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나섰습니다. 근데 이 '불공정'이란 게 하루아침에 뚝딱 드러난 게 아닙니다. 고질적으로 축적된 불공정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어떤 부조리를 당해왔을까요. <오마이뉴스>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는 기획 '프랜차이즈의 눈물'을 통해 그 실태를 조명합니다. [편집자말]
"을의 눈물을 닦겠다"라는 취임 일성을 남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그의 첫 정책 행보인 '가맹분야(프랜차이즈)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이 발표된 지 2개월 가까이 됐다. 이후 미스터피자, 피자에땅, BBQ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 뒤에는 '갑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치즈 통행세', '보복 입점', '광고비 떠넘기기' 등 프랜차이즈 본사의 적폐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검찰은 칼을 빼들고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에 착수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그동안 쌓인 부조리를 고발했고,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문제를 인지하고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어떤 점이 어떻게 부족한지, 대안은 무엇인지, 지난 8월 24일 정종열 가맹거래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협의회의 연대체인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는 미스터피자, 피자에땅 등에서 자행된 불공정 관행을 알려왔다.

"김상조 위원장님, 기회는 바로 지금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지난 8월 2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결산 보고를 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지난 8월 2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결산 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하지만 디테일에서 빠진 게 있어요. 팥 없는 찐빵 같은 느낌입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정책의 기본 개념'부터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고 설명한다.

"프랜차이즈 업계 문제는 본사와 점주 간의 경제적 공동 운명체 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아 생긴 겁니다. 본사가 수익이 나면 점주도 수익을 보는 관계가 정상적인데, 정반대였습니다. 가맹본사가 돈을 벌 때, 가맹점주는 손해를 봤어요."

이유는 간단하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프랜차이즈업보다는 다른 데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갑질 프랜차이즈'가 돼버린 미스터피자, 피자에땅 등의 경우 본사 주수입원이 물류 유통 마진, 과도한 인테리어 등이라는 게 현장 가맹점주들의 여론이다. 일례로 미스터피자는 가맹점 재계약 때 "8개월 안에 40평 이상으로 옮기지 않으면 가맹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된다"라는 특약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공정위가 나섰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정 거래사의 입장이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맹점주들은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 금지', '로열티 중심의 프랜차이즈 체제'를 주장하는 겁니다. 하지만 공정위의 대책을 보면, 필수물품에 대한 정보(마진) 공개만 있어요. 공정위가 본사의 투명성만 확보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대책으로는 본사와 점주 간의 공동운명체 관계가 형성될 수 없어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휴업권'을 허하라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의 정종열 가맹거래사.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의 정종열 가맹거래사.
ⓒ 김지현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 금지', '로열티 중심 체제'만 갖춰지면 모든 게 해결될까.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더 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가맹점주들은 가맹점주협의회 등의 정당성 문제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의 '단체 구성 신고제', 본사와 점주 단체가 협의할 때 이유없이 본사가 협의를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거래조건협의요청권', 설사 본사-점주 간 협의요청이 거부됐거나 결렬됐을 경우 소극적으로라도 대응할 수 있게 하는 '휴업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해왔어요.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대책을 보면 '신고제' 하나만 하겠다고 합니다. 한계가 있어요."

이중 눈에 띄는 것은 가맹점주들의 '휴업권'이다. 이는 노동조합의 파업과는 다른 개념이다. 정 거래사는 "가맹점주가 휴업하면, 실질적인 손해는 가맹점주에게 돌아간다"라면서 "그럼에도 필요할 때는 휴업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명시되고 안 되고는 큰 차이가 있다"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부당한 거래를 지적하거나, 이를 계기로 단체행동 혹은 자체 휴업을 하게 되면 '가맹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증명을 받아왔다. 정 거래사는 이를 보복 조치로 규정했는데, 휴업권을 보장함으로써 프랜차이즈 본사의 일방적인 가맹계약 해지 조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휴업권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실제 휴업권이 발동되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와 광역 지자체와의 연계도 중요한 화두다. 현재 공정위 내부에 프랜차이즈 관련 업무를 보는 공무원은 10명이 채 안 된다. 하지만, 전국에 가맹점 수는 22만 개(등록 기준)에 이른다. 물리적으로 감당이 안 되는 숫자다.

