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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München)에서 사흘 째 날 아침, 중앙역에서 잘츠부르크(Salzburg)를 가기 위해 바이에른(Bayern) 티켓을 끊었다. 하루 동안 독일 바이에른 지방 내에서 교통편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 티켓으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까지 다녀올 수 있는 건 정말 맘에 든다. 그런데 이 티켓으로는 이체(ICE) 같은 비싼 열차는 못 타고 M열차 같은 비교적 느리고 저렴한 열차만 이용할 수 있다. 처음엔 M열차가 대체 뭔가 싶었는데 열차 앞머리에 크게 M이라고 써 있는 것이 글자 그대로 M열차다.

약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잘츠부르크역 관광안내소에서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 가는 법을 물으니, 퉁퉁한 얼굴의 직원이 골천 번은 더 대답했다는 듯 영혼 없는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키며 걸어서 10분이란다.

5년 전에 빈(Wien)을 여행했을 때처럼 오스트리아는 이번에도 완벽한 봄날씨를 선사했는데, 5월 중순의 날씨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초여름처럼 다소 덥기까지 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미라벨 정원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아이들과 '도레미 송'을 불러 더 유명해졌다 한다.
 17세기에 만들어진 미라벨 정원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아이들과 '도레미 송'을 불러 더 유명해졌다 한다.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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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는 달리 땀을 닦으며 한 30분은 걸어 도착한 미라벨 정원에서 잠깐 머문 후, 가장 번화한 거리라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로 이동했다.

신도시와 구도시 사이를 흐르는 잘자흐(Salzach) 강 주변의 풍경은 어느 쪽을 보아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신도시와 구도시 사이를 흐르는 잘자흐(Salzach) 강 주변의 풍경은 어느 쪽을 보아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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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에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모차르트 생가(Mozarts Geburtshaus)인데, 역시나 입구 앞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무척 붐볐다. 나도 끼어들어 한 장을 찍은 후 티켓을 사서 입장했다.

모차르트 생가의 입구
 모차르트 생가의 입구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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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생가 : 잘츠부르크의 대표 번화가인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진한 노란색 건물을 찾으면 된다. 모차르트가 1756년 1월 27일 태어난 뒤 17세까지 살던 집으로 모차르트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모차르트의 유년시절 작품이 탄생한 곳으로, 현재는 모차르트가 생전에 사용하던 침대, 바이올린, 피아노, 악보, 초상화,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어 많은 인기를 얻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실 모차르트에 대해 아는 것도 그닥 없고 큰 관심도 없었지만, 사진촬영이 금지된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며 그, 그리고 관련된 이들의 삶에 대한 자료들을 음미하다 보니 문득 그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이 일었다. 오래 전에 스치듯 본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에 대한 기억도 거의 사라진 채, 과연 이 천재 음악가가 왜 그토록 고통스런 삶을 살다 일찍 떠나야 했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관람을 마친 후 컴퓨터 몇 대가 놓여 있는 박물관 내의 소박한 음악감상실에서 헤드셋을 끼고 그의 피아노 소나타 몇 곡을 들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부드럽게 울려퍼지는 피아노의 선율에 취해 있노라니 어느덧 마음에 작은 평화가 찾아왔고, 난생 처음 클래식의 맛을 조금은 음미할 수 있었다. 

귀국한 뒤에 오랜만에 그 영화를 다시 한 번 집중하며 보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 보았다. 때론 천재가 겸허해지는 것이 부자가 천국을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채 동시대 사람들과 다른 세계를 살 수밖에 없었던 다른 비운의 천재들과 비슷한 운명을 걸었던 그에 대해 어떤 연민도 느껴졌다.

잘츠부르크 여행, 여기만큼은 빼놓지 말아야

구시가지의 어느 거리
 구시가지의 어느 거리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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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덴츠 광장(Residenz Platz)
 레지덴츠 광장(Residenz Platz)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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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 대성당(Dom zu Salzburg)
 잘츠부르크 대성당(Dom zu Salz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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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금색의 조형물은 2007년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테판 발켄홀(Staphan Balkenhol)이라는 조각가가 설치한 '구(spear)'라고하며, 그 위에 있는 사람의 모형은 모짜르트의 어린시절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이 황금색의 조형물은 2007년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테판 발켄홀(Staphan Balkenhol)이라는 조각가가 설치한 '구(spear)'라고하며, 그 위에 있는 사람의 모형은 모짜르트의 어린시절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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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엔잘츠부르크 성채(Festung Hohensalzburg)
호엔잘츠부르크 성채는 잘츠부르크의 상징인 곳으로 구시가 남쪽, 묀히스베르크 언덕의 120m 지점에 위치한다. 구시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성이기 때문에 구시가 어디에서든 보이는 요새이다. 1077년 건축한 철옹성으로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로마 교황 사이에 주교 서임권 투쟁(1075~1122년)을 벌이던 시기에 잘츠부르크 대주교 게프하르트가 남부 독일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매우 견고하게 지어진 덕분에 한 번도 점령당하지 않아 지금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광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매표소에서 푸니쿨라(Funicular)를 타고 성채로 올랐다. 이런 케이블카는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 감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성채에 도착하자마자 카페테리아 몇 성곽 아래로 펼쳐지는 멋진 시가지 풍경에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고 잠시 감상하다 내부 관람을 시작했다.

안에는 입장권으로 관람이 가능한 마리오네트 박물관과 전쟁 관련 박물관이 있는데, 안 보고 갔으면 후회할 뻔 했을 정도로 다양한 볼 거리들이 가득했다. 또 하나의 박물관은 별도의 티켓이 필요하다길래 그냥 통과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 또다른 경로를 통해 성의 훌륭한 바깥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사실 이젠 여행 중에 높은 곳을 오르는 게 지겹기도 해서 처음엔 이 성을 가지 않으려다 결국 마음을 바꿔 올라온 건데, 잘츠부르크 여행 중에 혹 다른 곳을 포기하더라도 단연코 여기만큼은 빼놓지 말 것을 권하고 싶을 정도로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 전망대
 호엔잘츠부르크 성 전망대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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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서 바라본 구시가지 전경
 성에서 바라본 구시가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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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아래 펼쳐지는 장관을 남겨두고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오니 사람들이 어떤 비밀의 공간 같은 곳에 모여 열심히 사진을 찍어댄다. 어떤 특별한 광물의 원석인 것 같은데 알고보니 지역 특산물인 '호박(琥珀)'인가 보다. 근처엔 관련 제품들을 파는 기념품 가게가 있지만 열심히 눈요기만 하고 나왔다.

모차르트 광장((Mozart Platz)
 모차르트 광장((Mozart Platz)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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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관광을 다 마친 후에도 해가 긴 탓에 아직도 한낮처럼 작열하는 햇살을 맞으며, 다시 터벅터벅 걸어 중앙역으로 돌아가서 뮌헨 행 열차에 올랐다.

덧붙이는 글 | 추후 개인블로그 http://arinalife.tistory.com/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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