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임명된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위원 3인의 임기가 26일로 모두 만료된 가운데 새로운 영진위 구성이 늦어지고 있어 영화계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종 현안이 많은 데도 영진위 재구성이 늦어지면서 적폐세력으로 지목되는 일부 인사들이 여전히 영진위 주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진위를 구성하는 9인 위원회 중 공석인 위원장을 제외한 8인의 위원들은 모두 2년 임기가 만료된 상태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3월 초로 5명의 임기가 끝났고, 26일로 나머지 3명의 임기도 끝났다. 정상적이라면 모두 새로운 위원으로 바뀌어야 하는 상황으로 신규 위원 선임이 늦어지면서 모든 위원이 불가피하게 자리를 연명하는 모양새다. 현재 김세훈 전 위원장이 지난 5월 사퇴로 부재한 상태에서 김종국 부위원장이 규정에 따라 직무대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농단 비리로 구속된 김종덕 전 장관에 의해 임명받은 인사들로 영화계로부터는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인사들이다. 일부는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8월 26일로 영진위원 임기도 모두 만료된 가운데 지난 5월 이후 3개월 넘게 위원장이 공석 중인 영진위

8월 26일로 영진위원 임기도 모두 만료된 가운데 지난 5월 이후 3개월 넘게 위원장이 공석 중인 영진위 ⓒ 영화진흥위원회


영진위 재구성은 지난 6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 장관이 임명된 이후 관련된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나 예전과는 달리 정부의 일방적 임명이 아닌 영화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면서 일정이 더뎌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7월 중순 영화단체들로부터 영진위원 추천을 받은 문체부는 추천받은 인사들을 추려 인사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체부 실무 관계자는 "인사검증이 3주에서 4주 정도 소요된다"며 "우리도 빨리 절차가 진행됐으면 좋겠지만 검증을 다른 쪽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계에서도 언제 결정되는지 시기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으나 우리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대략 8월말이나 9월 초순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될 경우 영진위원장 선임은 추석 전 결정도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늦어지면 10월 말을 넘길 수 있는 상황이다. 영진위원장은 임원추천위원회(아래 임추위)에서 후보자를 공모해 2~3배수를 추리는 절차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임추위에는 영진위원 4명이 참여하도록 돼있어, 영진위원이 먼저 선임돼야 위원장 임명 절차를 진행할 수가 있다. 영진위원 결정이 늦어질수록 영진위원장 선임 또한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진위 재구성 늦어져... 책임져야할 인사들 자리 유지 중

 지난 7월 국회서 열린 영진위 관련 토론회에서 영화계 인사들이 영진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서 열린 영진위 관련 토론회에서 영화계 인사들이 영진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성하훈


그간 토론회 등에서 영진위원은 영화계를 대표할 수 있는 인사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에는 대체적인 공감이 이뤄지고 있어, 어떤 인사들로 구성될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독립영화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도 영진위 구성에서 소외됐던 독립영화 쪽 인사가 포함될지 여부도 눈여겨봐야할 부분이다.

영진위원 구성이 완료될 경우 임추위 구성에 1주일~10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공모 절차에 들어가면 공지에서 접수까지 10일~15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면접을 통한 최종 후보자 선정, 장관의 임명으로 이어지는데, 10월 추석 연휴 전까지 임명이 시기적으로 빠듯한 상태다. 문체부 측은 "임추위가 구성되면 위원장 공모 일정은 충분한 시간을 주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자칫하면 올해 국정감사(10월 12~31일 예정) 전까지 위원장 임명이 안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내년 예산안 확보 등을 위해 위원장 역할이 필요한데, 늦어질수록 영화계에 부담이 많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진위 노조 측 관계자도 "위원장이 있어야 뭔가 요구를 하고 논의를 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정권에서 문제 있는 정책 실행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주요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내부적인 개혁이 필요한데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은 채 자리 유지에만 급급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영화 관련 행사를 개최한 한 영화인은 "영진위 부위원장 명의의 축하 화환이 왔는데, 본인도 껄끄러울 것이고 행사 취지에도 맞지 않아 보였다"며 영진위원장과 영진위원 등의 선임을 빨리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진위 영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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