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내내 부진했던 한국영화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택시운전사>는 올해 첫 천만 관객을 기록했고 <청년경찰>도 500만 관객을 모았다. 8월 초 개봉한 두 편의 영화가 극장가 흥행을 주도한 가운데 100만 관객 이상을 모은 영화는 모두 여덟 편이었다. 이 가운데 다섯 편이 한국영화였다. 8월이 극장가 최대성수기임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이겠으나 올해 초 한국영화의 부진한 흥행성적을 고려할 때 다행한 일이기도 했다.

다가오는 9월 개봉영화는 오래 준비한 내실 있는 작품이 다수 포진해 있다. 한국 영화 가운데 흥행이 예견되는 작품이 없지 않고 할리우드 기대작도 출격을 준비 중이다. 과연 어떤 영화가 9월 극장가의 패권을 잡게 될까. 아래 열매 달 기대작 다섯 편을 소개한다.
[하나]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 ⓒ (주)쇼박스


예고편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작품이다. 2006년 <구타유발자들>, 2007년 <세븐 데이즈>, 2013년 <용의자>로 인상적인 경력을 쌓아온 원신연 감독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은 소설가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8월 기대작이다. 소설은 김영하라는 스타 작가의 작품이란 점과 탄탄한 이야기 구성으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일찌감치 영화화가 예견되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최민식, 송강호와 함께 남배우 트로이카를 구축했던 설경구가 강렬한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맡아 부활의 날개를 펼지 기대를 모은다. 설경구 외에도 김남길, 오달수, 황석정 등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두루 포진했다. 웬만큼 경력 있는 배우보다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 출신 설현도 주연을 맡았다. <강남 1970>에서 짧은 출연을 한 외에는 스크린 경험이 전무한 설현에게 이 영화가 대표작이 되어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영화가 연쇄살인범 병수의 캐릭터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만큼 <살인자의 기억법>의 성패는 설경구에게 가장 큰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젊은 시절부터 알츠하이머에 걸린 50대 후반까지 한 인물의 다양한 시점을 연기해야 한 설경구는 <역도산> 이후 가장 많은 외모 변화를 겪었다고 밝혔다. 체중 역시 상당히 감량해 다른 배우들로부터 경탄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한 영화홍보자리에서 설현에게 '백치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비난에 시달린 설경구가 작품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살인자의 기억법>은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둘] <그것>

 영화 <그것> 포스터.

영화 <그것>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쇼생크 탈출> <미저리> <그린마일> <미스트> 등 수많은 명화의 원작소설을 집필한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 다시 한번 영화화됐다. 1976년 작 <캐리> 이후 지금껏 영화화된 킹의 소설만 40여 편이다. 주로 공포와 스릴러 장르에 강점을 보이는 킹의 소설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집필하는 게 아니냐고 할 정도로 매끄럽게 영화화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킹은 자신의 모든 작품의 영화화를 반기는 작가다. 심지어는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조차.

<그것>은 시골 마을에서 아이들이 연이어 실종되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사라진 동생을 찾아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맞서야 하는 형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신예 안드레스 무시에티가 워너 브러더스의 지원을 받아 연출했다.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허 등 한국 관객들에겐 생경한 얼굴들이 출연한다. 감독과 배우 모두 귀한 발견이 될 수 있다. 놓치고 싶지 않다면 개봉일 7일을 기억하라.

[셋] <매혹당한 사람들>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포스터.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포스터. ⓒ UPI 코리아


"호랑이는 강아지를 낳지 않는다"고 했다. 거장의 딸은 거장이 될 수 있을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로 첨단의 영화계 중심에서 누구도 받지 못한 최고급 조기교육을 받은 소피아 코폴라의 신작 <매혹당한 사람들>이 그 답을 담고 있을 수 있다.

1971년생으로 40대 중반에 이른 그녀는 1999년 데뷔작 <처녀 자살 소동> 이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마리 앙투아네트> <썸웨어> 등을 연출해 감독으로의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니콜 키드먼, 커스틴 던스트, 콜린 패럴 등 연기력이 검증된 명배우가 다수 출연하는 <매혹당한 사람들>은 그녀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토마스 칼리넌의 소설이 원작으로 1971년 돈 시겔이 연출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동명 영화로 개봉한 바 있다. 억눌린 욕망이 깨어나는 순간을 우아하고 매혹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다. 7일 개봉.

[넷] <저수지 게임>

 영화 <저수지 게임> 포스터.

영화 <저수지 게임> 포스터. ⓒ (주)스마일이엔티


정치·시사 다큐멘터리의 전성시대다. MBC 해직 PD 출신 최승호 감독이 지난해 <자백>에 이어 올해 <공범자들>을 내놓으며 다큐멘터리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했고 역시 MBC 해직 기자 출신 이상호 감독은 가수 김광석의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 <김광석>을 내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와 <노무현입니다>의 흥행이야 두 말이 필요 없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간판이자 <시사IN> 기자로 유명한 주진우를 전면에 내세운 <저수지 게임>이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딴지일보> 총수로 <나는 꼼수다>에서 호흡을 맞춘 김어준이 제작했다. 김어준 제작 다큐멘터리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편으로 첫 편인 <더 플랜>은 지난 대선 직전 개봉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미숙과 해킹을 통한 선거조작 가능성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더 플랜>과 같이 최진성 감독이 연출했다.

타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주진우 기자가 오랫동안 추적해 왔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은돈을 쫓는 과정이 상세하게 담겼다는 평가다. 최승호 감독의 <공범자들>에서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으로 지목된 그는 과연 얼마나 나쁜 짓을 저질렀을까.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면 되겠다.

[다섯] <딥 씨 챌린지>

 영화 <딥 씨 챌린지> 포스터.

영화 <딥 씨 챌린지> 포스터. ⓒ (주)영화사 오원


현존하는 최고의 감독이 누구일까. 기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른 답을 내놓겠지만 제임스 캐머런이 강력한 후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9월 내 개봉이 예정된 <딥 씨 챌린지>는 영화감독이 아닌 해양탐험가로서 제임스 캐머런의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10대 시절부터 해양탐사에 매력을 느꼈고 1989년 <어비스>, 1997년 <타이타닉>을 연출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바다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여럿 제작한 캐머런이 지난 수년간 관심을 쏟은 건 다름 아닌 마리아나 해구 탐사다. 영화엔 7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지구상 마지막 남은 미지의 영역으로 불린 마리아나 해구에 진입하는 캐머런의 모습이 담겼다.

오랫동안 바다, 특히 심연에 다가서고 싶어했던 그가 마리아나 해구 아래서 만난 것은 무엇이었을까. 보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 저수지 게임 딥 씨 챌린지 김성호의 씨네만세 기대작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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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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