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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훈센정부의 70억원 세금징수협박에 결국 굴복해 지난 9월 4일자로 폐간된 영자 일간지 '캄보디아데일리'의 마지막 1면 기사의  제목은 '노골적인 독재정권으로 전락' 이다.
 캄보디아 훈센정부의 70억원 세금징수협박에 결국 굴복해 지난 9월 4일자로 폐간된 영자 일간지 '캄보디아데일리'의 마지막 1면 기사의 제목은 '노골적인 독재정권으로 전락'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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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째 장기집권 중인 캄보디아 훈센 총리와 집권여당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써온 현지 영자일간지<캄보디아 데일리>가 결국 지난 9월 4일 폐간됐다.

이날 마지막으로 발행된 신문 1면에는 '노골적인 독재 정권으로 전락'이라는 제목하에 제1 야당(CNRP)총재 켐 소카의 체포기사가 관련사진과 함께 실렸다. 캄보디아 정부는 익명의 외국인들과 국가반역을 공모한 혐의로 지난 3일 새벽 야당총재를 전격 체포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2017년 9월 3일 자, 한밤중 제1야당 총재 긴급체포, 캄보디아의 '혼미 정국')

이 신문사의 운명이 사실상 결정된 것은 캄보디아 국세청이 신문사에 10년간 밀린 세금 630만 달러(약 70여 억원)를 한 달 안에 내라고 일방 통보한 지난달 8일이다. 훈센 총리는 이후 연설을 통해 이 신문을 '도둑들'이라 지칭하며 "세금을 못 낸다면, 당장 짐을 싸 떠나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신문사 측은 성명을 통해 "세금과 관련된 문제는 대외적으로 보안사항에 해당되며, 조세당국과 신문사 당사자간 충분히 합법적인 협의가 가능한 문제다. 만약,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된다면, 양측이 세무감사와 협상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분쟁거리"라며 적극해명에 나섰지만, 훈센 정부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2년 독재자의 언론 탄압

 정부의 폐간조치에 대한 항의표시로 캄보디아의 언론자유를 구해달라는 호소하는 팻말을 든 캄보디아데일리 신문사 직원들
 정부의 폐간조치에 대한 항의표시로 캄보디아의 언론자유를 구해달라는 호소하는 팻말을 든 캄보디아데일리 신문사 직원들
ⓒ The Cambodia Daily 공식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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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1993년 미국 언론인 버나드 크리셔가 창간한 일간영자신문이다. 그동안 이 나라 사회, 정치, 경제는 물론이고 현 정부가 껄끄러워할 만한 정부관료들의 부정부패와 비행, 인권, 환경문제까지 폭넓게 다루어 왔다. 게다가 이 신문은 정부 비판적인 논조에 다른 언론매체들이 다루기 버거워하는 민감한 기사들도 여과없이 전송해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 신뢰와 명성을 동시에 쌓아왔다.

미국출신 편집장 조디 드종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 신문은 가장 어려운 이슈들을 신문기사로 다뤄왔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가 신문사를 운영해온 기간 내내 훈센 총리의 입장에서 우리가 '가시'였을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언론매체에 대한 훈센 정부의 이 같은 강경조치는 비단 <캄보디아 데일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이미 지난주 이 신문 외에도, 15개 현지 라디오 방송국이 지난달 방송 중단 명령을 받았다.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와 미국의 소리(VOA)에 사전정부허가없이 방송시간을 내줬다는 게 방송 중단 명령의 주된 이유다. 이 방송들은 사업자등록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동안 납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까지 더해져 조세당국에 고발조치된 상태다. (관련 기사 : 2019년 8월 24일자, 70억 '세금폭탄', 캄보디아 총리의 언론 통제 방식)

훈센 총리의 이같은 강압적 언론탄압조치는 내년 7월 총선 전 비판세력들을 모조리 몰아내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와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국제인권단체는 경제적 지원 중단 등 국제사회가 협력해 캄보디아의 언론탄압이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 측은 "자국의 비판적 언론들이 이미 상당한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이번 조치 역시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참고로,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6년 세계언론자유순위에서 캄보디아는 전체조사국 182개국 중 128위를 차지했다).

한편, 최근 훈센 정부의 비판언론에 대한 강경모드와 탄압조치와 관련, 미국 국무부까지 나서 "캄보디아의 민주주의가 매우 우려스러울 정도로 악화됐다"며 유감을 표시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전개중이다.

중국 믿고 국제사회 여론 무시? 미국 비판하기도

캄보디아 왕궁앞에 나부끼는 중국 오성기의 모습 지난해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캄보디아 국빈방문이후 중국정부가  경제지원과 투자, 무상원조 등 구애의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자, 서방세계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낼 만큼, 양국 관계는 근래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 캄보디아 왕궁앞에 나부끼는 중국 오성기의 모습 지난해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캄보디아 국빈방문이후 중국정부가 경제지원과 투자, 무상원조 등 구애의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자, 서방세계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낼 만큼, 양국 관계는 근래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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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해 훈센 총리는 놀랍게도 전혀 개의치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이라면, 이해하기조차 힘든 그의 모습이다.

