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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 담은 거여 2-1 재개발지구의 모습, 이제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 거여 2-1 재개발지구 지난 8월에 담은 거여 2-1 재개발지구의 모습, 이제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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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째 지지부진하던 거여 2-1재개발지구 관리처분계획을 놓고 재개발조합과 구청, 지역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거여 2-1 재개발지구에서 조합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거암교회로, 1953년부터 거마지구(거여동마천동)의 장자교회 역할을 감당하던 교회다.

문제의 발단은 거여 2-1 재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교회는 새로 성전을 건축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존치를 요구했지만, 재개발조합측과 구청은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개발사업에 협조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이에 2010년 2월, 거암교회는 시설 이전을 보장받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이전에 동의를 했다.

그러나 거여 2-1지구의 개발이 지지부진 늦어지면서, 거여동재개발지구는 급격하게 쇠락하기 시작했다. 또한 치솟는 분양가와 토지가격은 그곳에 남아있던 원주민들은 물론이고 재개발 이후 다시 입주하기를 원했던 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점점 차단시켰다.

무차별적인 난개발이 가져오는 폐해는 '거여 2-1'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거여 2-1지구는 '송파', 강남 3구에 속해있으면서, 남한산성이라는 수려한 자연적인 조건까지 더해지면서 재개발만 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박춘희 현 송파구청장도 선거유세 당시 거여동 재개발지구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지역주민들의 재개발에 대한 열망(욕망?)은 그의 당선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거암교회도 자리하고 있었다.

거여 2-1 재개발지구 끝자락에는 거마지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거암교회가 서있다. 사업초기 존치를 요구했지만, 재개발조합과 구청의 거듭되는 요청으로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이전에 동의하고 조합에 가입하였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거여 2-1 재개발지구 끝자락에는 거마지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거암교회가 서있다. 사업초기 존치를 요구했지만, 재개발조합과 구청의 거듭되는 요청으로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이전에 동의하고 조합에 가입하였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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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14년에 불거졌다. 조합측은 교회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건물에 대한 보상계획을 무효화했을 뿐 아니라, 재개발단지에 제공하기로 한 교회부지의 가치가 상승했다는 이유로 교회 측에 34억을 추가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소위 '관리처분계획'이었다. 관리처분계획이란,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 지역에 조성된 대지와 기존 건축물의 처분 및 관리에 대한 계획이다. 개발되기 전의 토지와 건축물, 지상권, 전세권을 포함하여 재건축된 건물이나 토지에 대한 권리를 배분하는 절차다. 관리처분계획은 도시정비법 제48조 1항에서 '사업시행자가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기 전에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시장 또는 군수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 계획을 수립하여 인가를 받는다는 항이다. 이 조항을 이용해서 사업시행자는 조합원들 혹은 재개발지구에서 존치를 요구하는 이들의 토지나 건물 등을 강제로 철거할 뿐 아니라, 이번 사안처럼 기존보다 높아질 가치를 미리 상정하여 오히려 34억을 청구할 수 있다. 개발업자들의 이익만 극대화해주는 법인 셈이다.

고등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고(거암교회의 소송에 고등법원이 지난 4월 관리처분계획을 무효로 판단) 송파구청(박춘희 구청장)은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8월 관리처분 계획을 또다시 승인했다. 이에 거암교회 교인들이 반대하는 집회를 송파구청에서 열고 있다.
▲ 송파구청 앞에서 집회중인 교인들 고등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고(거암교회의 소송에 고등법원이 지난 4월 관리처분계획을 무효로 판단) 송파구청(박춘희 구청장)은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8월 관리처분 계획을 또다시 승인했다. 이에 거암교회 교인들이 반대하는 집회를 송파구청에서 열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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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교회는 존치를 요구했지만, 조합과 구청에서 끊임없이 이전을 요청하며 재개발지구에 종교부지를 제공하고, 교회를 건축할 때 건축비용까지 보존을 해주기로 했었다. 초기에는 건축비용을 얼마를 조합측에서 부담할 것인지가 문제였으나, 이제는 건축비용은 고사하고 오히려 교회부지가 기존가치보다 높아졌으니 34억을 더 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교회로서는 협조해 주고, 뒷통수를 맞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그들은 소송을 진행했고, 2017년 4월, 고등법원은 교회측과 합의되지 않은 관리처분 계획에 대해 전부 무효로 판단을 했다.

