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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시장과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이 5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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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와 서울시가 노동문제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지금은 한국 노동에 있어서 낙관의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정부 초청으로 지난 4일 방한한 가이 라이더(Guy Ryder)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5일 오전 서울시를 방문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서울시 주최 '좋은 일자리도시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하기 위해 서울시에 온 라이더 총장은 낮 12시 박원순 시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좋은 일자리가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한다"며 "이번 포럼이 다양한 국가의 도시가 참여해 서울시의 좋은 관행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 총장은 이어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즉각적인 합법화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한국이 지난 1995년 가입한 이래 ILO는 계속해서 전교조와 전공노가 합법 노조가 될 수 있도록 요구해 왔다"며 "한국 정부가 ILO의 87조와 98조 협약을 비준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ILO 협약 제87호는 모든 노동자가 차별 없이 자주적으로 노조를 설립·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제98호는 노조활동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자발적 단체교섭을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아직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라이더 총장은 "ILO의 8가지 기본적인 권리 협약 가운데 한국은 아직도 87조와 98조를 포함해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며 "어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도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015년 이후 노사정 대화가 단절된 데 대해 "한국은 노동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일자리 창출 등 누적된 문제가 있다"며 "정부와 사업주, 노동자대표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원순 시장은 "ILO의 핵심 협약인 87조와 98조가 말하는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도시 차원에서 먼저 실천하고, 그래서 국가 차원의 비준을 위한 조건을 마련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든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를 실현한다든지, 여유와 쉼이 있는 노동을 보장한다든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자리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을 높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가 주도해서 세계 여러 도시들이 함께 노동의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ILO가 확고하게 뒷받침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라이더 총장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ILO가 해결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북한은 UN 회원국이면서도 ILO 회원국이 아니라서 복잡하다"면서도 "북한의 노동자가 ILO 회원국에서 일하고 있다면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예로 지난 6월 ILO 컨퍼런스에서 폴란드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협약 위반 문제가 제기돼 폴란드 정부와 협의했던 것을 들었다.

지난 1997년, 2006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방한을 한 라이더 총장은 ILO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각료를 거치지 않은 노동운동가 출신 사무총장이다.

라이더 총장은 이날 오후 4시 반부터 약 1시간에 걸쳐 박 시장과 함께 평화시장 인근 '전태일 다리'를 찾아 전태일 열사 기념상에 헌화하고, 인근에 위치한 '전태일 노동복합시설'(내년 하반기 개관 목표) 예정지를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