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그에서 툴루즈 팀의 거구 6명을 순식간에 헤집고 골을 넣은 것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였다. 그의 이름은 네이마르(26·브라질). 중계화면은 골을 넣은 그가 팀 동료들과 포옹하는 장면을 담았다. 곧이어 화면은 바뀌고, 뜬금없이 관중석에서 박수치던, 어느 아랍사람이 등장한다.

 최근 FC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에 입단한 네이마르

최근 FC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에 입단한 네이마르 ⓒ Pixabay


왜 카메라는 그 아랍인을 비췄을까. 가장 열띤 응원을 해서? 아니다. 화면에 나온 그의 이름은 나세르 알 켈라이피. 네이마르의 새 팀인 파리 생제르맹(아래 PSG)의 회장이자, 카타르 국왕의 스포츠 자문역이다. 그는 네이마르를 팀으로 데려왔다. 경기장에 모인 사람 중 가장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는 사람이기도 했다.

세계에 전파된 '오일머니'의 힘

네이마르의 골 장면을 본 경기장 내 4만 관중이 환호했다. 그리고 그런 네이마르를 데려온 중동 자본의 힘에 외신들은 경악했다. 이적료 3000억 원의 선수가 카메라 앞에서 펼치는 발재간과 슈팅능력을 통해 중동의 '아라비안나이트'가 오늘날 현현한 것이다.

축구는 그렇게 원초적 쾌락과 감동을 느껴야 할 순간조차도 자본의 개입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스포츠는 땀과 노력으로만 이뤄진 순결한 영역이 아니다. 스포츠와 자본은 공생한다.

 스포츠와 자본은 공생한다.

스포츠와 자본은 공생한다. ⓒ Pixabay


역사상 스포츠는 돈이 오고 가는 최적의 통로였으며, 스포츠에 돈은 '생명유지를 위한 피'와도 같았다. 대중스포츠는 지금도 그렇지만, 도박과 같이 성장해왔다. 축구, 복싱 등이 대표적이다. 도박 청정지역에 있었던 귀족스포츠, 가령 폴로와 라크로스 따위가 귀족 몰락과 함께 희미해져 갔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오늘날 유럽축구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본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 영국 축구리그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아래 EPL)만 하더라도 자금 이동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6년에 EPL 소속 클럽들은 1조 7200억 원을 지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2015년에는 1조 2850억 원, 2014년에는 1조 2330억 원, 2013년에는 9300억 원을 썼다.

자본주의적인 축구계에서 강자는 돈 많은 구단이다. 이적시장의 총 지출규모만 보면 해당 리그 내 팀들이 모두 부자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실상은 몇몇 부유한 구단이 전체 자금흐름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2016년 EPL의 맨체스터시티(아래 맨시티)는 2840억 원을 이적 시장 때 소비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아래 맨유)는 2470억 원을 썼다. 당해 EPL 총 지출의 3할 이상을 두 팀이 채웠다.

 영국축구리그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자금 이동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영국축구리그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자금 이동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 Pixabay


자본의 원리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돈 많은 팀을 선택 안 할 리 없다. 부자구단은 공 잘 차는 선수에게 일주일에 억 단위의 급여를 줄 여유가 있다. 선수 대리인을 위해 수수료도 두둑하게 챙겨준다. 선수의 원래 소속팀에 높은 이적료를 얹어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유럽축구팀에 비해 명성이 낮은 중국 클럽들조차 재력으로 세계 유수의 선수들을 긁어모으고 있다.

돈 많은 구단으로 대표되는 맨시티, PSG, AC밀란, 맨유의 올해 지출액은 이적료만 모두 합쳐도 약 1조 1100억 원. 이들은 자금 투입과 팀의 축구실력 향상 간에 비례관계를 확신하며 돈을 내놓았다. 그중 맨시티는 자본축구의 선두주자 격이다.

만수르의 투자로 강팀이 된 맨시티

환골탈태(換骨奪胎). 맨시티에게 딱 어울리는 사자성어다. 본래 맨시티는 EPL 내 중위권에 머무는 그저 그런 팀이었다. 하지만 2008년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를 만난 뒤로 달라졌다. 막대한 투자를 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스타 호비뉴, 맨유의 카를로스 테베즈 같은 굵직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최신식 경기장을 신설하고, 훈련장과 메디컬 센터를 개선하는 등 시설도 향상시켰다.

