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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에서 발견된 용암동굴의 내부 모습. 흘러내린 축산분뇨가 바닥에 슬러지처럼 쌓여 있으며, 돼지털과 벌레들이 엉켜있었다.
 지난 25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에서 발견된 용암동굴의 내부 모습. 흘러내린 축산분뇨가 바닥에 슬러지처럼 쌓여 있으며, 돼지털과 벌레들이 엉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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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의 옛 채석장에서 산악 오토바이를 연습중이던 동호인들이 한 더미의 축산분뇨를 발견한 것은 지난 7월 4일. 처음에 소량에 불과했던 축산분뇨는 점점 산처럼 쌓여갔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버리고 있다고 의심한 마을 청년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며칠 되지 않아 채석장 인근 수풀에서 분뇨가 흘러내린 흔적을 발견한 주민들은 결국 제주도 자치경찰단에 불법 방류 사실을 신고하고, 지난 25일 자치경찰과 함께 조사를 하던 중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축산분뇨가 '숨골'을 통해 용암동굴로 흘러 내려간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숨골은 빗물이 내려 지하수로 쌓여가는 길목으로 제주도의 유일한 수자원 관문이다.

이름도 없고 마을 주민들도 어렴풋이 존재를 알고만 있던 용암동굴 바닥은 폐수가 갯벌처럼 슬러지로 변해 있었다. 돼지털로 보이는 이물질이 잔뜩 붙어 있는 것은 물론 기포까지 올라오고 있는 상황.

현장을 목격한 고승범 상명리장은 "동굴 입구에서 50m까지 들어갔지만 천장이 무너진 상황으로 더 이상은 진입이 불가능했다"며 "수분이 지면 아래로 빠지면서 동굴 바닥에는 슬러지 같은 액비만 가득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양돈농장, 한림읍 일대에만 모두 133개소

▲ 똥물이 흘러든 제주 용암동굴 내부 모습
ⓒ 고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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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리를 중심으로 반경 1.5km 이내에 위치한 양돈농가는 모두 13개소. 모두 3만 1천여두를 키우는 말 그대로 공장식 농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자치경찰은 우선 13개소 가운데 4개소를 걸러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사육 규모에 비례해 업체를 통한 분뇨 처리가 유독 적은 곳이었다.

고 이장은 "농장 한 곳의 정화조 주변을 살펴봤는데 산업폐기물이 매립되어 있었던 것은 물론 폐수 유출까지 확인됐다"며 "사육두수 등 농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정화조 시설 등이 보완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제주 지역 297개 양돈농장 가운데 한림읍 일대에만 모두 133개소가 몰려 모두 26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약 20년 전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양돈단지로 지정이 됐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농가도 점점 규모를 키워 3천 마리를 키우는 기업농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인구가 늘고 도시가 점점 확장되면서 악취 등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으며 상명리 사건과 같은 폐수 유출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관련법을 어긴 농장주들은 최고 징역형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이 수백만원 정도의 벌금형을 받는다. 주민들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29일 읍사무소에 집결한 주민 3백여명은 "지속적으로 발생한 민원이지만 행정의 조치는 방역차량 일회성 운행이나 소량의 약품지원 뿐이었다"며 "소극적인 민원해결로 이런 사태를 야기한 만큼 강력한 환경법 개정과 양돈농가 전수조사, 협회의 자체 진상조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상명리 마을주민 등 3백여명이 29일 한림읍사무소에서 집회를 열고 축산폐수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상명리 마을주민 등 3백여명이 29일 한림읍사무소에서 집회를 열고 축산폐수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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