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가 '김사복' 자신의 아버지가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일방송사 힌츠 페터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갔던 김사복씨(영화 택시운전사 실제주인공)라고 밝힌 김승필씨.

▲ 내 아버지가 '김사복' 자신의 아버지가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일방송사 힌츠 페터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갔던 김사복씨(영화 택시운전사 실제주인공)라고 밝힌 김승필씨. ⓒ 권우성


영화 <택시운전사> 속 모델 김사복씨와 광주항쟁의 진실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의 관계를 입증하는 증언이 광주항쟁에 참여한 사람에게서 나왔다. 아울러 김승필씨가 제공한 사진 중 힌츠페터 기자와 김사복씨가 함께 찍은 듯한 사진도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김사복씨의 생전 모습과 김사복씨가 명의를 빌려 근무한 당시 파레스 호텔 간부를 독점 공개 한 이후 위르겐 힌츠페터와 김사복씨를 동시에 알 만한 외신 기자들과 제 3의 인물을 취재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제보를 받아 이를 검증하는 단계였다.

[관련기사]
"<택시운전사> 김사복은 내 아버지... 사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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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필씨가 제공한 부친 김사복씨의 사진(가장 오른쪽 두 번째 열) . 그의 왼편에 안경을 쓰고 다소 살집이 있는 위르겐 힌츠페터가 앉아있다. 김승필씨는 이 사진에 대해 "적어도 1980년 5얼 18일 이전에 찍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승필씨가 제공한 부친 김사복씨의 사진(가장 오른쪽 두 번째 열) . 그의 왼편에 안경을 쓰고 다소 살집이 있는 위르겐 힌츠페터가 앉아있다. 김승필씨는 이 사진에 대해 "적어도 1980년 5월 18일 이전에 찍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김승필씨 제공


 김승필씨가 제공한 부친 김사복씨(오른쪽)의 사진. 그의 왼편에 안경을 쓰고 다소 살집이 있는 위르겐 힌츠페터가 앉아있다. 김승필씨는 이 사진에 대해 "적어도 1980년 5얼 18일 이전에 찍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힌츠페터 기자와 김사복(김승필씨 부친)씨. ⓒ 김승필씨 제공


1980년 5월, 광주에 계엄군 진입 이후 사안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당시 수습대책위원회 소속으로 현장에 있었다는 김승현(1960년생)씨는 <오마이뉴스>에 "(1980년 5월) 23일인가 그 상황이 중후반으로 치달을 무렵 독일 기자와 한 한국인이 YMCA 건물 옥상으로 올라와 우리를 찍고 싶다고 요청한 걸 기억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독일 기자가 '함부르크'라고 적힌 완장을 차고 있었고, 옆에는 통역처럼 보이는 한국인이 같이 있었다"며 "통역이라 보기엔 차림새가 좀 남루했고, 키가 크고 마른 체구에 40대 후반에서 50대 정도로 보였는데 기사를 보니 김사복씨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당시 NHK 소속 일본 기자가 먼저 건물 옥상으로 왔는데 취재에 일정 응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었고, 일본인이라 현장에서 쫓아냈는데 그 뒤 올라온 이가 바로 그 독일 기자였다"며 "옆에 있던 한국인이 '광주의 현실을 취재하러 온 독일 기자니까 협조 좀 부탁한다'고 애원해서 몇몇이 응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독일 ARD-NDR 함부르크 지국 소속이었다. 당시 외신 기자들은 저마다 완장을 차고 있었고, "카메라와 완장을 본 시민들이 기자인 걸 알고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말한 노먼 소프 기자(당시 월스트리트 저널 소속으로 광주 항쟁을 취재 - 기자 주)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신빙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김씨가 묘사한 한국인도 김승필씨가 제공한 김사복씨 모습과 일치해보였다. <오마이뉴스>는 김씨에게 보다 큰 사진을 제공해 식별을 요청했고, 김승현씨는 "이 분이 김사복씨라면 그때 독일 기자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온 분이 맞다"고 전했다.

 KBS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목격자>의 장면들. 위 화면에 완장을 찬 독일 기자의 모습(위르겐 힌츠페터로 추정)이 보이고, 아래 화면엔 완장을 찬 위르겐 힌츠페터(좌측)와 음향기사 헤닝 루모어(머리가 벗겨진 인물)의 모습이 보인다.

KBS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목격자>의 장면들. 위 화면에 완장을 찬 독일 기자의 모습(위르겐 힌츠페터로 추정)이 보이고, 아래 화면엔 완장을 찬 위르겐 힌츠페터(좌측)와 음향기사 헤닝 루모어(머리가 벗겨진 인물)의 모습이 보인다. ⓒ KBS


또다른 항쟁 참자가의 증언 

현재 김승현씨는 5‧18 유공자나 광주항쟁 관련 단체에 이름이 올라가 있지 않다. 검증을 위해 추가 취재를 했고, 그 결과 지난 5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려한 휴가 그리고 각하의 회고록' 편에 출연한 곽희성(1959년생)씨와 함께 해당 건물 옥상에서 애국가를 불렀던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곽씨는 518구속부상자회 소속으로 항쟁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 5일 오전 연락이 닿은 곽희성씨는 <오마이뉴스>에 "택시 기사인지는 몰랐지만 독일 기자 옆에 한국인이 있었던 걸 기억한다"고 전했다.

