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른바 '부산 여중생 사건'으로 '소년법' 논란이 뜨겁습니다. 소년법 개정을 주장한 표창원 의원에 대한 반론글을 부천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 소장인 김광민 변호사가 보내와 싣습니다. 이와 관련 반론을 포함한 다양한 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미국 범죄학에서는 거의 결론이 내려졌지요. 그래서 이러한, 범죄와의 전쟁 혹은 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 범죄에 대해서 강력하게 응징하겠다, 이런 흔히 말해서 '로 앤 오더 팔러틱스(law and order politics)'라고 하는, 법질서를 강조하는 정책들은 사실은 범죄예방효과가 전혀 없다, 오히려 범죄를 증가시킨다, 그런데 오히려 사회를 통제하고 얼어붙게 만든다."

지난 2013년 2월 25일, jtbc의 시사프로그램인 <표창원의 시사 돌직구> 제3화에서 진행자였던 표창원(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처벌 위주의 형사정책은 범죄예방의 효과가 없고 오히려 사회를 경직시킨다는 주장이었다. 표창원은 이를 '로 앤 팔러틱스'라고 칭하며 미국 범죄학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논쟁이라고 했다.

당시 표창원은 자유롭게 사회적 발언을 하겠다며 경찰대 교수직을 벗어버리고 야인으로 활동했다. 한국에서 프로파일러(profiler)의 길을 개척한 그는 범죄분석 전문가의 시선으로 사회문제를 해석하며 대중들에게 신선함을 던져주었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날선 비판은 그를 국민적으로 주목받는 인사로 만들었다. 전문성과 대중적 인기를 두루 갖추어 정치권에선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그는 "정치하지 않겠다"며 명확한 선을 그었다.

법질서 강조가 오히려 범죄율을 증가시킨다

경찰이라는 공직 신분을 벗어던지고 정치권과도 선을 그은 그는 거침이 없었다. 사회 문제를 명확히 분석하고 자신만의 시각과 논리로 풀어갔다. 2012년, 20대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이른바 '오원춘 사건'이 발생하고 연이어 잔인한 '묻지마 범죄'가 이어지면서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러자 표창원은 또 다시 다수의 여론에 반하는 소신 발언을 했다. "법질서를 강조하는 정책들은 사실은 범죄예방 효과가 전혀 없다. 오히려 범죄를 증가시킨다"는, 위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3년 후 표창원은 "정치하지 않겠다"던 발언을 뒤집고 국회의원이 됐다. 현실 정치에 대한 입장 번복은 그 동안 정치권력과 다수 여론에 개의치 않고 소신 있게 행동하며 오며 쌓아온 그의 신뢰에 묻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역시나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표창원 의원은 소신 있고 거침없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에 따라 국회의원들을 분류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박근혜에 대한 풍자예술 '더러운 잠'을 주최해 당으로부터 징계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표창원을 지지하고 오히려 그를 징계한 당을 비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잠시 잠행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지만 돌아오고 난 후 그의 왕성한 의정 활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내용에는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절묘하게도 보수 여론의 테러에 가까운 공격과 당으로부터의 징계 이후 나타난 변화이기에 그가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려워졌다.

징계 후 처벌위주 법안을 들고나온 표창원

당의 징계 이후 잠시 잠행했던 그가 처음 들고 나온 것은 일명 '데이트 폭력 방지법'이었다. 다수의 데이트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처벌 강화 여론이 형성되어가던 시점이었다. 얼마 후 그는 또 다시 처벌 강화 법안을 들고 나왔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의 소년 특례를 개정하여 청소년에게도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도 인천에서 청소년이 초등학생을 토막살해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던 시점이었다. 표 의원은 여론의 흐름을 읽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법안을 발의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되찾았다.

특히나 범죄 전문가라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 범죄예방에 관련된 입법활동을 하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전문성도 인정받아 가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원 성향 분석이나 풍자 예술 '더러운 잠'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와는 다소 동떨어진 활동으로 주목을 받은 과거와는 완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런데 표창원 의원의 근래 활동을 보면 우려되는 점이 있다. 그는 지난 4일 SNS를 통해 '소년법'까지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강법' 개정은 특정강력범죄에 한해 청소년의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소년법의 개정은 청소년들에 대한 사법체계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으로 논의 수준 자체가 다른 문제다. 더욱이 표 의원이 밝히 개정 이유는 "실질적인 소년보호 시설과 처분이 마땅치 않은 반면, 온정주의가 발동해 쉽게 일반 형사사건으로 송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법체계에서 온정을 느껴본 청소년들은 거의 없다

필자는 '부천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변호사이기 때문에 무수한 소년 사건을 경험해 왔다. 때문에 소년보호시설이 부족하다는 표 의원의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

그런데 소년보호시설의 부족이 소년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에 더해 청소년 사건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온정주의는 현장에서 그토록 갈망했던 부분이다. 사고를 벌이고 경찰, 검찰, 법원을 통해 처벌을 받으면서 진심 담긴 위로의 말 한 마디를 듣지 못한 청소년들이 수두룩하다. 자신이 지은 죄보다 높게 처벌받았다는 생각에 분노만 가득 차 소년원을, 보호시설을 나오는 청소년들도 수두룩하다. 도대체 표 의원은 소년법을 개정해야 할 정도로 폐해를 양산하는 검찰과 법원의 온정주의를 어디서 본 것일까.