이 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조합측은 고등법원이 무효로 판단한 것들을 무시하고 2차 관리처분계획을 송파구청에 제출했다. 거암교회 측에서는 반발했지만, 송파구청 쪽은 재개발조합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 8월 송파구청(박춘희 구청장)은 관리처분 계획을 승인하였고, 이에 거암교회는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왜 우리네 개발에는 사람은 없고 자본만 춤을 추는가?
▲ 도시-다중노출 왜 우리네 개발에는 사람은 없고 자본만 춤을 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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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사건의 의미를 정리해 본다.

교회 입장에서는 존치를 원했으나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이전해 달라는 조합과 구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요구를 받아주었는데, 이제 와서 보상은 커녕 34억을 내놓으라고 한다.

조합입장에서는 종교부지를 배분했고, 개발이 되어 토지가치가 올라가면 현재 거암교회가 가지고 있는 토지분에 비해 훨씬 많은 이익을 얻는다. 이 이익은 개발로 인한 것이므로, 당연히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대지의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조합측이 요구하는 34억을 내야만 한다. 이것은 교회뿐 아니라 개별조합원들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며,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구청입장에서는 서울시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꼽히는 거여2-1지구는 개발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개발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손해일뿐 아니라, 송파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더군나다 거여 2-1지구 개발사업은 박춘희 구청장의 선거공약이기도 했으므로, 임기 전에 마무리되어야 한다.

나는 그냥 제3자로서, 그곳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있고,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보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던 사람으로서 이 사태를 바라보고자 한다.

첫째, 6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교회조차도 재개발조합에서 이렇게 대하는데 일개 개인은 도대체 어떻게 재개발조합의 횡포에 맞설 수 있을까? 개발업자들에게만 유리한 '관리처분계획'은 재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둘째, 조합과 구청은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불법적인 승인을 요청하고 허가하는가? 거암교회 존치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조합과 구청은 어떤 약속들을 했는가? 대부분의 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사탕을 주고 자신들이 얻고자하는 것을 얻고나니 횡포를 부리겠다는 것인가?

셋째, 이런 경우 우리나라의 개발은 용역을 사서 막무가내식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용산참사를 기억하라. 이미, 거암교회가 아니더라도 개발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그곳에 '용산을 기억하라!'는 낙서가 가림막에 써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넷째,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라. 이번 '거여 2-1'의 경우 교회와 조합의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간다면, 교회나 조합 모두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게 묻고 싶다. 왜 우리에 개발은 늘 이런 식인가? 다 때려부수고, 아파트를 짓는 것만이 능사인가? 그리고 개발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토건업자들의 이익과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이들의 이익을 위해 그 땅을 일구며 살았던 이들이 피눈물 흘리는 일들이 반복되어야만 하는가? 그들은 왜 더 먼곳으로 더 먼곳으로 쫓겨가야만 하는가 말이다. 거여동재개발지구, 그곳이 개발된들 그 곳을 일궜던 이들 중에서 얼마나 그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알고는 있는가? 결국, 없는 사람들은 잘 살고 있던 집을 잃어버리고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올 수 없는 현실, 이것은 얼마나 큰 적폐인가?

알립니다
김민수 시민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 거여 2-1 재개발지구 강신선 조합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합 측에서 교회 측과 협상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거암교회 측에서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있다"며 "(교회 측에서) 무리한 보상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태그:#거암교회, #거여동재개발지구, #관리처분계획, #재개발조합, #종교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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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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