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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시 건축 대상을 받을 정도로 멋진 '한내 지혜의 숲' 도서관.
 2017 서울시 건축 대상을 받을 정도로 멋진 '한내 지혜의 숲' 도서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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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풍경, 천변에 병풍처럼 둘러선 아파트, 너른 강폭, 간선도로까지 품은 서울 중랑천(中浪川)은 여러모로 형인 한강을 닮은 하천이다. 한강의 여러 동생 지류 중 서울에서 가장 긴 하천이라 여행 삼아 자전거 타고 달리기도 좋다. 중랑천은 서울에서 의정부시를 지나 양주시까지 이어지는 36.5km의 긴 하천이다.

천변을 따라 여러 전철역이 가까이에 있어 하천 주변으로 주거지가 밀집된 대표적인 도심하천이기도 하다. 지난봄 중랑천 변 둑길에서 매년 열리는 벚꽃축제 구경을 갔다가 장안벚꽃길 작은 도서관을 만났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천변 둑길에 노란색의 작은 도서관이 잘 어울렸다. 알고 보니 중랑천 변엔 산책이나 자전거 타러 혹은 출퇴근을 위해 오가는 시민들을 위해 지어놓은 작고 개성 있는 도서관들이 많다.   

탁 트인 풍경이 좋은 중랑천의 본래 이름은 한내(한천)다.
 탁 트인 풍경이 좋은 중랑천의 본래 이름은 한내(한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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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 천정에 풍성한 채광이 인상적인 '한내 지혜의 숲'.
 삼각형 천정에 풍성한 채광이 인상적인 '한내 지혜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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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내 지혜의 숲' 도서관은 올 3월 한내 근린공원 내에 생긴 곳이다. 도서관 외양이 정말 숲이 무성한 산들을 연상케 했다. 실제로 중랑천은 수도권의 명산인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등을 꿰고 지난다. 이 도서관에서 '한내'라는 중랑천의 옛 이름을 알게 됐다.

길고 큰 하천이다 보니 상류에서 하류까지 동네마다 샘내, 송계천, 한내, 서원천 등으로 불렸단다. 한내 혹은 한천(漢川)은 한강의 위쪽에서 흐르는 냇물이라는 뜻이다. 한국땅이름학회에 따르면 서울 인사동, 낙원동처럼 중랑천도 일제가 아무렇게나 만든 의미 없는 이름이다. 

도서관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는데 번거로움보다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삼각형 모양의 높은 천장, 공원이 훤히 내다보이는 큰 창문 등 보기 드문 내부설계 때문이다. 마치 자연을 벗 삼아 책 읽은 기분이 드는 도서관이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답답하거나 좁게 느껴지지 않는구나 실감했다.

2017년 제35회 서울시 건축상 영예의 대상을 받은 도서관다웠다. 저렴한 가격에 차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방과 후 학생들을 돌보는 아동돌봄, 마을 커뮤니티가 이루어지는 정다운 공간이 있어 더욱 좋았다. 도서관 이름 옆에 '독서 돌봄 마을학교'라는 별칭이 붙을만했다.

ㅇ 주소 : 노원구 월계동 2-8 한내근린공원 內
ㅇ 문의 : 02-979-7420 (일요일, 공휴일 휴관)

봄엔 벚꽃축제가  열리고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는 중랑천 벚꽃길.
 봄엔 벚꽃축제가 열리고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는 중랑천 벚꽃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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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벚나무길속에 자리한 '장안 벚꽃길 작은도서관'.
 울창한 벚나무길속에 자리한 '장안 벚꽃길 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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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중랑천 둑길에 심어놓은 벚나무는 동네 주민들의 벗이 되었다. 봄엔 벚꽃이 피고 여름엔 햇볕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엔 운치 있는 단풍을 드리워준다. '장안 벚꽃길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에게 산책의 즐거움에 독서의 즐거움까지 더해주는 공간이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도서관 바로 옆에 쉼터와 무인 건강검진소까지 갖추었다. 공공기관이지만 '관'의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 노란색 몸체 벽면에 쓰여 있는 글이 눈길을 끌었다.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기지 있는 사람을 만들고, 작문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 베이컨'

ㅇ 주소 : 동대문구 장안동 481-2
ㅇ 문의 : 070-8610-0301 (일요일, 공휴일 휴관)

중랑천 둑길에 5km나 이어지는 서울 장미공원.
 중랑천 둑길에 5km나 이어지는 서울 장미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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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미공원길에 자리한 예쁜 '장미 작은도서관'.
 서울 장미공원길에 자리한 예쁜 '장미 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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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엔 서울시가 아름다운 봄꽃 길로 선정할 만큼 빼어난 경관이 많은데, 매년 5월 장미 축제가 열리는 서울 장미공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천변 둑길에 5km나 길게 이어진 장미공원 가운데 예쁘게 꾸며진 '장미 작은도서관'이 있다.

보기만 해도 향긋한 장미 향이 느껴지고 미소가 지어지는 도서관이다. 그저 책을 빌리고, 입시와 취업만을 위해 거쳐 가기엔 아까운 곳이다. 중랑 구립도서관과 공립 작은도서관은 물론 새마을문고와도 상호 도서 대출과 반납이 가능하다. 장미공원길엔 정자 옆에 '꿈꾸는 작은 책방'이라는 무인 도서관이 여러 개 있어 더욱 좋았다.  

ㅇ 주소 : 중랑구 중화동 346
ㅇ 문의 : 070-4209-4306 (일요일, 공휴일 휴관)

2층으로 이뤄진 '겸재 작은도서관'.
 2층으로 이뤄진 '겸재 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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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작은도서관' 2층에 자리한 야외 테라스.
 '겸재 작은도서관' 2층에 자리한 야외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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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7월 17일)에 생겨난 '겸재 작은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겠다. 전국 방방곡곡의 아름다운 풍광을 화폭에 담은 겸재 정선을 기리며 만든 도서관이다. 국내외 여행 책과 겸재 정선을 비롯한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현재 심사정, 공재 윤두서 등 조선시대 대표화가 관련 도서 등 모두 2천여 권이 비치돼 있다. 요즘 도서관들은 억지로 공부(study)하는 곳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걸 배우는(learn) 공간이지 싶다.

컨테이너로 만든 작은 도서관이지만 2층에 다락방 같은 공간과 야외 테라스가 있다. 햇살 좋은 가을날이나 해질 무렵 중랑천을 바라보며 책 읽는 기분이 참 특별하겠다. 

ㅇ 주소 : 중랑구 면목동 1031-22
ㅇ 문의 : 070-4209-5183 (둘째, 넷째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

중랑천 변엔 이외에도 폐차된 버스를 개조해 만든 '창골마을 붕붕도서관'(도봉구 창동 428-1), 공원 숲속에 자리한 '상계숲속작은도서관'(노원구 상계동 620-1) 등 도서관 여행을 떠나도 좋을 정도로 개성 있는 도서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모두 작지만 개성 있고 알찬 공간이라 산책하는 발걸음이 더욱 즐겁고, 지친 퇴근길에 힘을 북돋워 주는 곳이구나 싶다.

공공도서관 확충은 시민 복지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업계와 작가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도서관마다 책을 구입할 때 해당 지역 서점에서 공공구매하는 추세가 정착돼 동네 서점이 늘어나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도서관은 책을 출판하고 문학이 꽃을 피우는 데 도움을 주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있다.

서울 중랑천변에 여러 개 있는 무인 도서관.
 서울 중랑천변에 여러 개 있는 무인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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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중랑천, #한내지혜의숲, #장안벚꽃길작은도서관, #장미작은도서관, #겸재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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