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 연휴마다 방영되는 MBC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의 한 장면

매년 명절 연휴마다 방영되는 MBC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의 한 장면 ⓒ MBC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아래 <아육대>)가 올해도 진행될 모양이다.

31일 복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MBC는 추석 연휴 기간 방영될 <아육대> 녹화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돌입이 코앞에 닥쳤지만 사측은 비노조원 및 외주 인력을 동원해 각각 9월 4일과 11일 각 경기 종목 녹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년 9월 연례 행사로 열리던 < DMC 페스티벌 >은 결국 취소되었지만 <아육대>만큼은 예외인 셈이다.

시청률 효자 vs. 각종 부작용 발생... 욕하면서 보는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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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추석 이후 매년 두차례 열리는 <아육대>는 잘 알려진대로 10%대 시청률을 기본적으로 보장할 만큼 꾸준한 인기를 누린 대표적인 MBC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경기 출전을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깜짝 스타를 배출하는 등 순기능도 있지만 치열한 경쟁이 빚어지다보니 부상자 속출로 인한 향후 활동에 지장을 받는 문제도 자주 발생했다.

또한 예년 대비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장시간 녹화에 따른 관객 강압 통제 논란, 가수들이 팬들을 위해 준비하는 도시락에 대한 일부 팬덤들의 악의적인 비교 및 비난 등 잡음도 끊임없이 일어났다.

대체 인력 투입... 정상적인 진행 가능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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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MBC 사측은 노조 파업에 동참하는 담당 PD 등 기존 제작인력 대신 비노조원과 외부 인력들을 중심으로 녹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렇다보니 기존 제작진 없이도 대규모 출연진 및 관객들이 동원되는 대규모 행사를 과연 별다른 잡음이나 사고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붙는다.

물론 대체 인력 중에서도 기존 <아육대> 경험이 있는 인력들이 없지 않겠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존 제작진의  대규모 공백을 정상적으로 메우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이미 제작 인력 이탈로 파행 방송이 연일 지속되는 MBC FM4U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언제까지 방송국이 가수들 위에서 군림할 것인가?

 우주소녀 성소는 `아육대` 리듬체조를 통해 깜짝 스타가 되기도 했다.

우주소녀 성소는 `아육대` 리듬체조를 통해 깜짝 스타가 되기도 했다. ⓒ MBC


올 추석 <아육대>에선 각종 부상 등을 우려해서 선수간 직접 접촉이 빈번한 풋살, 씨름 등 격한 종목은 제외되고 지난해부터 포함된 리듬체조, 스포츠 에어로빅, 신규 종목인 볼링 등이 이를 대신해서 열릴 예정이다.

대면 접촉 과정에서의 부상 우려는 사라진 데 반해 신규 종목 준비를 위한 각 기획사 및 소속 가수들의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육대> 하나 때문에 큰 비용 들여가며 한두 달전부터 전문 코치를 초빙해서 훈련하는 건 이제 아이돌 그룹들의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수백명 출연진 틈에서 열심히 뛰었건만 이른바 "통편집"으로 인해 현장에서 흘린 땀방울이 허사가 되는 사례도 잦았다. 

이렇다보니 "깜짝 스타" 등극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그저 자사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다치지 않고 방송사에 "미운 털" 박히지나 않길 바라는 업계 종사자들의 속내는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송국과 가수는 상호 협력의 관계가 되어야지, 지금처럼 방송국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갑질에 가까운 프로그램 제작을 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게 아닐까.

<아육대> 강행... 김장겸 체제의 마지막 방어선

'MBC 유배지' 폐쇄 선언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배지 폐쇄 선언’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해직기자 및 구로, 경인지사, 여의도 등 부당전보 된 조합원들도 업무거부를 선언하며 동참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집회 모습 ⓒ 권우성


이미 MBC 뉴스, 교양 프로그램은 제작 인력 이탈로 인해 파행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주 부턴 각종 예능 및 일부 드라마 제작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아육대>만큼은 강행의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몇가지 추측을 하자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방송 노조 파업으로 인한 프로그램 공백을 추석 연휴에는 그나마 이를 메울 방법이 딱히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일단 촬영을 하면 기본 2회분, 최대 3회분 이상 긴 분량을 뽑을 수 있는 데다 올해는 연휴 기간도 긴 탓에 재방 포함해서 시간 공백을 메우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이 <아육대>이기도 하다. 급조된 "특선 영화"만으로 기나긴 이번 추석 연휴를 채우는 것도 생각 외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와 함께 <아육대> 강행의 큰 속내에는 "너희들이 파업해도 우린 정상 방송한다! 굴복하지 않는다!"라는 사측의 대외 경고/압박성 메시지를 외부로 내보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원인을 노조 측으로 돌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실제로 MBC 라디오의 경우, FM4U와 달리 표준 FM는 기존 제작 인력 공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동호의 시선집중> <김동환의 세계는 우리는> 등의 방송 진행을 강행하고 있다.

<아육대> 마저 취소된다면 최근 간부 사원들의 잇단 보직 사퇴가 이어지면서 마치 "난파선 탈출"을 연상케 하는 사측의 내부 동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아육대> 강행은 MBC 김장겸 체제의 마지막 방어선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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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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