현장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소년사건 송치는 일정 정도 매뉴얼화 되어 있는 듯하다. 단순절도나 폭행 혹은 피해 정도가 적거나 충분한 피해 보상이 이루어진 성범죄 등은 소년사건으로 송치되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간혹 강간 사건이나 피해 정도가 큰 폭행 또는 강도 사건이 소년사건으로 송치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1~2년간 소년원에 위탁하게 되는 9~10호 처분을 받는다. 9~10호 처분을 받는 사건들은 수감 기간만 놓고 보면 일반 형사사건보다 과중한 처분을 받는 경향마저 보인다.

이에 더해 소년사건은 증거조사를 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갖는데 여기서도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형사재판에서는 유죄의 근거로 제시된 증거를 검사와 피고인이 다투는 과정에서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소년 사건의 경우, 일반 법원과 달리 잘잘못을 따지고 얼마나 공정하게 벌을 내리느냐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청소년기라는 특성 상 그야말로 잘 달래서 사회에 잘 복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본다.

이러한 점 때문에 소년사건에는 피고인과 증거를 다투는 검사가 참여하지 않는다. 때문에 재판부는 보호소년(피고인)의 주장만 듣고 증거능력을 판단하기가 곤란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피해자가 재판부에 좀더 엄중하게 다뤄 달라는 탄원을 제출하면 재판부는 대부분 사건을 일반 법원으로 송치한다. 소년사건에서는 피해자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거조사의 불가능은 무죄를 유죄로 뒤바뀌기도 한다. 간혹 무죄가 명확한 사건임에도 검사는 소년사건으로 송치하고는 한다. 소년사건에서는 무죄를 주장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제출된 증거를 모두 무력화 시켜야 하는데 증거를 다툴 수 없는 소년사건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만약 소년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하면 재판부는 사건을 일반법원으로 송치해 버린다. 형사재판에 가서 검사와 증거를 다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의 경우, 소년사건에서는 대부분 낮은 수준의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기에 청소년들은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형사재판에서 사건을 다투기보다는 소년사건에서의 낮은 처분을 선택하고 만다. 검사는 이런 점을 악용해서 무죄가 의심됨에도 불기소처분을 하지 않고 소년사건으로 송치하는 것이다.

표 의원이 말한 '온정주의'는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사건임에도 검찰이나 법원의 동점심이 작용해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된다는 뜻일 테다. 그러나 최소한 현장에서 무수한 청소년 사범들을 만나온 필자의 입장에서 소년사건 송치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다. 오히려 검사가 이를 악용해 불기소 처분 대신 소년사건으로 송치하는 경우까지 보아왔다.

설사 실제로 온정주의로 보일 수 있는 사례가 있더라도 이는 소년보호처분의 특성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소년보호처분은 처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교육과 복지를 목적으로 한다. 간혹 죄가 중하더라도 깊이 반성하고 적절한 교육을 통해 재범을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소년사건으로 송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고 이러한 사례를 근거해 법원과 검찰이 온정주의에 빠졌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소년법의 개정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사법정책은 오랜 시간 관찰과 조사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천천히 그리고 정치하게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런데 표 의원은 마치 민원을 처리하듯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개정안들은 하나 같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문제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외형적으로는 '프로파일러'라는 전문분야를 살린 의정활동으로 보이지만 표 의원 스스로 "처벌 위주의 형사정책이 범죄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스스로 범죄 증거를 공개하는 청소년, 윽박지른다고 달라질까?

최근 청소년들의 끔찍한 범죄의 특징 중 하나는 스스로 증거를 공개해서 문제가 불거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피범벅이 된 여중생이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으로 국민들을 경악시킨 일명 '부산 여중생 사건'도 가해 학생이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공개한 사진이 수사의 단초였다. 범죄자는 스스로 범죄의 직접적 증거인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친구를 피범벅으로 만든 청소년이 범죄자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 인식조차 못하고 그런 일을 벌였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범죄의 증거를 스스로 공개한 것이다.

표 의원은 야인 시절 범죄율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법질서를 강조하는 정책'을 지적했다. 범죄의 증가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범죄가 증가한다면 증가시킨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직 프로파일러인 표 의원은 원인은 보지 않고 처벌만 외치고 있다. 당장 여론의 호응은 좋을 수 있지만 범죄예방에는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그의 말대로 오히려 범죄율을 높일 뿐이다.

"자신이 벌인 짓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도 모르고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하는 청소년들이 엄벌을 처한다고 윽박지르면 착해질까요?"

표창원 의원에게 진진하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태그:#표창원, #범죄와의 전쟁, #소년법 , #특강법, #데이트 폭력
댓글11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