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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행사를 마치고 학생들과 동료교사, 학부모들이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행사를 마치고 학생들과 동료교사, 학부모들이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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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00년에 한번 올 수도 없을 정도로 유례 없는 정년퇴임식입니다. 이는 이순일 선생이 살아온 삶이 있었기에 가능합니다."

경남 창원의 태봉고등학교 이순일 선생의 정년퇴임식이 31일 태봉고등학교 태봉홀에서 열렸다.

태봉고등학교 학생들과 동료교사, 학부모, 태봉고등학교 졸업생들이 한 교사의 정년퇴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 대부분 학교에서 평교사의 정년퇴임식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마련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더구나 최근 교사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으로 교육자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평범하다면 평범한 평교사의 정년퇴임식이 축제와 같은 장으로 마련되었다.

입구에서부터 학생들이 마련한 '보내는 길'

정년퇴임식이 열리는 태봉홀로 가는 계단은 선생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과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학생들은 각각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순일 선생에 관한 표현물로 계단 벽면을 가득 채웠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는 그림으로, 글을 잘 쓰는 이는 글로, 사진을 잘 찍는 이는 사진으로.
그림으로 이순일 선생을 생각한 학생 학생들이 이순일 선생의 퇴임식날 '보내는 길'을 마련했다
▲ 그림으로 이순일 선생을 생각한 학생 학생들이 이순일 선생의 퇴임식날 '보내는 길'을 마련했다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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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열정에 존경과 박수를 –한비올림-'
'이순일 선생님을 보고 진심을 배웠습니다. 그대가 가더라도 선생님의 진심을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김인수-'
'떠나더라도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도록'
학교밖까지 이어진 보내는 길 학생들이 이순일 선생의 퇴임식날 '보내는 길'을 마련했다
▲ 학교밖까지 이어진 보내는 길 학생들이 이순일 선생의 퇴임식날 '보내는 길'을 마련했다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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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표현한 보내는 길 학생들이 이순일 선생의 퇴임식날 '보내는 길'을 마련했다
▲ 학생들이 표현한 보내는 길 학생들이 이순일 선생의 퇴임식날 '보내는 길'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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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가득채운 학생들의 사랑 학생들이 이순일 선생의 퇴임식날 '보내는 길'을 마련했다
▲ 벽면을 가득채운 학생들의 사랑 학생들이 이순일 선생의 퇴임식날 '보내는 길'을 마련했다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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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을 위해 과일을 준비한 학생들 학생들과 동료교사들이 퇴임식을 준비하며 마련한 과일을 나누고 있다
▲ 손님들을 위해 과일을 준비한 학생들 학생들과 동료교사들이 퇴임식을 준비하며 마련한 과일을 나누고 있다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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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순일 선생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는 누구였기에 이토록 학생들이 자진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을까.

'선생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필자에게 '선생'이란 존경하지만 어려운 존재였다. 그렇다 보니 졸업을 하고도 찾기보다는 마음 속 기억으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표현한 것을 들여다보니 존경과 더불어 사랑이 느껴졌다.


200여명의 참석자, 축제처럼 이뤄진 정년퇴임식

태봉고에서 국어를 가르쳐온 이순일 교사는 2016년 경남교육청이 주는 경남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이순일 선생의 정년퇴임식은 축제와 같았다. 국어교사였던 선생의 발자취를 좇아가기라도 하듯 자작시 여러 편이 준비되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열성조합원으로 활동한 선생의 인생을 대변이라도 하듯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도 함께 했다.
두목나무, 나의 뜨거운 심장을 움켜쥐다 태봉고 학생들이 자작시를 통해 이순일 선생의 퇴임을 축하했다
▲ 두목나무, 나의 뜨거운 심장을 움켜쥐다 태봉고 학생들이 자작시를 통해 이순일 선생의 퇴임을 축하했다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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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태봉고·3년)의 '달리는 흰 수염', 공효준(태봉고·3년)의 '나무의 가르침'이라는 자작시가 낭독되었다. 이어 조웅래 교사의 '장군 이순일' 이영자 시인의 '날이 가고 달이 가도', 서용수 교사의 '태봉흰수염 청년 이순일'이라는 시가 낭독되었다.
학생들이 영상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상으로 이순일 선생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학생들이 영상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상으로 이순일 선생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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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하 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의 노래 선물로 흥이 돋구어졌으며,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온 몸을 던진 이순일 선생님의 정년퇴임을 축하한다"는 축사를 보내기도 했다.

김민수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직접 퇴임식을 찾아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의 중심에 이순일 선배님이 있었다"고 축하했다. 이외에도 이 선생의 첫 부임지였고,첫 담임을 맡았던 쌍책중학교의 제자들이 퇴임식에 찾아와 축하를 했다. 김영만 전국학부모회 초대의장의 축사, 한국배움의공동체연구회의 감사패, 태봉고등학교 학부모회와 태봉응원회가 축하에 나섰다.

