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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其忘其心而不忘其形, 寧可忘其形而不忘其心 (여기망기심이불망기형, 영가망기형이불망기심)
그 사람의 마음을 잊고 용모(얼굴)를 잊지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얼굴을 잊어버리고 그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강화도에 작은 인문학 서점 <가망불망> 서점을 열다

조선의 사상가 최한기의 글에서 '가망불망'이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의 마음을 기억하는 서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름을 '가망불망'이라고 지었다. 바로 강화도에 있는 작은 서점 '가망불망' 이야기다. 서점을 강화도에 연 주인공은 바로 박서연(31)씨와 아내 김혜지(29)씨다. 부부는 문화의 기본은 서점이라 생각하고, 이런 저런 인연이 된 강화에서 서점 문을 열었다.

<가망불망>을 운영하는 박서연(31) 김혜지(29) 부부
▲ <가망불망>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서연 김혜지 부부 <가망불망>을 운영하는 박서연(31) 김혜지(29) 부부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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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문화산업을 전공한 박씨는 직접 화문석을 배우기 위해 강화도에 들어왔다. 완초(왕골)공예를 배우며 가방이나 바구니 등의 소품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러다 생계유지를 위해 선택한 것이 요양보호사다 양사면 꽃동네에서 1년을 일하면서 월급을 열심히 모았다. 그러다 진짜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 생각하고 서점을 열었다고 한다.

서점을 둘러보았다. 여느 서점과는 다르게 문제집이 없었다. 사실 문제집을 팔지 않으면 거의 생존이 불가능한 것이 서점인데, 인문 사회 서적들을 위주로 진열한다는 것은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몇 년 째 줏대 있게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쉼터, 아이들이 맺어주는 마을 관계

합일 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지라 가끔 학교를 마치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적잖이 있다. 책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학원 차를 기다리기 위해서 부모님을 기다리기 위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보니 찾아오는 것이었다. 넉넉한 주인은 이런 친구들도 반갑게 맞이한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느끼는 부모님들이 책도 사 가시고, 음료도 가끔 사주신다.

아이들이 편히 쉴수 있고, 책을 볼 수 있고, 주인 아저씨와 함께 수다도 떤다.
▲ <가망불망> 서점에는 아이들이 놀러온다 아이들이 편히 쉴수 있고, 책을 볼 수 있고, 주인 아저씨와 함께 수다도 떤다.
ⓒ 가망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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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갈 곳이 없어 오는 아이들도, 이제는 책을 볼 수 있는 편한 쉼터를 찾아 방문한다. 편하게 책도 보고, 영혼의 양식도 쌓아간다. 박씨는 사실 이런 공간이 되길 희망하며 아이들을 위한 전용 자리도 만들었다고 한다.

가망불망 서점에서는 책도 자유롭게 볼 수 있어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좋아요.
▲ <가망불망> 서점에 놀로온 합일 초등학교 학생들 가망불망 서점에서는 책도 자유롭게 볼 수 있어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좋아요.
ⓒ 가망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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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지역)에 대한 사랑, 책장에 담아

진열장에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는 강화도 지역에 관한 책장이었다. 그곳에는 그 지역에 대한 역사, 문화, 그 밖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들일 꽂혀 있었다. 그리고 강화도가 배출한 걸출한 작가들의 책들도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주인일 얼마나 강화도에 대한 애착이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강화도에 대한 책들, 강화도 사람들이 만든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지역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 가망불망이 자랑하는 <강화도> 책장 강화도에 대한 책들, 강화도 사람들이 만든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지역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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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진열한 것이 아니라 서점을 통해 지역의 작가들과 독자들의 인격적인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동안 서점 문을 열고 연대활동을 하며 만났던 강화도의 작가들이 있다.

박씨는 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지역과 함께 나눈다면 강화도가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지리라 생각한다. 오는 9월 9일에도 강화도에 살고 있는 김혜형 작가를 모시고 <북토크>도 연다고 한다. 같은 지역과 마을에 살고 있는 작가를 만난다는 것 무척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가망불망에는 강화도 출신 작가들을 소개하는 아기자기한 소개글을 볼 수 있다.
▲ 강화도가 배출한 함민복 시인에 대해서... 가망불망에는 강화도 출신 작가들을 소개하는 아기자기한 소개글을 볼 수 있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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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책들에 붙어 있는 붙임딱지도 눈에 들어온다. 바로 헌책들이다. 가망불망 서점에서는 헌책들을 기증받아서 이렇게 붙임딱지를 붙여 놓고 반값에 팔고 있었다. 그냥 낡은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읽어보기 좋은 책들을 골라 진열하고 있었다.

새로운 걸음 느긋한 마음으로 우직하게...

현재 이 서점을 주로 찾는 분들은 40대 50대 분들이다. 교장선생님, 목사님, 지역의 작가들,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된 뜻있는 지역 활동가들이 주로 찾아온다고 한다. 사실 고객이라기 보다는 사랑방 오듯 반가운 손님으로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강화도에 살고 있는 김혜형 작가가 9월 9일 <가망불망>에서 '북토크'를 진행한다.
▲ 강화도에 살고 있는 김혜형 작가가 9월 9일 <가망불망>에서 '북토크'를 진행한다. 강화도에 살고 있는 김혜형 작가가 9월 9일 <가망불망>에서 '북토크'를 진행한다.
ⓒ 가망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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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하다보니 걱정스런 마음이 한편으로 들기 시작했다. 문제집도 안 팔고, 음료 같은 것도 안 팔고, 과연 수익은 나고 있는 것일까?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박씨는 단기적 수익보다도 책으로 사람들이 새로워지고, 새로운 마을과 지역이 만들어 지길 기대하며 천천히 앞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공예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체험교실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 지역민들과 인문학을 나누며 새로운 문화가 태동되기를 바라는 사람, 내일의 희망인 아이들이 더 큰 품으로 살아가도록 오늘 이 순간 책을 나누며,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우리 마을에 살고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일까? 가망불망 서점의 야심찬 도전을 힘껏 응원한다. 강화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 오길...

서점이 책을 보는 곳이기도 하고, 쉬는 곳이기도 하고, 놀이터이기도 하다.
▲ 아이들과 즐거운 놀이도 서점이 책을 보는 곳이기도 하고, 쉬는 곳이기도 하고, 놀이터이기도 하다.
ⓒ 가망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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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마을신문 <밝은누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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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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