이에 대해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훈센 총리에게는 이미 중국이란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정책에 따라 중국과 캄보디아가 수년 사이 급속히 친해지면서 훈센 총리 입장에선 잔소리가 심한 미국 등 서방세계의 경제적 도움 따위는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지난 2015년 시진핑 주석의 캄보디아 방문 후 무상원조와 차관이 급격히 늘어난데다, 중국계 기업들의 투자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다. 대 캄보디아 투자국 1위는 이미 중국이 차지한 상태며, 프놈펜 시내는 중국계 건설기업들의 간판들로 넘쳐난다. 지난 7월부터는 중국이 무상원조한 신형시내버스 100대가 프놈펜 시내를 활보 중이다.

중국이 무상으로 제공한 신형버스 100대 지난 7월 중국정부가 캄보디아에 무상으로 제공한 시내대형버스 100대가 프놈펜 시내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 중국이 무상으로 제공한 신형버스 100대 지난 7월 중국정부가 캄보디아에 무상으로 제공한 시내대형버스 100대가 프놈펜 시내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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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의 이 같은 전폭적인 경제지원 덕분인지 훈센 총리는 요즘 전혀 아쉬울 게 없어 보인다. 중국 역시, 가난한 캄보디아 정부가 원한다면, 그깟 주머니 쌈짓돈 쯤이야 언제든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대가로 중국은 캄보디아가 가급적이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멀리하길 바라는 듯하다. 금년 초 미국과 연례행사로 추진해온 양국연합 군사훈련이 별다른 이유없이 갑작스레 취소된 바 있다. 호주와의 합동훈련도 뒤이어 전격 취소됐다. 중국의 입김이 반영된 결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올 들어 훈센 총리가 부쩍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더욱 드러내고 있는 것도 중국과는 거리를 좁히는 대신 미국 등 서방세계와 멀리하려는 숨은 의도와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캄보디아 투자국 1위로 올라선 중국. 수도 프놈펜은 양국관계가 상승기류를 타면서, 중국계 건설기업들의 대규모 진출이 늘어 요즘 도심 전체가 온통 공사장같다.
 캄보디아 투자국 1위로 올라선 중국. 수도 프놈펜은 양국관계가 상승기류를 타면서, 중국계 건설기업들의 대규모 진출이 늘어 요즘 도심 전체가 온통 공사장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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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설에서 훈센 총리는 "소위 미국이 말하는 민주주의란 피로 얼룩진 세상을 부추기는 단어"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외국 신문사에 일하는 현지 언론인을 가리켜 "외국인의 종"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3일 새벽 전격적으로 이뤄진 제1 야당 총재 체포사건과 관련해, 총리는 "제3의 외국세력이 야당총재를 부추겨 정부전복을 꾀하려고 했다"며, 문제의 제3의 손이 바로 미국 정부임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입장에선 훈센 총리의 서방국가들과 외국 언론을 겨냥한 이 같은 조치가 내심 반가울지도 모른다. 미국 등 서방 중심의 국제사회가 끊임없이 제기해온 인권과 언론탄압 문제에 대해 중국은 당사자로서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속으로 끙끙 앓아왔는데, 훈센 정부가 나서 서방언론들과 맞서 대신 싸우니 속 시원하다 못해 어쩌면 대리쾌감마저 느낄지도 모른다.

때마침,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야당 지도자의 무조건 석방을 요구하는 등 훈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국가의 안보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캄보디아 정부에 지지를 보낸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이 제공한 원조자금으로 건설된 다리 준공식에 참석한 훈센총리의 모습 중국이란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자, 훈센총리가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와 언론과 대해 더 이상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고 현지정치분석가들은 말한다.
▲ 중국이 제공한 원조자금으로 건설된 다리 준공식에 참석한 훈센총리의 모습 중국이란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자, 훈센총리가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와 언론과 대해 더 이상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고 현지정치분석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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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신문이 발행된 아침 수도 프놈펜 시내 노로돔도로변에 위치한 캄보디아 데일리신문사를 찾았다. 가정집을 개조한 신문사 정문 철제문은 굳게 닫힌 채 내부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고요함만이 주변을 맴돌았다. 길 건너편 민간인 복장을 한 경찰 3~4명이 기자를 감시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냈지만, 다행히 이들은 제재하지 않았다. 순간, 철제문 위에 <캄보디아 데일리>라 쓰인 간판과 함께 '두려움과 치우침이 없는 모든 뉴스(All the news without Fear and Favor)'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 '두려움'이란 단어가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온갖 두려움과 편견을 이겨내며 정론직필해온 캄보디아 현지신문사의 갑작스런 폐간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오랫동안 이 신문을 애독해온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캄보디아 데일리>에 심심한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지난 9월 4일 폐간된 캄보디아 데일리 신문사 입구의 모습  지난 1993년 창간, 25년동안 오직 진실을 밝히는데만 매진해왔던 현지 신문사가 결국 폐간의 운명을 맞이하고 말았다.
▲ 지난 9월 4일 폐간된 캄보디아 데일리 신문사 입구의 모습 지난 1993년 창간, 25년동안 오직 진실을 밝히는데만 매진해왔던 현지 신문사가 결국 폐간의 운명을 맞이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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