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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매연대, 그리고 지독한 생리통

1. '피자매연대' 사이트를 발견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온갖 페미니즘 서적에서 '자매애'라든가 '자매연대'라는 말은 많이 봤지만, 앞에 피가 붙어있는 건 처음이었다. 생리혈로 연결된 여성들의 연대. 한 달마다 겪는 일상적인 경험에 새로운 방점이 찍히는 기분이었다.

그 사이트에서 나는 많은 글을 읽었다. 여성의 생리는 불결한 것이 아니며, 생리 그 자체에서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탐폰을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 나는 그곳에서 탐폰 쇼크로 죽기도 하는 미국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읽었다. 덕분에 그 이후에도 탐폰과 친해지지 못한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곳에는 키퍼와 문컵 같은 '생리컵'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생리컵을 사보고 싶었지만 해외구매가 익숙하지 못해 결국 사지 못했다.

 생리를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 생리대는 감춰야 할 것, 숨겨야할 것이다.
 생리를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 생리대는 감춰야 할 것, 숨겨야할 것이다.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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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나의 생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훈련으로써 그 사이트에서는 '생리대 도안'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색색깔의 예쁜 천을 끊어서 생리대를 만들고, 그 안에 테리타올이나 수건 등을 잘라 넣어서 피를 흡수하는 것이었다. 나는 꽃무늬 면을 사다가 생리대를 만들었다. 엄마는 네 성격에 제대로 관리하겠느냐며 혀를 끌끌 찼지만, 나는 내 생리를 '싫어하지 않고' 싶었다.

중학교 때 학원에서 친구가 비명을 질렀던 적이 있다. 여자 화장실 문에 누가 생리대를 붙여놓았다는 것이다. 친구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여자도 아니다", "어떻게 저런 끔찍한 일을 할 수가 있냐", "토할 뻔했다"고 했다. 나는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분명히 여성으로서 스스로를 정체화하는 과정의 일부는 '생리를 부끄러워하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생리 기간만 되면 1교시부터 3교시까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유난히 생리통이 심한 편이어서 잠이라도 들어있지 않고는 그 고통을 버틸 수가 없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약이라도 잘 먹었을 텐데.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안 좋다는 편견들 속에서, 같은 반 아이들도 내가 진통제를 과용하지 못하게 빼앗았다. 나는 울면서 3시간 동안 내리 잠을 잤다. 다행히 생리통이 오전에만 있었던 건 천만 다행이었다.

생리통도 줄어들고 생리대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면 생리대에 나는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나를 스무 해 동안 꼬박 키워 온 엄마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매번 핏물을 빼고, 깨끗하게 생리대를 빨고 삶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고 엄청나게 지겨웠다. 일회용 생리대가 얼마나 위대한 발명품인지, 많은 여성들의 삶을 해방시켰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손으로 만든 생리대 사용을 언제쯤 포기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생리를 해야 여자다?

 영화 <피의 연대기> 한 장면
 영화 <피의 연대기> 한 장면
ⓒ 영화 <피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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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등학교 때 1교시부터 3교시까지 엎어져서 잠만 자던 나를 깨우려던 선생님에게 "선생님, 서영이 생리통 심해서 오전엔 자야 돼요"라고 말해주던 반 친구는 <피의 연대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지난주에는 그 영화의 공동체 상영 장소인 '생리파티'에 갔다.

영화는 발랄하고 즐거웠으며, 세계 곳곳의 피 흘리는 여자들이 잔뜩 나왔다. 생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어땠는지, '초경파티'는 어땠는지, 주변에서는 생리에 대해 무어라고 했는지... 내 마음속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하동 출신의 여경주님(감독의 외할머니)이었는데 그녀는 딸 일곱을 낳으시고 40대에 완경을 맞으셨다. 개짐(생리대)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열심히 설명하시며, 새벽에 일어나서 개짐을 빨아야 했던 이야기부터 평생에 걸친 '생리' 이야기를 카메라 앞에서 들려주었다.