에티하드 스타디움 만수르에게 인수되고 맨체스터 시티가 새로 지은 구장이다.

▲ 에티하드 스타디움 만수르에게 인수되고 맨체스터 시티가 새로 지은 구장이다. ⓒ Pixabay


투자는 대성공이었다. 맨시티는 새로 인수되고 2년 만인 2010/2011시즌에 영국축구클럽 대항전인 FA컵에서 우승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11/2012시즌에는 EPL 챔피언에 등극했다. 명실상부 강팀이 된 것이다.

그런 식으로 맨시티가 2016년까지 8년간 쓴 액수는 선수 이적료만 약 1조 5800억 원이다. 올해는 현재까지 약 3200억 원을 지출했다. 이는 축구 클럽이 한 해 지출한 이적료 중 역대 2위 기록이다. 언론의 추측대로 아스날의 알렉시스 산체스를 영입한다면 역대 이적료 지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맨시티가 돈 펑펑 쓰는 갑부라면, 맨유는 '사업가' 성격이다. 이미 EPL 최다 우승팀이라는 업적을 달성한 데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맨유는 브랜드 마케팅에 기반한 사업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올드 트래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이다. 경기를 하지 않아 관중석이 비었다.

▲ 올드 트래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이다. 경기를 하지 않아 관중석이 비었다. ⓒ Pixabay


"위 러브 삼분." 작년까지 맨유 선수들이 '오뚜기 3분요리' 광고에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맨유는 수많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제휴사는 오뚜기는 물론이고 차량예약서비스 우버, 온라인마켓 알라딘, 컬럼비아 스포츠웨어, EA 스포츠 등 다방면에 걸쳐있다. 축구팬들의 생활공간까지 맨유가 찾아가는 것이다. 효과는 대단했다. 2017년 현재 구단의 브랜드 가치는 3조 7600억 원 규모로 축구 클럽 중 1위, 전 세계 스포츠 팀 중 3위다.

그렇다고 돈만 버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올해를 포함해서 3년 동안 약 7200억 원을 선수 영입에 썼다. 그 기간의 성적은 5위 안팎에 머물렀다.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샀다.

이번 이적 시장에는 중국 사업체의 지원을 받은 AC밀란이 축구계 자금공세에 새롭게 끼어들었다. AC밀란은 세계적인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를 비롯해, 안드레 실바, 히카르두 로드리게스 등 실력 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자본축구' 대열에 합류한 AC밀란

AC밀란의 마르코 파소네 단장은 밀란 티브이와 인터뷰에서 "50% 넘게 선수단이 바뀌었지만 감독은 성과를 내는데 자신감 갖고 있고 팀원들도 융화 중이다"라며 "오는 2022년까지 세계 최정상 클럽 5순위 안에 들고 꾸준히 재정을 성장시킬 것"이라 말했다.

축구계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축구가 가진 무한한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가장 돈의 유동성이 큰 EPL은 수입 실적이 대단하다.

2010년 이후로 영국 내 EPL 관련 해외방문객은 꾸준히 80만 명을 넘고 있다. 모든 경기는 200여 개국에 중계되고 있고, 연 인원 45억 명 이상이 방송으로 시청한다.

올해 EPL이 달성한 총매출은 방송권 중계료 약 4조 2000억 원을 비롯해 모두 6조 60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천문학적인 축구 시장을 억만장자들이 가만히 놔둘 리 없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이 있다. 축구에 딱 맞는 말이다. 축구는 자본으로 피와 살을 만들었다. 원래 그럴 팔자였다. 축구를 진정 떠받치는 것은 돈이다.

 축구는 자본으로 피와 살을 만들었다.

축구는 자본으로 피와 살을 만들었다. ⓒ Pixabay


발굴을 통해 '네이마르'가 구단에 나타나길 바라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자본으로 끌고 오는 시대다. 그 과정에서 축구계는 더 화려해지거나 혹은 더 '물질 만능'주의로 변해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오늘날 축구가 '뒤룩뒤룩' 살이 찌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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