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결의다진 MBC조합원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집회에서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이번 파업을 통해 MBC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로 결의다진 MBC조합원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집회에서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이번 파업을 통해 MBC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MBC 유배지' 폐쇄 선언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배지 폐쇄 선언’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해직기자 및 구로, 경인지사, 여의도 등 부당전보 된 조합원들도 업무거부를 선언하며 동참했다.

▲ 파업 결의 다지는 언론노조 MBC본부 김연국 위원장과 조합원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파업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9월 4일 월요일 0시부터 우리는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강고한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이 파업을 통해 폐허가 된 MBC 위에 새로운 방송을 건설할 것입니다."

30일,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이 조합원들을 향해 총파업 투쟁 지침을 내렸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진행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재적인원 1758명 중 95.68%가 참여해 93.2%의 조합원이 총파업 투쟁에 뜻을 보탰다. 지난 1987년 MBC 언론노조가 설립된 이래 여러 차례 공정방송 사수 파업을 벌였던 MBC지만, 이처럼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투표율과 찬성률은 처음이다. 김 본부장은 조합원들에게 "압도적인 투표율과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해주신 조합원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고 인사하며,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은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 모여 총파업 투쟁 의지를 다지며 '유배지 폐쇄선언' 집회를 열었다. 도건협 수석부위원장은 전날 마감된 투표 결과를 언급하며 "(노조 집행부가) 사상 최고 강도의 파업을 예고했음에도 이처럼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한 것은, MBC 암흑의 시대를 어서 끝내라는 촛불 시민들의 명령을 엄중하게 받아들인 조합원들의 결단"이라고 분석했다. 도 수석부위원장은 "이제 끝이 보인다.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우리를 기다리는 시청자들 곁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이날 오전에는 보직 간부 57명이 "더 이상은 침묵하지 않겠다"면서 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노조 측은 "우리를 고무시키는 소식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2012년부터 이어진 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장준성 언론노조 MBC본부 교섭쟁의국장은 "최전선에서 싸우다 회사로 돌아올 수 없었던 동료들을 기억하자"면서, 신사옥 개발센터,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경인지사 등 유령부서에 부당 전보됐던 조합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이들 부서는 모두 상암동 밖 여의도, 광화문, 구로 등에 위치해있어 '유배지'로 불리던 곳이다. 이들은 전날인 29일 스스로 유배지를 폐쇄하고 상암동 MBC로 돌아와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오랜만에 보는 동료들을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고, 일부 조합원들은 눈물을 쏟았다.

해직자·유배자 파업 합류 "반드시 이긴다"

2014년 10월, 광화문 신사옥 개발센터로 발령 받았던 정형일 기자(1987년 입사)는 "2년 10개월 만에 상암동 센터에 왔다. 감격스러워 목소리가 많이 떨린다"며 반갑게 인사했다. 정 기자는 "처음에는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동병상련의 마음이라 힘든 줄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적으로 고문당하는 기분이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신사옥 개발센터는 MBC 상암동 사옥 앞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던 부서로, 이 곳에 배치된 여러 유능한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스케이트장 관리를 맡아야 했다.

정 기자는 "사측의 의도는 뻔했다. 우리를 자존심 상하게 해서 회사를 그만두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갈수록 견고하고 단단해졌다"고 전하며, "이런 날(다시 싸움을 시작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며 감격했다.

'MBC 유배지' 폐쇄 선언하고 나온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배지 폐쇄 선언’ 집회가 열렸다. 이날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사진)을 비롯해서 구로, 경인지사, 여의도 등 부당전보 된 조합원들도 업무거부를 선언하며 동참했다.

▲ 'MBC 유배지' 폐쇄 선언하고 나온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배지 폐쇄 선언’ 집회가 열렸다. 이날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사진)을 비롯해서 구로, 경인지사, 여의도 등 부당전보 된 조합원들도 업무거부를 선언하며 동참했다. ⓒ 권우성


2010년 파업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장으로, 앞서서 싸우다 유배지로 쫓겨났던 이근행 PD는 울먹이며 "누구에게나 물욕과 명예욕이 있다. 이익과 손해를 분간할 줄 안다. 그럼에도 지난 9년간 양심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상처 입은 동지들에게 피붙이 이상의 연민을 느낀다"며 동료들에 대한 뜨거운 동지애를 전했다. 파업 이후 해고됐던 이근행 PD는 '복직'이 아니라, '특별 채용' 돼 회사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호봉과 근속기간을 모두 지운 치욕의 귀환이었지만, 저들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서라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면 돌아가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는 "촛불과 탄핵, 정권 교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수구 세력의 집권연장 가능성이 절반이라도 있었다면 유배지에 있던 조합원들은 변방을 떠돌았을 것"이라면서 "김장겸 사장은 이번 파업을 '낭만적 파업'이라고 했다. 잠을 못자 약을 먹고 동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상처 입은 모습들이 낭만처럼 보이는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조합원들을 향해 "독해지고 처절해지자. 싸움은 지고도 승리하기도 하고 승리하고도 지기도 한다. 지난 파업은 졌지만 이긴 파업이라고 생각한다. 끝내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은 이기고도 질 수 있다. 처절하지 않으면 지는 거다. 우리 안에 적폐를 없애지 않으면 지는 거다. MBC의 영광을 땀 흘려 복원하자"고 호소했다. 