영화 속에서 많은 여성들은 생리를 함으로써 "이제 여자가 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말 속에서 "여자"란 무엇인가. 생리를 하기 전에는 여자가 아니었고, 생리를 한 이후에야 여자가 되었다고 한다면 완경 이후에는 다시 여자가 아닌 존재가 된다. 이 말 속에서 여자는 재생산을 할 수 있는 존재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야 말로 이 세계가 인정하는 '진정한 여성'이다. 완경을 겪거나 자궁적출수술을 겪은 이후 '나는 이제 여자가 아니라'며 우울감에 빠지는 여성들의 존재도 이 인지에 기초해 있다.

한국에서 자궁적출수술을 많이 받는 나이는 중·노년층이다. '더 이상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는 여성'의 자궁이기 때문이다. 물혹이나 근종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시도를 하기보다는 자궁을 적출하는 것이 훨씬 간편한 해결책이다. 이 중·노년층 여성들은 자조적으로 '빈궁마마'라는 단어를 조어했다. 자궁이 없으니 빈궁, '마마'라는 기형적인 존칭. '자궁을 적출했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서 이 여성들은 그 대신 "저도 빈궁마마 됐어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코미디는 고통을 극복하는 데에 좋은 재료가 되지만, 농담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언제나 올바를 수만은 없다. 그 조어를 앞에 두고서는 우리가 무엇을 '여성'이라고 지칭하는지를 다시 돌이키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생리'가 특수하게 여겨지는 세상

 ▲ 세계월경의날(5월 28일)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퍼포먼스
 ▲ 세계월경의날(5월 28일)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퍼포먼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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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주 오랫동안 '근대 의학'의 표준은 70kg 남성이었다. 인간의 '표준 계측치'는 모두 70kg 남성의 것을 기준으로 해 왔다. 장기의 무게, 생김새, 혈액과 소변의 검사치. 여성은 실험 대상으로도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월경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실험값을 일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월경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여성의 신체는 언제나 위험에 처해왔다는 뜻이다.

의학은 여자들에게 정상적이거나 최소한 의학적으로 안전한 상태를 비정상이고 위험하다고 간주하여, 여자들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 여성에게도 문제적인 상태를 여성이기 때문에 특수한 상태로 치부하기도 했다.

심각한 수준의 우울감을 느끼다가 그것이 PMS 때문이라는 얘기를 듣고 안도할 때, 혹은 정말로 PMS 때문이 맞는 것인지 의심할 때, 생리통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울다가 이 생리통의 원인을 물었을 때 '생리통은 여성 개인별로 차이가 있어요'라는 하나마나한 대답을 들었을 때 모든 여성들은 일정한 절망감과 자포자기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알아보기 위한 노력들에 기반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왜 이렇게 '우리의' 몸에 대해서 모르는가.

정당한 분노나 우울에 대해("위협적으로 소리 지르지 마.") '종잡을 수 없는 호르몬' 탓을 하는 경우("왜 이렇게 예민해. 생리 중이야?")를 겪을 때마다 나는 왜 여성의 호르몬은 이렇게도 '종잡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심했다. 내 호르몬이 그리도 불가해한 존재라는 것은 사실일까. 현대의학이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씩 일정하게 발생하는 호르몬의 영향이 어느 범주인지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다는 것이 사실일까.

여성들에게 생리는 매우 일상적인 현상이다. 어떤 남성들이 생리혈이 파란색인 줄 알거나 생리를 참을 수 있는 줄 아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성들에게 생리가 기현상이 되는 일은 생길 수 없다. 많은 여성들이 10대 때의 어느 순간부터 40~50대의 어느 순간까지 생리와 함께 살아간다.

생리, 생리통, PMS는 여성들에게 모두 '정상적인 몸'의 '고유한 경험'이다. 그러나 그것을 특수하게 치부하는 세상에서 여성들은 '정상적인 경험'을 인정받기 위해 더 심각한 '병증'으로 여성의 몸을 설명하게 된다. 여성 자신의 언어로 '특수하지 않은 특수함'에 대해 말할 때 세상은 그 말을 받아들고 "너 생리 중이냐?" 같은 사고까지 밀어붙인다. 결국 여성의 경험은 차이를 토대로 섬세하게 분석되지 않는다.

