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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식민지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국가발전을 위한 핵심과제는 교육이었다. 사람만이 자원인 현실에서 우리 부모들은 논 팔고 소 팔아 자식들을 교육시켰고, 그 결과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교육은 우리나라의 근대 발전의 가장 큰 동력으로 기능한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교육은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고 정권이 바뀌면 교육제도부터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직후 대대적인 교육 혁신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가장 먼저 추진되고 있는 것이 외고, 자사고 등 특권고등학교의 폐지정책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우선 선발권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교육개혁방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현재까지의 고입전형은 외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과학고, 영재고(이하 '특권학교')가 신입생을 먼저 선발하는 전기전형, 이후 일반고가 실시하는 후기전형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고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재직교사들조차 '후기학교'라는 절망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입동시전형은 특권학교 폐지 위한 출발점으로

교육부가 이들 특권학교와 일반고의 전형을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것은 일반고의 절망과 황폐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고교동시전형은 특권학교로 인한 교육, 대학입시 과정상의 혼란과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랫동안 제시되어 왔다. 교육당국이 이를 선택한 것은 적절한 일이다.

사실상 외고, 국제고, 과학고, 영재고 등 특수한 목적을 지닌 고등학교와 자사고들은 설립목적과는 달리 특권적 입시기관이 되어버려 원래의 설립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서울대가 이러한 특수한 고등학교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정시합격자는 수능성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서울대의 선호도와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수시합격자 수를 따져 보면 서울대의 고등학교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다.

2016년과 2017년 서울대 수시 합격자수 1위부터 10위까지를 살펴보면, 전국자사고는 하나고, 외대부고, 민사고 등 3개교, 외고는 대원외고, 대일외고 등 2개교, 영재고는 서울과고, 경기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 등 4개교, 예고는 서울예고, 선화예고 등 2개교며 일반고는 단 하나도 없다

서울대 가는 통로가 되어버린 자사고·특목고·영재고

그리고, 2017년 이들 학교 출신의 서울대 등록자수는 1257명으로 서울대 전체 합격자 정원의 38%를 상회한다. 이들 학교가 전체 고등학교의 4%임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들은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서울대에 진학한다. 학생부를 주관적으로 정성평가하는 학종이 대세가 되었고, 현 정부도 향후 정시를 줄이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어, 학종을 통한 서울대의 특권학교 선호가 면죄부를 부여받고 있다.

모두들 이 학교들을 가려 한다. 그래서 이 학교들이 사교육의 '진앙지'다. 이 학교들은 모두 '전기 선발권'을 가지고 있는 학교들로, 사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는 부자들만 가는 학교다. 빈부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교육격차는 부자와 빈자의 양극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 구조로 고착화되면서 사회 통합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사교육비는 '영재고·과학고'가 가장 많이 지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의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중3학생들의 진학 희망고교 유형별로 월평균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일반고 희망 학생 중에서는 4.9%였으나, 광역단위 자사고 18.8%, 전국단위 자사고 28.6%, 영재과학고 35.0%, 외국어고/국제고 15.3%로 소위 특권학교로 불리는 자사고·특목고는 일반고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일반고와 과학고/영재고는 지출 비율이 최대 7배까지 차이가 난다. 고등학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비는 영재고·과학고 > 전국자사고 > 광역자사고 > 외고/국제고 > 일반고 순이다.(조사대상 : 전국 중3학생 1,818명, - 출처 : 사교육없는세상, 박홍근 국회의원실(2015))

영화관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일어서서 영화를 보면 뒷줄에 자리 잡은 사람들도 모두 일어서야 한다. 이들이 앞장서서 사교육 시장을 주도하니 모두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들을 따라서 사교육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이들 외고·과학고 등 특수목적 고등학교나 자사고·영재고는 이제 특수한 목적을 가진 학교가 아니고 서울대를 비롯한 SKY대학에 쉽게 입학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고등학교가 되었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수월성교육과 영재교육을 위한 제도가 당초 목적을 상실하고, 변질된 상황을 언제까지 그냥 둘 것인가?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의 교육환경 개선, 영재교육의 위탁교육 등으로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은 공교육체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체 고교의 4%에 불과한 이들 특권학교에 의해 극소수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이 수월성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면, 이들 특권학교는 폐지하고, 일반고의 교육환경을 상향시키는 방향으로 교육개혁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영재고·과학고도 폐지해야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들 학교폐지를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안도 함께 제시하였다. 희망하는 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9월에 출범하는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재, 과학고를 그대로 두겠다는 새 정부 교육당국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2017년 서울대 의대 수시에 가장 많은 합격생을 배출한 학교는 서울과학고이고 이어 경기과학고가 2명으로 두 번째로 많은 서울의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영재고의 대표격인 서울과학고 졸업생의 50%가 의대를 지원하고 20%가 의대에 진학한다. 이미 과학영재양성이라는 설립취지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영재고 과학고는 90% 이상이 자연계열에 진학하므로 합목적성을 달성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럼 자연계열 고등학교인 과학고, 영재고 학생이 인문계열에 진학하겠는가? 그런 식으로 따지면 외고도 90%이상이 인문계열에 진학한다.

새 정부의 교육개혁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특권학교 중의 특권학교인 영재고·과학고도 폐지하여,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사교육의 질곡에서 해방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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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방송프로듀서. iTV,OBS에서 시사, 교양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특히 시사토론프로그램 전문PD로 재직했음. 지금은 대입정책을 중심으로 한국의 교육문제를 공부하면서 자유로운 시민으로 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