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자들>

ⓒ (주)엣나인필름


모든 비극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그분'은 방송의 독립성을 강조했던 전임 대통령과 달랐다. 후보 시절 자신을 비판하던 KBS를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시작은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었다. 결국, 정연주 사장은 해임됐고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많은 PD가 잘려나갔다. 다음 타깃은 광우병 보도를 했던 MBC였다.

< PD수첩 >을 중심으로 MBC는 광우병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보도했고, 여론은 이런 MBC의 보도에 요동쳤다. 30개월 이상 미국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계속됐고, 성난 여론에 부딪힌 MB정부는 협상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30개월 미만의 소고기만을 수입하기 결정했다.

하지만 MB정부는 이후 < PD수첩 >을 중심으로 집요한 MBC 공격을 시작했다.

탄압의 역사

 영화 <공범자들>

ⓒ (주)엣나인필름


MBC 사장 임명권이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를 통해 엄기영 사장을 해임했고, 낙하산 사장이라고 논란이 많았던 김재철 사장을 자리에 앉혔다.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됐다. 결국, MBC 노조는 2012년 총파업을 결정한다. 대다수 프로그램이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파업은 2012년 1월 30일부터 시작해 170일 후인 7월 18일에 마감됐다.

파업의 대가는 잔인했다. 순서대로 이용마, 정영하, 강지웅, 박성호, 최승호, 박성제 총 6명이 해고됐다. 파업에 참여했던 수많은 노조원은 정직, 감봉, 좌천됐다. 전국언론 노동조합 자료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해고 10명, 정직 84명 등 총 223명의 노조원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 김재철 사장이 사임하고 후임자인 안광한 사장이 취임했다. 하지만 후임자는 전임사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두 방송사의 보도는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었다. MBC는 경기도교육청이 기자들에게 문자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를 발송하기도 전에 단원고 내부에서 흘러나온 소문을 듣고 성급하게 '학생 전원 구조' 속보를 보도했다. 또 KBS는 다른 방송사들이 '학생 전원 구조'가 오보임을 알고 이를 정정하는 보도를 한 이후에 재차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를 방송했다. 당연히 두 오보로 인해 구조작업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두 공영방송, 심지어 KBS는 재난주관방송이다.

심지어 참사 발생 이후, 경악할 만한 일은 계속됐다.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서 KBS 보도에 외압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수석은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과의 통화에서 해경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결국, 이날 방송에서 해경을 비판한 기사는 사라졌다.

MBC에선 막말이 논란이 됐다. 김장겸 현 MBC 사장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깡패'라 지칭하며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세월호 유가족이 억지를 쓰고 있다는 논조로 여론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박상후 시사제작부국장은 '그런 X들, 관심 가질 필요 없어'라고 말하며 유가족을 비난했다.

막말 그리고 침묵

 영화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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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년 연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두 공영방송은 또다시 침묵했고, '물타기'를 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 감시견(Watch Dog)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애완견(Lapdog)의 역할도 모자라 번견(Guard Dog)이 되어버리며, 우리는 국정농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닥뜨려야 했다. 올바른 역할을 하고자 했던 프로듀서, 기자, 아나운서들을 내쳐버린 지금, 공영방송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완전히 무너지고 망가졌다.

그리고 지금 내쳐진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분통 터지고 억울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말이다.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해직 방송/언론인들은 저마다 내부에서 혹은 외부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제는 시민들이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같이 응원해줘야 할 시기다.

영화를 보며 한 가지 걱정이 들었다. 복막암 진단을 받아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가는 이용마 기자, 시종일관 밝은 웃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린 김민식 PD, 집요하게 언론 적폐세력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시도한 최승호 PD를 포함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언론인들.

이들이 정말 화병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왜 그들은 이렇게 고통받으면서도 싸움을 멈추지 않을까.

작중 이용마 기자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싸움의 의미요? 저는 그래도 기록만이라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적어도 우리가 그 암흑의 기간에 침묵하지 않았다." 핍박과 억압 속에서도 언론인의 자긍심으로 긴 싸움을 계속해온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젠 길고 긴 싸움의 종지부를 찍을 시기다. 그리고 과거 찬란했던 두 공영방송 MBC와 KBS의 명성을 되찾을 시간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을 때 한 가지 결론이 내려졌다. 최승호 PD가 찾아간 모든 사람.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절대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변명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부인한다.

최승호 PD의 대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언론을 망가뜨리고 급기야 나라까지 망가뜨린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Critics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춘천지역 주간지 <춘천사람들>에서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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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동아리 Critics를 운영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있습니다. 춘천 지역 일간지 춘천사람들과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차후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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