'깨끗한나라'라는 기업명을 되돌아보다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깨끗한 나라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깨끗한 나라 '릴리안 생리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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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생리대 '릴리안'이 문제가 되자 내 주변 여성들이 하나같이 '나도 릴리안을 썼다'고 말했다. 그녀들이 주로 릴리안을 구매한 곳은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같은 드럭 스토어였다. 릴리안은 주로 드럭 스토어를 기반으로 원 플러스 원 이벤트를 했다. 그러니까 릴리안의 가장 큰 고객층은 생리대를 '싸게 사고 싶은' 여성들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을 '싸게 산다'는 것에는 함의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싸고 질 좋은 물건을 사고 싶어하지만, 대체로 질이 좋은 물건은 값이 비싸다. 그러므로 돈이 있다면(혹은 돈을 그 정도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꼼꼼하게 물건의 질을 살펴보지 않고도 비싼 돈을 지불한다. 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싼 돈을 지불하는 분야는 고양이 사료다. 그러나 가난할 때는 고양이 사료조차도 가장 싼 것을 사야만 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여성들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값이 싼' 생리대를 구매해야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그것이 발암물질이 들어간 생리대를 사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릴리안을 만든 기업 이름은 '깨끗한나라'다. 블랙코미디 같다며 기업 이름을 비웃는 남자친구를 보며 그제야 '깨끗한나라'라는 이름을 다시 돌아보았다. 나는 적어도 그 이름에서는 아무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에서 나온 가장 유명한 생리대의 이름은 '화이트'다. 화이트의 광고 문구는 그 유명한 "깨끗함이 달라요"였다. 생리는 불결하고 숨겨야 할 것이며, 생리대를 통해서 '깨끗하게' 만들어야 할 현상이었다. '깨끗한나라'라는 말을 보고 기가 막혀 하는 시선은 내게 무척이나 낯선 것이었다.

릴리안에서는 TVOC, 암을 유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 검출되었다. 생리대를 고정시키는 풀 부분에서 가장 많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많은 여성들이 생리불순과 생리통에 대해 호소하기 전까지 식약처는 릴리안 생리대에 대해 특별한 검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식약처의 품질관리기준에 TVOC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TVOC가 여성의 생식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뇌파를 이용해서 의수를 움직일 수 있는 시대까지 와서도 '여성의 생식 기능'은 여전히 신비롭고 마술적인 영역에 있다. 내 호르몬의 기전을 나조차도 알지 못한다.

누군가는 향이 강해서 릴리안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불결한' 생리를 한다는 것을 숨겨야 하기 때문에 '깨끗한나라'에서는 향이 강하고 생리불순을 유발하는 생리대를 만들었다. 뉴스에 나와서 릴리안 피해에 대해 호소하는 여성들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다. 생리대를 잘못 산 것은 그 여성들이 부끄러워야 할 일이 아님에도 그랬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은 '난임'이 될 수도 있다며, 뉴스 화면이 빨간색 글씨로 커다랗게 '난임'이라는 글씨를 박아넣은 것을 보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자이크를 요청하는 여성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마법'에서 '대자연'으로

 대안 생리용품, 생리컵
 대안 생리용품, 생리컵
ⓒ 위키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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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얼마 전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지인에게 '생리신전'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을 추천받았다. '생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법사들과 신비한 여성 사전'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기억하기로 제일 처음 생리를 '마법'이라고 칭한 것은 '매직스'라는 생리대의 광고였다. 불결하고 숨겨야 할 것에서 "마법적인 것"으로의 변화는 생리를 하는 여성들에게는 분명 한 걸음 진보였다. 생리를 표현하는 마법이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대유행을 했다. 그러나 마법이라는 말에는 여전히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과학에 있어서 배타적인' 여성의 몸이 웅크리고 있다.

문화주의적 페미니즘에서는 월경을 하는 여성의 신체를 성스럽고 신비로운 것으로 위치 지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과학은 세상을 남성의 신체를 기준으로 판단했기 때문이고, 여성의 몸이 지금껏 인류가 쌓아왔다고 자부하는 '남성적 질서' 밖에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여성의 생리는 마법이 아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 여성들이 자신의 생리를 지칭하는 농담은 '대자연'이었다. '대자연'이라는 말에는 생리라는 단어를 숨기기 위한 맥락보다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들어있다. 여성들은 자기 선택과는 상관없이 남성과는 다르게 한 달에 한 번씩 피를 흘리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자연적인 것'을 분석하고 더 인류에게 편한 것으로 이행하는 과정이었다. 그렇다면 왜 여성의 생리는 '대자연'의 영역에 남아 있어야만 하는가. 이 대자연은 왜 이토록 신비로워서 TVOC가 여성의 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사실조차 이렇게 늦게 발견되어야만 하는가.

