해당 기사는 '노출이 허용되지 않은 기사'라는 안내가 나가고 있다.

또 B인터넷신문은 <원희룡 제주도지사 5급 비서관 음주운전 물의>라는 제목으로 4일 노출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자가 검토 중인 기사인 관계로 승인 후 확인이 가능하다'고 내용을 가렸다. 이 기사는 5일 오후에는 다시 노출됐지만 뉴스 제공 제휴를 맺은 포털 사이트에는 송고되지 않았다.

제주도청 "개인적인 음주운전일뿐, 보도 자제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은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원희룡 제주도정에는 제주 지역 일간지 편집국장 출신을 비롯 5, 6명 가량의 언론인 출신 보좌관들이 있다.

한 제주도청 관계자는 "이번 일은 개인적인 음주운전이다, 때문에 부정적인 뉴스를 통해 지역 공무원 조직의 사기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보도 자제를 요청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거듭된 부탁에도 불구하고 일부 매체가 이미 기사를 작성해서 퍼져버렸다, 그래서 (기사를 막는 것이) 우리 힘으로는 어렵겠다 싶어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제주도의 지역 언론사 지원 규모는 22개사에 총 75억원이다.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되는 것까지 하면 전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열악한 지역 언론사 경영환경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제주도는 이번 달부터 예산편성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원희룡 지사가 이번 사건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지난 5일 <공직기강 외쳤던 원지사, 뒤로는 측근 공무원 음주운전 은폐?>라는 논평을 내고 원 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원 지사가 해당 공무원의 사표를 반려하고, 부서 이동 발령으로 사건을 봉합하려 했다"며 "당사자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자신을 보좌한 측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 지사의 도덕성 결여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유기 제주도당 정책실장은 "지역 언론사들의 열악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을 이용해서 언론통제에 나서고 있는 원희룡 도정의 구태적인 생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개혁을 표방하며 출범한 원 도정에 대한 도민사회의 냉정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제주, #원희룡, #음주운전, #언론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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