"다시 싸울 수 있게 해준 시민의 품으로"

MBC에는 이용마, 정영하, 강지웅, 박성호, 최승호, 박성제 등 총 6명의 해직 언론인이 있다. 이날 현장에는 박성호, 박성제 기자, 최승호 PD가 참석했다.

MBC 조합원 집회에서 발언하는 해직언론인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배지 폐쇄 선언’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사진 왼쪽부터) 박성제, 박성호, 최승호 해직조합원 및 구로, 경인지사, 여의도 등 부당전보 된 조합원들도 업무거부를 선언하며 동참했다.

▲ MBC 조합원 집회에서 발언하는 해직언론인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배지 폐쇄 선언’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사진 왼쪽부터) 박성제, 박성호, 최승호 해직조합원 및 구로, 경인지사, 여의도 등 부당전보 된 조합원들도 업무거부를 선언하며 동참했다. ⓒ 권우성


박성호 기자는 "누군가는 정권이 바뀌고 정치 환경이 바뀌니 이제야 일어서냐고 하더라. 맞다. 정치 환경이 바뀌어 일어난 것이다. 왜 바뀌었나. 시민들이 무도의 시대를 끝내고 정의의 시대를 밝히라고 촛불을 들었고, 우리는 그 시대에 부응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노조가 정치권력과 손잡고 결탁해 공모한 파업'이라는 사측의 논리에 대해 "우리는 시민과 결탁하고 공모하고 손잡는 것이다. 시민에게 돌아가겠다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이제라도 우리가 그동안 시민들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어야 살릴 수 있고 멈춰 세워야 다시 달릴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MBC 총파업은 바로 그 부활의 작업"이라고 외쳤다.

박성제 기자는 최근 복직된 YTN 해직자들을 이야기하며 "부러워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부럽더라"면서 노조원들에게 "우리가 복직할 땐 더 화려하고 멋지게 기념행사를 치러달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요즘 김장겸 사장 등이 마치 자신들이 문재인 정권에 탄압 받는 정치범인양 코스프레 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된다. 정치범이 아니라 노동법, 방송법 위반한 잡범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중계차에 침 뱉고 욕하고, 제대로 방송하라고 혼쭐 내주신 국민들 품으로 돌아가자. 우리 손으로 현 경영진을 끌어내리고, 다시 MBC를 재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촛불 시민들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승호 PD는 "<공범자들>이 이번 주말을 지나면 관객 수 20만을 넘길 것 같다"면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엠빙신이라고 욕 많이 했는데 영화 보고나니 너무 미안하다', '한국 언론이 이렇게 굴러가는지 몰랐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실상이 많이 알려질수록 국민들은 우리에게 눈길을 주고 MBC의 진정한 재건을 기대하고 성원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사회 다니면 관객들이 MBC 이렇게 망가졌는데 다시 설 수 있느냐고 한다. 다시 과거 영광 재현할 수 있겠느냐고 한다. 그럼 나는 지금 우리 MBC 안에 있는 1700명 조합원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노조 탈퇴하면 보직 주고, 앵커 시켜주고, 연수에 좋은 출입처까지 보장해주는 데도, 무려 1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존심과 기본,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MBC라는 집단이 얼마나 대단한 집단인지 말해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최 PD는 "1700명이 공범자들을 끌어내고 다시 시작한다면 무서울 게 없다. 과거의 영광뿐 아니라, 지난 시간 성찰의 시간들을 바탕으로 정말 새로운 MBC를 만들 수 있다"고 호소했다.

"폐허가 된 MBC 위에, 새로운 방송 세우겠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지난 9년간 저항하지 않아야 될 이유가 수백 가지였지만, 방송사 종사자로서 기본적 자긍심과 윤리·정의 등을 지키기 위해 저항을 이어 왔다"면서 "MBC는 폐허가 됐다. 우리는 그 폐허 위에 새로운 방송을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유배자들과 해직자들에게 빚이 있다. 파업 이후 입사한 경력 입사자들 불편하다.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는 벽이 있고, 87사번과 08사번의 정서, 조합 간부와 조합원의 정서도 다르다. 하지만 9월 4일 0시부터는 모두 하나다. 국민들에게 제대로된 방송을 돌려드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는 모두가 되자"고 말하며 "강고한 총파업으로 MBC를 되살리자"고 외쳤다.

'MBC 유배지' 폐쇄 선언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배지 폐쇄 선언’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해직기자 및 구로, 경인지사, 여의도 등 부당전보 된 조합원들도 업무거부를 선언하며 동참했다.

▲ 'MBC 유배지' 폐쇄 선언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배지 폐쇄 선언’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해직기자 및 구로, 경인지사, 여의도 등 부당전보 된 조합원들도 업무거부를 선언하며 동참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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