"공정위가 광역 지자체에 '정보공개서 등록에 관한 업무', '불공정 행위 조사권', '조정권', '처분권' 네 가지를 이관해, 공정위와 광역 지자체가 업무를 공유해야 합니다. 공정위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례에 대한 조사권과 처분권만 지자체에 넘긴다는데, 폭을 넓혀야 해요. 실제 본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정이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지자체에 조사권을 제대로 넘겨야 합니다. 그래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본사 위주의 자구책? 미스터피자 할인행사를 보라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지난 7월 3일 오전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 중인 서울 서초구 미스터피자 본사 모습.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지난 7월 3일 오전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 중인 서울 서초구 미스터피자 본사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가 언론에 조명되면서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움직임도 민첩해졌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모임 격인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지난 8월 10일 가맹본부 자정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개별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여론전에 나섰다. 미스터피자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바로 그것. 라지(L) 피자 한 판을 시키면 1만 8000원 상당의 오븐 치킨을, 레귤러(R) 피자를 주문하면 스테이크를 무료로 주는 식이다. 언론은 이런 행위를 '갑질 프랜차이즈의 신뢰 회복'으로 봤지만, 정 거래사는 이를 '각성제 처방' 정도로 해석했다.

"미스터피자 점주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무료로 뿌려지는 치킨이나 스테이크 물류비용은 점주 부담이거든요. 미스터피자 매출이 바닥을 친 상태라 지금은 괜찮겠지만, 할인 행사가 끝나면 어떻게 될까요? 딱 거기서 끝나는 겁니다. 본사가 매출 향상을 위해 할인에 집착하면 결국 발목 잡히는 건 점주입니다."

정 거래사는 한국프랜차이즈협회의 프랜차이즈혁신위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봤다. "이전까지는 본사-점주 상생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혁신위가 뜨고 나니 그동안 했던 이야기와 반대되는(본사만 옹호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는 평가다.

정 거래사의 지론은 '점주만 살겠다'가 아니다. '본사도 점주도 함께 이익이 나는 구조를 만들자'다. 공정위 대책의 수정·보완도 필요하지만, 본사-점주 간의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협동조합'이다.

"본사와 점주 사이에 '구매협동조합'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사례를 들어보죠.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지금 한국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이 그대로 있었어요. 본사는 배가 불러지는데 점주는 망해가는 구조였죠. 그러다가 버거킹에서 점주들로 구성된 구매협동조합이 생겼습니다. 점주들의 의견이 반영된 물류 유통이 시작됐습니다.

버거킹 본사는 물류 유통을 점주들에게 맡겼으니 수익이 줄어들 거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왜 그랬을까요. 점주들의 물류비가 절감되니까 장사할 맛이 났죠. 그러다 보니 점주들은 지인들에게 버거킹 출점을 권했어요. 그덕에 본사는 로열티 수입이 늘어났습니다. 결국 본사와 점주가 윈윈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본사도, 점주도 살리는 거죠."

정 거래사는 한국의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위험성을 제거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면 수익이 는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상조와 국회는 '동상'을 치료할 수 있을까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의 정종열 가맹거래사.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의 정종열 가맹거래사.
ⓒ 김지현

관련사진보기


"공정위의 근절 대책이 보다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게 보완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게 또 있어요. 바로 국회입니다. 입법 기관에서 가맹사업법을 제대로 개정해야죠. 공정위가 해야 할 일,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 저희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영역에서 힘을 쓸 겁니다."

가맹점주들에게 9월은 매우 중요한 달이다. 계류 중인 가맹사업법 개정이 9월 정기 국회 때 처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맹점주들은 7월부터 쭉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국회의원과의 간담회 등을 진행해왔다.

오는 6일에는 국회 대회의실에서 가맹점주 1000명이 모여 가맹사업법 개정을 촉구하는 행사를 연다고 한다. 이 자리에 정세균 국회의장, 각 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초청할 계획이다. 이들의 움직임이 공정위와 국회를 움직일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정 거래사는 공정위와 국회에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 이대로라면 당장 언 발은 녹일 수 있겠죠. 하지만 동상을 치료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지난 기사]
③ "프랜차이즈 10년, 수익나기 시작하면 계약 해지"
② 프랜차이즈하다 '전과 4범'에 억대 빚더미
① 월 2천 매출 피자집, 남는 건 '월급 200만원'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