함께 공감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정년퇴임식 이순일 선생의 정년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학생은 물론 졸업생과 학부모 지역 시민사회단체인들이 함께했다.
▲ 함께 공감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정년퇴임식 이순일 선생의 정년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학생은 물론 졸업생과 학부모 지역 시민사회단체인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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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같은 정년퇴임식 동료교사들이 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노래를 준비했다. 손수건을 흔드는 것은 이순일 선생이 노래를 부르며 즐겨하던 행동 중 하나다.
▲ 축제같은 정년퇴임식 동료교사들이 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노래를 준비했다. 손수건을 흔드는 것은 이순일 선생이 노래를 부르며 즐겨하던 행동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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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교사들도 함께 나서서 평소 이 선생이 즐겨부르던 '눈물젖은 두만강', '카튜사'를 합창했고, 학생들이 나서 스승의 은혜를 3절까지 합창했다.

학생들은 이순일 선생에 대해 사랑을 표하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정년퇴임식에서 시를 낭송한 이현진양(태봉고등학교·3년)은 "선생님과 연차가 40년이 나지만 선생님의 열정은 저와 다르지 않았다"라며 "이순일 선생님은 저에게 가장 청춘인 노인이자 가장 늙은 친구"라고 표현했다.

공효준군(태봉고·3년)은 시를 통해 "나의 뜨거운 심장을 움켜쥐고 있는 두목나무는 이제 이순일 이 한마디 고귀한 이름으로 다시 피어나리라 그리고 영원히 기억되리라"고 표현했다.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학생들 학생들이 퇴임식 마지막 행사로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퇴임을 축하하고 있다
▲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학생들 학생들이 퇴임식 마지막 행사로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퇴임을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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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통일과 글쓰기를 강조한 이순일 선생님

'빨강 바구니 선생님'
'흰수염 선생님'
'외세를 물리치고 조국을 통일하자고 부르짖는 선생님'

학생들과 참석한 이들은 이순일 선생을 하나로 정의내리지 않았다. 자신들이 받아들인 이순일 선생의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했고, 퇴임식에 참석한 이들과 함께 추억을 공유했다.

앞서 이순일 선생은 오후에 있을 퇴임식을 앞두고 공개수업에 나섰다. 다른 학교 선생님 등이 마지막 공개수업에 참석했고, 이순일 선생은 마지막으로 교단에 섰다. 박영훈 태봉고등학교 교장은 "정년퇴임식 날 공개수업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정도로 이순일 선생은 마지막까지 선생이자 배움을 갈구하는 이였다.

이순일 선생은 1955년 함안출생으로 처음부터 교사의 길을 걷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부산시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야간대학을 거쳐 교사로 임용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위해 투쟁하다 해직된 전교조 해직교사이기도 한 이순일 선생은 약 5년간의 해직생활 끝에 교단에 설 수 있었다. 이후 여러 학교를 거쳐 태봉고등학교에서 정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정년퇴임 이순일 정년퇴임식을 맡은 앉은 사람 중 이순일 선생(오른쪽),왼쪽은 이순일 선생의 부인이다.
▲ 아름다운 정년퇴임 이순일 정년퇴임식을 맡은 앉은 사람 중 이순일 선생(오른쪽),왼쪽은 이순일 선생의 부인이다.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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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일 선생은 "깨달았으면 죽을 때까지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길"이라며 퇴임사를 이어갔다. 이 선생은 "모든 사물은 관계 속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관계를 고마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도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벗"이라며 본인의 관점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선생은 "교육활동 중 통일교육이 부족했다"며 "지금도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고, 분단조국으로 인해 모순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통일 관련 동아리를 만들지 못하고 분단으로 나타나는 모순 해소에 대한 교육적 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선생은 글쓰기 교육에 대해서도 후배 선생들에게 과제를 던졌다. 이 선생은 '글쓰기는 생각을 기르는 교육'이라며 1주일에 1시간이라도 글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선생은 재직 중 '새벽 독서모임', '10분 독서' 등을 통해 학생들과 책을 읽기 위해 노력했으며, 태봉고등학교 소식지 '담쟁이'에 학생들이 글을 써서 투고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더구나 이 선생은 복도에서 책 읽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느 한 학생이 '왜 항상 이 자리(복도)에서 책을 읽고 있느냐'라고 묻자, 이 선생은 '느그 본 받으라고'라고 대답했다. 또 추천도서를 매달 홍보하고, 책읽기를 독려했다.

이 선생은 퇴임 이후에는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선생은 "분단되고 불평등한 사회에 살아가는 이상 편히 쉴 수 없다"며 "더욱 더 통일운동과 탈핵운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선생은 "고통의 길, 행복의 길, 모두가 나의 길"이라며 "행복과 불행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퇴임 이후 삶에 대해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정년퇴임식' 혹은 '정년퇴직'은 한 개인의 행사다. 축하할 수는 있지만 개인의 정년퇴임이 여럿에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년퇴임으로 이뤄지는 '선생'의 부재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존경스럽지 않은 선생'이라면 오히려 선생의 부재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이날 태봉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동료교사들은 한 사람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이순일 선생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 배움을 청했다.

35년 참교육을 실천한 결과로 참 아름다운 정년퇴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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