'생리신전' 그룹에 모인 여성들은 면 생리대 사용법, 생리컵 입문기, 미레나 사용기, 생리 양에 대한 고민, 자궁 위치 재는 법, 생리대가 사타구니에 쓸릴 때 어떤 연고를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는 맞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더 많은 여성들이 생리에 대해 활발하게 말할수록 마법이라는 말은 힘을 잃어갔다. 나는 이제 이 '마법'이라는 말이 비꼬는 언어가 되기를 바란다. '신비'라는 말이 여성의 몸을 신비의 영역에 내버려 둔 세계에 대한 폭로의 언어가 되기를 바란다.

여성의 몸은 신비로운 게 아니다

 피자매연대 홈페이지 (접속이 될 때도 있고, '허용 접속량 초과'가 나올 때도 있다). 아래 공지대로 피자매연대는 문을 닫은 상태다
 피자매연대 홈페이지 (접속이 될 때도 있고, '허용 접속량 초과'가 나올 때도 있다). 아래 공지대로 피자매연대는 문을 닫은 상태다
ⓒ 피자매연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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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는 2013년부터 미레나라는 자궁 내 피임기구를 사용하고 있다. 섹스를 하다가 콘돔이 터지는 바람에 산부인과에 갔다가 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피임 방법을 고민했던 것이 이유였다. 미레나를 경험한 주변 사람들이 비교적 '은밀하게' 내게 미레나를 권유했다.

미레나에 대해 한두 달 정도 검색을 하다가, 결심을 하고 시술을 받았다. 35만 원에서 45만 원 가까이 하는 이 시술은 받았다가 쉽게 무를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었다. 그리고 2013년부터 현재까지 나는 생리하지 않는 사람, 영어로 하자면 Non-period person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미레나를 했다가 우울감이 너무 심해져서 미레나를 제거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미레나를 제거한 그녀와 나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무엇이 미레나에 적응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일까. 이것 역시 그 '마법적 언어'인 "개인차가 있어요"만으로 설명되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릴리안이 문제가 되자 어떤 사람들은 천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이 몸에도 더 좋다는데 왜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피자매연대'에서 도안을 다운 받아서 생리대를 만들었던 예전의 기억을 다시 돌이키게 된 것이다. 천으로 생리대를 만들어 썼던 그때의 경험은 물론 꽤 괜찮은 기억이다. 그러나 나는 귀찮았다. 물론 일회용 패드 생리대가 아닌 다양한 생리대를 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균등한 선택의 여지로 존재해야만 한다. 어떤 생리대를 사용했다가는 '암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을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여성주의 법학자인 크리스틴 리틀톤은 '수용으로서의 평등' 개념에 대해 정립한 바가 있다. 나는 이것이 여성의 신체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과 남성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생리대에 돈을 많이 쓴 여성과 적게 쓴 여성 사이에도, 천 생리대를 쓰는 여성과 생리컵을 쓰는 여성 사이에도 당연하게도 차이가 있다. 자본주의란 자유의 상징이고, 이 자유에는 돈이 없으면 고통받을 자유가 필연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성별 문제와 경제적 문제가 교차되는 선 위에서 차이는 언제나 더욱 고통받는 사람의 이름이 되어 왔다.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평등할 것".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밝혀낼 필요가 있다.

지금도 수많은 여성들이 조금도 신비스럽지 않은, '정상적인' 피를 흘리고 있다. 어제 뉴스에 나온 릴리안 피해자들은 한 자리에 서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면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행위는 더 이상 그 존재를 비껴볼 수 없게 만든다. 릴리안에 화가 난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나는 '피자매연대'라는 글씨를 오랜만에 다시 떠올렸다. 차이가 지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서서 정면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이상, 여성의 몸은 더는 '신비로운 것'에 머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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