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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무관심'이 육아에 필요하다
 종종 '무관심'이 육아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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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남동생 처)가 한 달 전에 출산을 했다. 어렵게 얻은 아이인데 4주나 일찍 태어난 이른둥이다. 집에서 산후조리 중인데 친정엄마가 연 이틀 남동생과 통화를 하신 뒤에 나에게 투덜대신다.

"아기가 걱정되고 며느리가 안쓰러워서 전화를 했더니 걔(남동생)는 왜 그렇게 데데거린다니? 며느리한테 전화하면 시어머니가 간섭한다고 할까 봐 내 딴에는 배려한다고 아들한테 전화했는데 더 난리야. 아들 무서워서 며느리랑 통화는커녕 손주는 구경도 못하겠다"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힘든 것은 맞지만 요즘에는 여기저기 정보 천지라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아이가 너무 힘들지 않게 대처해줄 수 있는 시대다. 아이 돌보기나 산모의 처신은 남동생 부부가 열심히 정보를 검색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잘 대처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스마트폰으로 게임도 안 하고, 영화도 안 보고, 음악도 안 듣는 나는 오로지 뉴스 검색으로 스마트폰을 애용한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가장 자주 들여다보는 것은 한 포털 사이트의 육아 카테고리다. 이 카테고리에서는 육아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조금이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한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궁금해했던 정보를 얻고 아이를 키우며 힘든 엄마의 심정을 어루만져 주는 에세이, 의학 정보를 접한다.

내가 쌍둥이 남매를 출산한 1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정보를 주변에서 접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가장 유행하며, '바이블'처럼 여겨졌던 책은 <신의진의 아이 심리백과>와 <하정훈 의사의 삐뽀삐뽀 119 소아과>였다. 두께가 8~10cm에 달하는 두꺼운 도서였다. 하지만 쌍둥이 남매를 키우면서 그 두꺼운 책을 펼쳐놓고 읽을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전문가의 책보다도 친정엄마, 산후도우미, 소아과 의사선생님 등에게 직접 질문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빨랐다. 빠른 속도로는 인터넷의 맘 카페 커뮤니티가 있기는 했지만 '~카더라'라는 덧글의 신뢰도 문제 때문에 내 아이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답변을 얻기가 어려웠다.

반면 요즘에는 앞서 언급한 포털의 육아 카테고리 속에서도 육아라는 큰 영역을 세분화해서 연령별 몸의 성장뿐만 아니라 빨리 크는 성조숙증의 문제까지 해당 분야의 전문가 칼럼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아이의 정서적 발달, 엄마의 우울증, 워킹맘의 애환까지 두루 영역을 나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옛날보다 육아를 개인 SNS에 기록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전문가에 가까운 엄마들의 경험담뿐만 아니라 진짜 전문의의 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단하게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거다.

쉽게접근할수 있는 육아정보
▲ 포털정보 쉽게접근할수 있는 육아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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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불편함',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17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나 '며느라기'라는 웹툰은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에게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해당 기사를 보며 좋아요를 누르고 개인 SNS나 맘 카페에 공유를 하고 출근을 한다. 같은 처지에 있는 엄마들의 공감반응은 하루를 버틸 에너지가 된다.

나는 지난 4년간 블로그와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워킹맘의 애환에 대한 에세이를 기고해왔다. 쌍둥이라 외출도 거의 못한 터라 동네에 친한 아이 엄마 하나 없이 회사로 복직했다. 약간의 익명성에 기대어 정보를 얻는 채널에서 정보제공자로 활동하며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정보는 엄마들뿐만 아니라 남편, 혹은 직장 동료나 상사까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함정이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같은 카테고리를 구독하고 있던 옆자리 동료가 글을 읽다가 글쓴이가 나라는 것을 안 뒤 깜짝 놀라 했다. 마침 한 살 차이의 그녀는 비슷한 연령의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워킹맘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애환이 있다는데 공감하고 조금 더 돈독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부모님 세대는 차지하고 열 살쯤 나이가 차이 나는 직장 선배만 되어도 이런 문제를 두고 함께 공감을 나누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요즘 애들은 사소한 일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라는 공감할 수 없는 의견에 공감을 요구하신다.

개인 SNS나 맘 카페에 꾸준히 올라오는 육아의 어려움에 대한 하소연을 보면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사소한 문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슷하고 반복적인 내용으로 엄마들은, 여성들은 불편해하고 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문제로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불편하다고 말하기는 꺼려지는 것들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것이었다. 안부 전화를 두고 불편해진 친정엄마와 남동생의 관계처럼 말이다.

쌍둥이를 출산했을 때 나의 예민함을 드러내자니 아이에게 미안하고 부모님께는 죄송스러웠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내가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절이 있었다. 지나고 보니 그건 나만의 예민함, 나만 가진 문제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함께 겪고 있지만 드러내지 못했던 '사소한 문제들'이었던 거다.

막 태어난 손주가 보고 싶어 시부모님이 자주 방문하셨을 때, 그걸 부담스러워하는 내게 친정엄마는 "도와주려는 시어머니한테 너는 왜 그러니! 나중에 너 같은 며느리 볼까 봐 겁난다"라며 혀를 끌끌 차셨다. 도와주시려는 마음은 감사했지만 아이보다 내가 먼저였다.

시험관으로 임신, 13주에 출근길에 기절, 22주에 온 배가 다 터서 가려움증 발생, 28주부터 허리뼈가 눌려 누워서 2시간 이상 잠을 못 자던 시기 끝에 아이들이 태어났고, 화장실조차 편히 다녀올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쌍둥이 육아를 시작한 당시의 내 우울함을 관리하는 게 아이보다 먼저였다. 그리고 당시의 선택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올케가 나 같은 생각을 할까 봐 내가 먼저 친정엄마를 말리기로 했다. 친정엄마에게 약간의 무관심이 때로는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을 드렸더니 서운해하시는 눈치다.

막 태어난 아이가 걱정되는 친정엄마의 마음은 안다. 그러나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아이를 걱정하고 있는 건 남동생 부부, 특히 올케일 것이다.

남동생 부부에게는 아이라는 새로운 존재에 대한 관계를 인식할 시간, 부부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함께한 4주보다 올케는 더 긴 시간을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으니 이제는 아이, 그러니까 '남'을 위해 살아야 하는 시간이 됐다는 걸 인식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모성이란 아이가 태어난 즉시 자동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매시간, 매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가며 생기는 학습의 결과물이므로.

육아는 부부 우선
▲ 육아 육아는 부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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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친정이나 시댁에 도움을 요청하고 자주 방문하게 된다. 아이들이 두 돌을 전후로 9세가 된 지금까지 평일 육아는 친정, 주말 육아는 시댁에 의지하며 일을 하는 나처럼 말이다.

사실 한국에 있는 유일한 조카인데 나도 아직 얼굴을 못 봤다. 이른둥이라 중환자실에 있어서 출산일에는 남동생 부부만 보고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올케. 손위 시누이가 안부전화도 없다고 섭섭해하지는 말기를. 아기도 올케도 힘든 시간을 잘 버텨내길 바라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렴. 달려가려고 대기하고 있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육아도움,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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