김승현씨의 존재와 사실 유무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곽씨는 "37년이 지났고, 당시 부상당한 고등학생을 돌봐주다가 후송도 했는데 그 친구 얼굴조차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난감해했다. 이에 양측에 양해를 구해 직접 통화를 권했다. 김씨와 통화한 곽씨는 "내가 얼굴도 잘 못 떠올리고 그랬지만 그때 상황에 대해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고 있더라. 그때 (내 옆에 함께 있던) 친구가 맞다"고 알려왔다.

YMCA 건물 옥상에서 이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영상은 바로 힌츠페터가 찍은 것이다. 그 안에 곽씨와 김씨가 담겨 있는 셈. 김사복씨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진 못했지만 곽희성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묘사했다.

"당시 난 보초를 서는 이들의 조장이었다. 나에게 어떤 독일 기자가 와서 사진 한 번 찍자고 해 처음엔 거절했다. 우리 얼굴이 찍히면 나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다들 얘기하던 때였거든. 그러자 그 독일 기자가 담배를 줬다. 당시는 양담배가 없을 시기 아닌가. 마침 우리가 가지고 있던 담배도 동난 상태였고. 한 번만 찍자는데 난 계속 안 된다고 하는데 마침 애국가가 나왔다. 어떤 여자 분이 거기서 연설을 하더라. 눈물이 좀 났다. 그 사이에 내 얼굴을 찍었더라. 그 독일 기자와 누가 같이 왔는데 보니까 한국 사람인 것 같더라." (곽희성씨)

정리하면 항쟁 초기인 21일 광주를 빠져나와 필름을 전달한 후 힌츠페터 기자가 23일 다시 광주를 찾았고, 이때 김씨와 곽씨를 만난 게 된 듯하다. 여기에 김승현씨 설명대로라면 김사복씨는 단순히 힌츠페터 기자를 태운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장 곳곳에서 주요한 안내까지 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YMCA 건물에서 애국가를 부르던 인원 중 맨 오른쪽 베이지 점퍼에 총을 든 인물이 김승현씨다. 곽희성씨는 뒷편에서 허공을 보고 있다.

YMCA 건물 옥상에서 애국가를 부르던 인원 중 맨 오른쪽 베이지 점퍼에 총을 든 인물이 김승현씨다. 곽희성씨는 뒷편에서 허공을 보고 있다. 두 사람에 따르면 위르겐 힌츠페터가 이들을 만나 촬영 협조를 구했다. ⓒ 곽희성씨 제공


 지난 5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곽희성씨. 당시 그는 광주 전일빌딩 위에서 동료들과 애국가를 불렀고 이 장면을 위르겐 힌츠페터가 촬영했다.

지난 5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곽희성씨. 당시 그는 광주 전일빌딩 위에서 동료들과 애국가를 불렀고 이 장면을 위르겐 힌츠페터가 촬영했다. ⓒ SBS


5.18 기록관, 김승필씨와 만나 본격 검증 시작

<노컷뉴스>는 5일 오전 김승필씨가 제공한 사진 중 김사복씨와 위르겐 힌츠페터가 함께 있는 모습을 < ARD > 측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 역시 같은 사진을 받아 검증 중이었다. 김승필씨는 이 사진에 대해 "적어도 1980년 5월 18일 이전에 찍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도날드 커크, 팀 샤록, 브래들리 마틴 등 광주 항쟁을 취재했던 외신기자들을 접촉해 위르겐 힌츠페터와 김사복씨의 관계에 대해 문의했다. 안타깝게도 이들 대부분은 확실한 물증을 갖고 있진 않았다.

한편, 5.18 기록관 측은 김승필씨의 부친 김사복씨와 힌츠페터의 관계에 대해 사실성이 있다고 보고, 검증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오마이뉴스는 5일 오후 김승필씨와 기록관 측이 만난다는 사실을 듣고 현장을 직접 참관했다.(관련기사 5.18기록관 "'택시운전사 김사복' 아들 주장, 신빙성 있다")

5일 광화문의 모처에서 만난 양측의 만남은 일단 사전 인터뷰 형식이었다. 약 30분의 시간 동안 기록관 측은 김승필씨에게 대략적인 정황 설명을 들었다. 양측은 이후 몇 차례 더 만난 뒤 확증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5.18기록관 소속 유경남 학예연구사는 <오마이뉴스>에 "검증이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록관이 갖고 있는 굉장히 많은 퍼즐이 있는데 김승필씨가 자료를 제공하면 우린 그 여러 퍼즐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 전했다.

5.18기록관 "'택시운전사 김사복' 아들 주장, 신빙성 있다" ⓒ 김혜주



김사복 택시운전사 송강호 광주항쟁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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