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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노조사무실에서 이슬기 기자(왼쪽부터), 최원정 아나운서, 이재훈, 박성주 TV PD, 김종명 기자, 윤성현 라디오 PD, 성재호 위원장이 총파업 출정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KBS 총파업에 나선 조합원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노조사무실에서 이슬기 기자(왼쪽부터), 최원정 아나운서, 이재훈, 박성주 TV PD, 김종명 기자, 윤성현 라디오 PD, 성재호 위원장이 총파업 출정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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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박은영의 FM대행진> 첫날이다. 박은영 아나운서는 방송을 내려놨다. (4일) 개편 첫날 아침 뉴스를 하는 백승주 아나운서도 뉴스 파행으로 참여하지 못 했다. 많은 아나운서들이 개편을 맞아 프로그램 제의를 받았는데 '4일 총파업에 함께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맡지 않겠다'라고 했다."


최원정 KBS 아나운서가 언론노조 KBS본부 총파업에 참여한 후배 아나운서들의 상황을 전했다. 그 역시 이날 오전 KBS 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진행을 포기했다. 최원정 아나운서는 "3년간 생방송으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인데, 다름 사람이 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마음이 무겁고 슬프다"라고 말했다.

KBS본부는 4일 오전 0시부터 총파업에 나섰다. 파업에 참여하는 PD, 아나운서, 기자 등 직종별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고대영 사장 퇴진"을 외치며 각오를 밝혔다.

최원정 아나운서는 KBS 내부에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증언했다.

"저는 2회 연속 저성과자라는 인사고과로, 전보조치까지 내려졌다. 이광용 아나운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2010년, 2012년 파업에 참여한 KBS본부 조합원에 대한) 인사 불이익이 있었다. 저희 내부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 것이다. '얘는 방송시키지 말아라'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다."

최원정 아나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와 대단한 각오로 이번 총파업에 아나운서들이 임하고 있다. 부디 아나운서들이 이렇게 나서는데 2012년 때처럼 총알받이가 돼서 처참히 물러나는 일 없도록 여러분들의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박성주 PD는 자괴감을 토로했다. 그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 방송 불가 판정에 대해 사측과 언쟁을 벌였다. 그들은 블랙리스트라고 하지 않지만, 정치적으로 만감한 사람이나 자기들이 판단하기에 맞지 않는 성향의 사람들에 대한 출연 제한을 해왔다"라고 지적했다.

"올해 촛불집회를 반영한 프로그램 <광장의 추억>이 파행을 빚었다. 조인석 부사장은 '한쪽에 태극기 부대가 있다. 태극기 부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방송 불가·연기를 말했다. (조인석 부사장은) 몇 년 전 이승만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를 두고 <조선일보>에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가 있더라도 방송하겠다'라는 글을 썼다."

그는 "더 이상 기자나 아나운서들이 전면에서 힘들어했던 과거 모습이 나오지 않도록, PD들도 최선을 다해 투쟁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PD들도 나섰다. 올해 초 큰 인기를 끈 드라마 <김과장>을 만든 이재훈 PD는 "촛불집회 때 KBS 차량에 덕지덕지 붙은 시민들의 (항의성) 스티커를 보면서, 내 몸에 붙은 것과 같은 비참함을 느꼈다. 그래서 드라마국 PD들도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989년에 입사한 김종명 기자도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최근 기자협회의 제작거부에 맞춰, 순천방송국장직에서 사퇴했다.

"제가 입사한 1989년 당시 KBS는 땡전 뉴스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내부적인 노력을 통해 2000년 대 중반 한때 영국의 BBC를 향해 달려가는 국민의 방송으로 성큼 다가섰던 때가 있었다. 부당한 권력은 부당한 방식으로 KBS를 탐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내부에서 누군가 그들과 함께 하면서 오늘날의 KBS가 온 것 같다."

그는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고언을 전했다.

"(KBS는) 권력, 자본과 적절하게 손잡고 기계적 중립성이라는 이름하에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고, 정부의 의도에 맞춰 여론을 만들어가면서 우리 사회의 건전한 민주적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했다. 국민 편에 서서, 건전한 사회 여론을 조성하고 민주적 문화를 창달시키고,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길 바라는 그런 공영방송을 만들려는 후배와 KBS인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

KBS본부는 이날 오후 3시 KBS 본관 계단 앞에서 출정식을 열 예정이다.

한편, 기자·PD들의 제작거부에 이은 이번 총파업으로, KBS 방송은 파행을 겪고 있다.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는 20분이 축소되는 등 뉴스·시사·교양프로그램들은 축소 방송·결방 사태를 맞았다. 진행자가 교체된 프로그램도 많다.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 역시 과거방송분을 다시 방송하거나 방송할 예정이다.

고대영 KBS 사장 출근 저지 피켓 시위에 나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정상화와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고대영 사장은 조합원들의 출근 저지 시위를 피해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 고대영 KBS 사장 출근 저지 시위 나선 조합원들 고대영 KBS 사장 출근 저지 피켓 시위에 나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정상화와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고대영 사장은 조합원들의 출근 저지 시위를 피해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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