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 축구는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단골 손님이었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을 달고 그리 어렵지 않게 최고의 축구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예선 탈락이라는 쓰디쓴 잔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한국 축구는 긴급 처방으로 신태용 감독을 소방수로 불렀다. 겸허하게 새로운 팀을 꾸리고 승리에 대한 의지를 어느 때보다 높게 끌어올렸지만 진짜 문제는 상대 팀 이란의 경기력이다. 능구렁이도 모자라 여우로 비유할 수 있는 케이로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이란은 상암벌에 역습 축구를 들고 나타날 것이다. 이에 신태용호는 반드시 골을 넣어 이겨야겠다고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는 것과 함께 이란의 역습에 대비하는 전술적 대응 자세를 익혀야 한다.

신태용 신임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8월 마지막 날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중요한 최종 예선 경기를 숙적 이란과 치른다.

어웨이 팀 이란은 이미 8경기를 치르며 6승 2무(20점, 8득점 0실점 +8)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가장 먼저 손에 쥔 러시아행 티켓을 자랑하며 들어왔다. 이란보다 승점 7점이 모자란 한국이 2위(4승 1무 3패 13점, 11득점 10실점 +1)에 올라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4승 4패 12점, 6득점 6실점)을 따돌릴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골 승부의 피말리는 싸움

인정하기 싫지만 축구장에서 매우 흔하게 벌어지는 1골 승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승점 관리를 기막히게 해내고 있는 이란의 득점/실점 기록만 봐도 경기당 '1득점 무실점'이다. 1골 승부의 피말리는 싸움에 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마음 급한 쪽은 홈 팀 한국이다. 붉은 옷 6만 관중들의 응원을 받는 홈 팀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숨길 수 없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이 우리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역습 전술로 뒤통수를 치려고 덤벼들 것이 분명하다.

지난 해 10월 11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이란과 한국의 경기도 그들이 1골 승부의 끝판왕이자 역습의 귀재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경기 시작 후 24분만에 오른쪽 측면 역습 과정을 통해 레자이안의 기습적인 찔러주기를 받은 골잡이 사르다르 아즈문이 결승골을 뽑아낸 것이다.

그 순간 슈틸리케호의 왼쪽 풀백 오재석은 어정쩡하게 거리를 줬고 센터백 곽태휘는 아즈문을 따라잡지 못하고 뒤늦게 태클을 시도했을 뿐이다. 이처럼 축구장의 역습은 공간 싸움이며 드리블과 패스의 정확성, 타이밍은 두 말할 것 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오른팔 골절상을 딛고 다시 일어난 손흥민은 며칠 전 이와 유사한 역습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 시각으로 27일 밤 12시 런던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와 번리의 경기를 뛰고 귀국했기 때문이다.

동료 무사 시소코에게 임무를 넘기고 벤치로 돌아오기까지 손흥민은 70분을 뛰었고, 그 때까지 홈 팀 토트넘 홋스퍼는 1-0 점수판을 든든히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축구장 분위기가 언제나 그렇듯 추가 시간이 문제였다. 지난 시즌 2위에 올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까지 나가는 토트넘이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번리의 추격을 문제 없이 뿌리칠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었던 것이다.

90+2분, 번리 FC의 기막힌 역습이 토트넘 홋스퍼의 뒤통수를 보기 좋게 때렸다. 중원에서 패스를 받은 미드필더 로비 브래디가 왼발로 전진 패스를 보냈고 뉴질랜드 국가대표 골잡이 크리스 우드가 그 공을 따라서 왼쪽 측면에서 돌아뛰었다. '패스 타이밍, 속도, 상대 수비수 사이를 노리는 정확한 패스' 모든 것이 완벽한 역습의 법칙 바로 그것이었다. 토트넘 홋스퍼 오른쪽 풀백 키어런 트리피어는 그 전진 패스를 차단하지 못했고 센터백 알더베이럴트의 슬라이딩 태클은 커트 타이밍을 놓쳤다. 승점 3점 다 잡은 경기를 바로 눈앞에서 놓친 격이었다.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토트넘 홋스퍼의 포체티노 감독은 물병 뚜껑을 따서 그라운드에 집어던졌다. 사람들은 웸블리 스타디움이 토트넘 홋스퍼와 맞지 않는 곳이라는 말도 하지만 경기 후 감독이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그것은 상대의 역습에 느슨하게 대응했던 토트넘 홋스퍼의 문제였을 뿐이다. 벤치에서 1골 승리를 지켜내기를 바라던 손흥민도 이 장면을 똑똑히 지켜봤다.

축구장의 교훈 잊지 말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나 월드컵 예선이나 그냥 어슬렁거리기 위해서 뛰는 팀은 어디에도 없다. 패색이 짙다고 하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까지 바로 그 하나의 빈틈을 노리는 선수들이 있다. 언제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축구가 묘하다는 것은 역습 한방으로 경기 흐름이 단번에 바뀌거나 종료 시간 몇 초를 남겨놓고도 극장골이 터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손흥민 입장에서 동료들이 씁쓸하게 승점 2점을 날려버리는 순간을 경험하고 들어왔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바로 그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의 역습 옵션 주축 선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해리 케인-에릭센-델레 알리'와 어우러져 토트넘의 빠른 역습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바로 이 점을 신태용호가 주목하고 가장 최근에 역습을 뼈저리게 경험한 손흥민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새롭게 주장 완장을 찬 김영권은 물론 기성용 역할을 대신 맡아야 하는 구자철과 장현수도 귀담아들어야 할 사항이다.

더구나 손흥민은 오늘 밤 상암벌을 가득 채울 대관중 함성과 유사한 경험을 가장 최근에 겪었다. 지난 일요일 바로 그 경기 웸블리 스타디움에 6만7862명이 소리친 것이다. 이번에 뽑힌 선수들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들이라고 하지만 6만이 넘는 경기장 분위기는 또 다른 중압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처럼 가장 최근에 소중한 경험을 한 손흥민의 생생한 조언부터 시작하여 우리도 날카로운 역습 전술을 가다듬어야 한다. 팔 깁스 때문에 지난 시즌만큼 역습 스피드를 자랑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그 타이밍과 공간 침투를 잘 아는 손흥민과 함께 상대 팀 수비 라인의 빈 곳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권창훈, 이재성, 염기훈)이 번갈아 가면서라도 어우러져야 한다. 1골 승부라는 집중력과 역습이 오늘 밤 상암벌을 휘감을 핵심어다.

아무나 잘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면서도 축구는 어렵다. 막상 뛰어보면 부드럽게 구르는 공조차 마음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늦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는 교훈이 축구장에 어김없이 흐른다. 감독을 포함해 그 모든 구성원들이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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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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