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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3일 제주도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 강창식(오른쪽) 위원장이 원희룡(왼쪽) 제주도지사에게 권고안을 전달하는 모습.
 지난 2월 23일 제주도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 강창식(오른쪽) 위원장이 원희룡(왼쪽) 제주도지사에게 권고안을 전달하는 모습.
ⓒ 고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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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 정치권이 난장판으로 변했다. 정치권의 갈지자 행보를 견디다 못한 선거구 획정위원 전원이 급기야 일괄 사퇴 카드를 내던졌고, 도내 정당들은 책임론을 들먹이며 폭탄 돌리기에 나섰다.

내용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시간을 지난 2월 23일로 거슬러 가본다. 제주도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위원장 강창식, 아래 획정위)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 41명인 제주도의원 정수를 43명으로 늘릴 것을 제안한다. 획정위는 관련법에 따라 도지사에게 선거구의 공정한 획정을 자문하는 기구다.

제주살이 열풍에 인구 유입…2개 지역구 신설에 '비례대표' 희생

제주 지역은 2010년 이후 지속된 인구유입으로 2개 선거구의 분구가 불가피한 상황. 지난 2007년 헌법재판소가 '지방의원 선거구를 평균 인구수 대비 상하 60% 편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2개 선거구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획정위는 '의원 정수 확대', '비례대표나 교육의원 축소', '전체 선거구 재획정'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꺼내들었다. 문제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도의원 정수를 '41명 이내'로 규정함에 따라 법개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와 국회 설득을 위해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상당한(?) 노력봉사가 불가피한 부분이다.

조기 대선으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선거구 획정 문제는 지난 7월 12일 열린 이른바 '3자 회동'을 계기로 다시 부상했다. 바른정당 소속인 원희룡 도지사와 신관홍 도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 강창일(제주시 갑), 오영훈(제주시 을) 국회의원 등 이른바 3자가 선거구 획정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재차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논의 결과를 수용했다.

 사진 왼쪽부터 신관홍 제주도의회의장, 강창일 국회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영훈 국회의원, 고충홍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지난 달 12일 선거구 획정위의 권고안을 전면 무효화하기로 한 이른바 3자 회동을 마치고 사진 촬영에 응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신관홍 제주도의회의장, 강창일 국회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영훈 국회의원, 고충홍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지난 달 12일 선거구 획정위의 권고안을 전면 무효화하기로 한 이른바 3자 회동을 마치고 사진 촬영에 응하는 모습.
ⓒ 고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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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3자 회동의 목적이 비례대표 도의원을 축소하려는 꼼수라는 우려가 나왔다. 비례대표 의원 2명을 줄이면 41명의 정원을 가지고서도 2개의 선거구를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까지 나서며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존 선수끼리 밀실에서 기득권을 강화하는 룰을 미리 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에 나섰다.

모두의 예상대로 비례대표 의원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군소 정당들의 반발과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반발 이어지자 '없던일로'…공 받은 획정위 "이제 와서 어쩌라고?"

결국 오영훈 국회의원은 지난 7일 비례대표 축소 방안이 당론과 배치되기 때문에 어렵다며 의원발의 철회를 선언했고, 원희룡 제주도정 역시 29개 선거구 모두를 재획정하겠다며 다시 공을 획정위로 넘겼다.

문자 그대로 폭탄을 떠 안은 획정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29개 전체 선거구 재획정 작업을 진행하자니 일부 인구가 적은 선거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해진다. 주민들의 반발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부담을 안고 지난 24일 다시 한 자리에 모인 획정위는 결국 11명 전원 사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거구 획정을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다는 이유인데, 원 지사의 거듭된 사과도 이들의 결정을 막지 못했다. 획정위 관계자는 "지난 2월 어렵게 마련한 권고안을 3자 합의를 거쳐 원점으로 되돌렸다"며 "이제와 선거구의 전면 재조정을 맡기면 누가 나서겠느냐"고 밝혔다.

발 등에 불 떨어진 제주도…자칫 잘못하면 지방선거 '무효'

당장 내년 6월 13일에 치러질 지방선거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획정위는 지방선거 6개월 이전인 오는 12월 12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괄 사퇴로 공석이 된 획정위를 새롭게 꾸려 기한을 맞추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렇다고 인구수를 초과한 2개 선거구의 분구 절차 없이 내년 지방선거를 강행한다면, 자칫 전체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어 상당한 정치적 혼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숨 죽이던 지역 정가 4당 4색 '목소리'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장 먼저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포문을 열었다. 24일 긴급 논평을 통해 "획정위원 전원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는  전적으로 원희룡 지사의 무책임에 기인한다"며 "특별자치 제주가 스스로 선거구 조정에 실패해 지방선거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마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도정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국민의당 제주도당이 예상을 깨고 민주당에 가장 먼저 반격을 날렸다. 국민의당은 "획정위원 전원 사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기득권 패거리 정치' 수준"이라며 "대혼란의 책임이 원 지사에게만 있는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책임이 없는가?"라고 따졌다.

최근 조직 재정비에 나선 자유한국당 제주도당도 한 마디 거들었다. "획정위원 사퇴는 제주도가 획정위 안을 무시하고 3자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할 때 이미 예견된 일로 폭탄이 폭발 직전에 이른 것"이라며 "시간이 촉박한 만큼 교육의원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든지 인구가 적은 선거구를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가의 여당 노릇을 하고 있는 바른정당 제주도당은 "도내 정치권이 적극적인 사태수습에 나서는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된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원희룡 지사가 사과했으며 바른정당도 책임감을 느끼는 만큼 당 지도부와 현재 제주 상황을 공유하고 중앙당 차원의 대안 모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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